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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엄마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 송혜란
  • 승인 2015.11.25 15: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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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내의 역방향으로, 헌신의 역방향으로

“울 엄마는 불량품이 아니야.”

태어나면서부터 엄마였던 사람은 없다. 태어나면서부터 무조건적인 사랑을 줄 준비를 하지도 못했다. 그러나 우리 엄마들은, 자식을 뱃속에 품고, 낳고, 기르면서 예전의 우리네 엄마들이 그랬던 것처럼 엄마 노릇을 해나가고 있다. ‘엄마는 이래야 한다’는 무게감 속에서 말이다.

결혼 초기 남편에게 몇 가지 잔소리를 한 적이 있는데 남편이 이렇게 되받아쳤다. “우리 엄마는 한 번도 그런류의 잔소리를 한 적 없어, 그리고 엄마의 생각을 말한 적도 없는데 당신은 왜 그렇게 자기주장이 강해?”라고 말이다. 이에 질세라 필자가 다시 되받아쳤다. “당신은 그런 삶을 사신 어머님이 행복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해? 마음속으로는 엄청 속상하고 섭섭하셨을 거야, 그리고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실 때가 많았을 거야”라고 말이다. 자식들과 남편을 위해 단 한 번도 자신의 고집을 내세우지 않으셨던 시어머님은 올 초 말기암으로 돌아가셨다. 마음속에 쌓인 응어리들이 결국 암덩이가 되어 어머님의 삶을 짓눌렀을지도 모른다.

이제는 엄마라는 자리가 희생과 인내의 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엄마는 항상 가족들 중 제일 먼저 일어나야 한다? 아침밥은 엄마가 챙겨야 한다? 애들 과제와 준비물은 엄마 몫이다? 집 안이 지저분한 것은 엄마 탓이다?’ 수많은 엄마들이 스스로 집안 문제, 자녀 문제 등에 있어서 엄마의 능력부족 탓으로 자책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엄마들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어야 한다. ‘난 슈퍼우먼이 아니야, 내가 행복해야 내 아이도, 내 남편도, 내 가족도 모두 행복할 수 있어’라고 말이다.

남편은 물론이거니와 자식들도 엄마 마음을 섭섭하게 할 때가 있다, 엄마도 인간이기 때문에 그 섭섭함이 풀리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마음속에만 꾹꾹 담아두지 말고 표현을 해야 한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가 없다, 더욱이 희생과 인내와 무조건적인 사랑의 모토인 ‘엄마’라는 존재는 도무지 그런 섭섭함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라고 가족들은 믿고 있기 때문이다.

말해야 한다, 표현해야 한다. “이유 없이 엄마한테 짜증 내면 엄마도 화가 난단다, 엄마 힘든 사정을 너무 몰라주면 엄마도 슬프단다, 오늘 사장님한테 혼나서 엄마가 속상한데 위로 좀 해줄래?, 어려운 일을 맡았는데 너무 힘들어서 회사 가기 겁나는데 어떻게 하지?”

아이들도, 남편도 더는 엄마는 전래동화에 나오는 천사표, 슈퍼우먼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해야 한다. 동화에 나오는 엄마처럼 인내하고 헌신하다가는 심장이 쪼그라들어 사랑하는 아이들 곁을 오랫동안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 환경에 맞춰 살아남기 위해 동물들이 진화하듯이 엄마도 오래오래 자식들,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진화해야 한다. 인내의 역방향으로 슈퍼우먼의 역방향으로 진화해야 한다.

그래서 필자는 주말이면 침대 안에서 눈을 감고 기다린다, 배고픈 사람이 주방으로 달려가기를, 내 남편 혹은 내 아이들이 아침을 준비하면서 ‘울 엄마는 불량품이야’라는 불평을 하지 않는 때가 오기를.

 

 

 

 

글•사진 김재련 변호사
김재련 변호사는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제42회 사법시험에 합격, 사법연수원 32기를 수료했다. 대한변협 인권위원회 위원, 검찰청 성폭력범죄전문가,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회 위원, 권익증진국 국장 등을 지낸 여성 인권 전문 변호사다. 현재 법무법인 온세상 대표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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