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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들어진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용인 전원주택
멋들어진 소나무가 자리 잡고 있는 용인 전원주택
  • 권지혜
  • 승인 2015.12.28 14: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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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이 좋은 집
 

용인 기흥구 보정동 주택단지에 있는 회색 결이 살아있는 깔끔한 느낌의 주택. 방문 전날 온종일 비가 온 탓에 햇빛을 담은 정원을 보지 못할까 걱정했는데, 이게 웬일? 하늘이 허락하기라도 한 듯 날이 화창하게 개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 밑 정원은 더 환하게 빛났다. 멋들어진 소나무가 햇살을 품으며 맞이하는 정원 이야기.

용인 보정동에 있는 주택단지에 들어서면 각양각색 디자인의 주택이 반기고 있다. 그 중 회색의 나뭇결을 품은 한 주택이 눈에 띈다. 3층으로 구성된 이 집의 현관 계단에 올라서면 가장 먼저 화분이 반기고 있다. 그리고 화분과 지하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입구를 지나면 정원이 등장한다. 햇살을 한몸에 받고 있는 집이 눈이 부시게 반짝였다. 단란한 3세대가 만든 정원이다.

정원에 들어서면 보이는 풍경

현관 계단을 올라오면 바로 집으로 들어가는 문이 있다, 그 문을 지나쳐 안쪽으로 들어오면 그 길에 작은 화분이 늘어서 있다. 화분에는 색이 고운 꽃이 가득 심겨 있다. 계절마다 피는 꽃을 심는다고 한다. 
화분들과 지하 주차장으로 이어지는 계단 입구를 지나면 비로소 이 집의 정원을 만날 수 있다. 초록의 화분 세 개가 입구를 떡 하니 지키고, 형형색색의 꽃이 심어진 화분이 보인다. 그리고 가장 안쪽에서 꼿꼿이 서서 반기고 있는 소나무를 볼 수 있다. 멋들어지게 굽이져 자란 소나무 옆에는 그 소나무만큼이나 잘생긴 개 한 마리도 꼬리를 흔들며 빤히 쳐다본다. 
사실 정원에 들어오면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잔디 위를 수놓은 듯 떨어져 있는 빨간 단풍잎이다. 정원 초입에 심어진 단풍나무는 촬영 전날 비가 오면서 계절을 알리듯 우수수 떨어져 잔디를 빨갛게 물들였다. 단풍나무에 간신히 달린 몇 개의 단풍잎이 겨울비가 야속하다는 듯 바람에 흔들리고 있었다. 주인은 단풍잎이 다 떨어져서 아쉬워 흔적이라도 남겨 놓고자 떨어진 단풍잎을 치우지 않았다고 했다. 나뭇가지에 단풍잎이 풍성하게 달린 모습도 화려하고 예쁘지만 나무 아래 떨어진 빨간 단풍잎도 그만의 운치가 있다.

함께 이사 온 텃밭과 허브

이 집에 이사 오기 전, 주인 가족은 아파트에서 살았다. 아파트에서도 베란다 한쪽 편에 텃밭을 만들어 지금과 같이 먹을 수 있는 채소를 심고 각종 허브를 키웠다고 한다. 그 텃밭은 지금 정원으로 들어오는 길에 놓인 텃밭 화분들이다. 상추와 같은 가족들이 함께 먹을 수 있는 채소를 기르고 있다. 올해도 상추가 잘 자라 모두 수확해 가족과 함께 먹고, 날이 추워지면서 지금은 계절 꽃과 마늘을 심어놓았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는데, 이 작은 텃밭 화분이 부모님의 소일거리로 애용되고 있다. 상추나 마늘 등 작물을 키우며 수확하는 재미를 느끼고 있다. 
텃밭과 함께 키웠던 허브들도 이사 올 때 함께 데려왔다. 정원 곳곳에 화분을 놓고, 그 중 하나는 소나무 밑에 심었다. 그랬더니 허브가 놀라우리만치 잘 자라고 있다며 주인은 뿌듯함을 보였다. 가져온 화분 중 몇 개는 집안에 들여놓았다. 그 화분들 역시 잘 자라고 있다. 아파트 베란다 텃밭을 만들어 손수 키우던 노하우가 지금 집에서도 적용되는 듯했다. 식물이 자라기 어려운 겨울임에도 불구하고 푸르게 잘 자라고 있으니 말이다. 
부모님이 애지중지 사랑을 듬뿍 담아 키운 동백꽃도 있다. 15년 전 남쪽에서 작은 모종을 가져온 것이 지금은 큰 화분으로 옮겼을 정도로 작은 나무가 되어 자랐다. 아직 동백나무의 꽃이 피지 않았지만, 꽃이 피면 정말 예쁘다고 한다. 동백나무가 편하게 더 잘 자라도록 내년에는 갑갑한 화분에서 벗어나 뿌리를 내릴 수 있게 정원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한다. 머지않아 만개할 붉은 동백꽃은 아마 정원의 색채에 활력을 더 불어넣어 주지 않을까. 정원과 어우러질 동백의 아름다움을 예상해본다.

주인의 손길로 직접 디자인한 정원

정원의 디자인은 주인이 직접 구상한 것이다. 처음에 잡혀 있던 건축 계획이 맘에 쏙 들지 않아 데크 사이즈를 조정하고 함께 들어올 강아지를 위해 손수 디자인을 잡았다. 
정원에 들어오면 가장 안쪽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소나무가 바로 눈에 들어온다. 오후 3시, 햇살을 한몸에 받고 있는 소나무의 곡선미는 정원의 운치를 더해준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게 굽이진 나무의 몸통과 가지의 굴곡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더울 때나 추울 때나 언제나 변함없이 있을 소나무는 개와 함께 이 집을 지키고 있는 게 아닐까.
주인의 취향에 따라 정원의 나무는 소나무와 단풍나무를 제외하고 모두 열매를 따 먹을 수 있는 과실수로 심었다. 데크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것은 대추나무다. 대추나무를 중심으로 감나무, 살구나무, 사과나무를 심었다. 주인은 올해 대추나무에만 열매가 열렸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내년에는 다른 과실수의 열매들이 조금은 열리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하고 있다. 
과실수의 열매가 열리면 아이들은 열매를 따 먹는 재미에 푹 빠진다. 요즘 도시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과실수. 아이들에게 있어 나무의 열매를 따 먹는 경험은 정원이 있기에 누릴 수 있는 색다른 체험이며, 재미다. 
원래는 개집 안에도 작은 나무가 하나 있었는데, 과실수의 열매를 따 먹는 아이들이 부러웠는지 개가 나무를 다 뜯어 먹어 지금은 뿌리밖에 안 남았다고 한다. 열매도 없는 그냥 푸른 잎이 맛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봄이나 여름이 되면 나무 데크 위에 테이블과 파라솔을 설치한다. 햇살 좋은 날, 테이블에 앉아 가족끼리 도란도란 이야기하거나, 한쪽에 있는 바비큐 도구로 정원에서 음식을 먹으면 돈 주고 갈 수 있는 야외 캠핑장 못지않다. 지금은 날이 추워져서 테이블과 파라솔은 치워 놓았다.

정원의 터줏대감, 잘생긴 애완견

정원을 들어서서 다른 것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커다란 개였다. 몸집은 크지만, 아직 한 살밖에 되지 않은 아가다. 잘생긴 이 아이는 사람들이 오자 즐거운 듯 이리저리 움직였다. 뭐가 그렇게 관심이 많은지 사진을 찍는 내내 호기심 있게 쳐다보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와 킁킁댔다. 펜스에 다가가 “이리 와” 하고 부르면 냉큼 달려와 애교를 부린다. 넓은 집과 탁 트인 환경에서 자라서인지 아주 활동적이고 순한 강아지였다. 
잘생긴 이 개가 이사 올 당시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작은 강아지였다고 한다. 강아지의 몸집이 커가면서 가족들은 개집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이사 오고 처음에는 개집을 따로 만들지 않고 정원에 그냥 풀어두었다. 그랬더니 생각보다 정원의 너무 많은 부분을 개가 차지하고 있었다고 한다. 마치 정원이 모두 자신의 집인 것 같은 느낌이었을까. 잘생긴 얼굴만큼 경치를 볼 줄 아는지 정원의 가장 좋은 전망에 항상 자리 잡고 있었다고. 하지만 개를 묶어놓고 키우기는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어 집을 만들어주기로 했다. 소나무 옆 정원 한쪽 편에 펜스를 설치하고 그 안에 나무를 심어주었다. 개집에 정원의 꽤 많은 부분을 할당했지만, 안이 훤히 보이는 검은 철재로 만들어 답답한 느낌이 없다. 소나무 밑에 개가 서 있을 때는 그것대로 멋있는 경관을 볼 수 있다.

장미 덩굴을 품은 작은 정원

데크 맞은편 정원의 울타리를 유심히 보면 덩굴이 울타리에 기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디서 올라온 것인가 했더니 정원 바로 아래에 또 다른 작은 정원이 만들어져 있다. 계단식으로 한 단 밑에 만든 작은 정원이다. 주인이 건축할 때 집의 모양과 맞추기 위해 메인 정원의 사이즈를 조금 작게 하고 그 밑에 작은 정원을 만든 것이다. 작은 정원에는 장미를 심어놓아 그 넝쿨이 벽과 울타리를 타고 올라왔다. 장미가 피는 5월이 되면 울타리 곳곳이 붉게 물든다. 생각보다 안 예뻐서 내년에는 장미를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작은 정원으로 바로 가는 길이 없어 보여서 주인에게 물어보니 담을 이용해 작은 정원으로 갈 수 있다고 했다. 평소에 물을 줄 때는 그냥 메인 정원에서 아래로 물을 흘리는 식으로 관리하고 있다.

겨울이 오면서 정원의 나무들은 소나무를 제외하고 잎이 모두 떨어졌다. 봄에는 푸른 싹을, 여름에는 풍성한 잎을, 가을에는 빨간 단풍을, 이제 겨울이 된 지금은 하얀 눈이 정원을 뒤덮을 것이다. 우리가 계절마다 다른 옷을 입듯 정원도 사계절 옷을 갈아입는다. 새로운 하얀 옷을 입게 될 정원. 그 속에서 뛰어놀 덩치 큰 강아지. 이 겨울, 눈이 오는 날에 따뜻한 차 한 잔을 하며 거실에서 유리창을 통해 바라볼 풍경을 상상하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느낀다. 계절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정원의 모습은 언제나 매력 있다. 그것이 많은 이들이 정원이 있는 집을 바라는 이유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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