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인기를 끌며 이제 최종회를 향해 치닫는 드라마 <위대한 조강지처>. 한기철(이종원)을 너무 사랑해 악녀가 되면서까지 사랑을 쟁취하려던 것으로 보였던 변순정(고서희)이 사실은 그의 돈을 노리고 접근한 꽃뱀이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났다. 한기철이 암 말기판정을 받아 치료 중인 틈을 타 몰래 그의 재산을 빼돌리려다 들통 난 것이다. 한기철의 전처이자 그와 재혼하려다가 변순정의 음모에 의해 실패한 조경순(김지영)을 비롯한 삼총사는 변순정을 응징하기 위해 단단히 벼르고 있다. 응징하는 방법이야 다양하겠지만 이들이 변순정을 법적으로 응징하려면 어떠한 방법을 취해야 하고 또 변순정은 어떠한 법의 심판을 받게 될까.
한기철의 재산을 빼돌리려 한 행위
변순정은 한기철이 암 말기판정을 받아 치료에 전념하는 틈을 타 그의 예금통장을 몰래 훔쳐 돈을 인출하려 했다. 한기철의 예금통장을 가져간 시점에서 이미 형법상 절도죄는 성립한다. 그러나, 예금통장에 들어있는 돈을 인출하는 데에는 실패했으므로 사기죄는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은행에 예금통장을 제시해 인출을 요구한 시점에 이미 사기죄 실행의 착수가 있었으므로 사기죄 미수죄가 성립한다. 실질적인 재산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으므로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이 문제 될 여지는 없어 보인다.
한기철과 조경순의 재혼을 방해한 행위
변순정은 한기철이 운영하는 골프연습장의 종업원으로 일하며 마치 처녀인 것처럼 신분을 속였으나 사실은 아이가 딸린 이혼녀였다. 한기철과 조경순은 한 번 이혼했다가 극적으로 화해해 재혼을 약속했지만 변순정이 마치 한기철과 잠자리를 가진 것처럼 계략을 꾸며 파혼시켰다. 한편, 조경순을 잊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한기철에게 자신과 결혼해 주지 않으면 성범죄로 고소할 것이라며 엄포를 놓기도 했다.
우선, 정황을 조작해 한기철과 조경순 사이의 결혼을 방해한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나 이를 형법상 범죄로 처벌하기에는 애매한 면이 많다. 거짓말은 했으나 이로 인해 직접적으로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한 것은 아니므로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 결혼을 방해하기는 했으나 결혼은 ‘업무’라고 보기 어려우므로 업무방해죄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 다만, 변순정의 행위는 민법상 불법행위에 해당한다. 따라서 한기철과 조경순은 변순정의 음모로 재혼에 실패한 데 대해 위자료를 청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얼핏 보기에는 변순정은 무일푼이므로 위자료 청구소송에서 승소해도 이를 집행하기는 불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지극히 현실적으로 접근하면 변순정이 아무리 잘못을 했어도 근로자의 지위를 상실하는 것은 아니므로 변순정이 골프연습장에서 퇴직한 이후 발생하는 퇴직금 중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압류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변순정이 한기철을 상대로 자신과 결혼하지 않으면 성범죄로 고소하겠다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협박죄 또는 강요죄가 성립할 수 있다.
변순정에 대한 현실적인 처벌 수위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변순정에게는 예금통장에 대한 절도죄, 예금통장에 들어 있는 돈을 인출하려 한 사기미수죄, 한기철에 대해 결혼해 주지 않으면 성범죄로 고소하겠다고 한 협박죄(또는 강요죄)가 성립한다. 실질적인 재산피해는 없으나 변순정은 이미 10회 이상의 사기전과를 갖고 있어 상습성이 인정되는 점, 재산피해는 없다 하나 한기철과 조경순이 파혼을 당하는 불이익을 당한 점 등이 고려된다면 징역형의 실형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민사상 위자료는 1,000만 원에서 2,000만 원 정도 인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글 강신범 변호사
2004년 제46회 사법시험에 합격. 2005년 2월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 대한법률구조공단, 서울북부지방법원 소속 국선전담변호사 등을 거치면서 1천500건 이상의 소송을 수행하였고, 현재는 법무법인 청람에서 구성원변호사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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