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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다, 능이주
약주의 세계화 가능성을 엿보다, 능이주
  • 백준상기자
  • 승인 2016.01.12 19: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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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주의 세계화는 과연 가능할까? 국내에서도 별로 팔리지 않는 약주를 외국에 판다는 것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다. 한약재 냄새 폴폴 풍기는 약주를 좋아하는 서양인은 별로 없다고 한다. 따라서 약주의 세계화는 중국이나 동남아로 한정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얼마 전 내국양조에서 빚은 능이주를 마셨을 때 약주의 세계화가 그리 먼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 능이주의 맛과 향이 그만큼 뛰어났던 것이다. 함께 시음한 사람들 사이에서도 쌀과 능이버섯을 발효시킨 술이 어찌 이리 상큼하고 세련될 수 있을까, 하는 감탄이 일었다.

능이버섯을 따로 먹었던 사람이 아니라서 능이버섯의 향과 맛을 정확히 분간할 수는 없었지만 (실제로는 표고버섯과 석이버섯도 들어갔다) 몸에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산도가 있어 상큼하고 목 넘김 이후 약한 단맛이 남아 자꾸 마시고 싶어졌다. 한약재 냄새 풍기지 않는 게 청주 같다는 느낌도 들었다. 

술에 기능성을 추가한다는 생각은 동서고금이 다르지 않았다. 고대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가 약초를 와인에 녹여서 만든 물약이, 술의 한 종류인 리큐르의 시초라고 한다. 서양에서도 증류주에 과일, 꽃, 약초, 식물 뿌리와 껍질 등을 넣은 혼성주의 역사가 꽤 깊다.

세계적인 술로 발전한 진(Gin)도 원래는 동인도 지역에서 일하는 네덜란드인을 열대성 열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뇨 효과가 있는 두송 열매(쥬니퍼 베리)를 약품으로 만들다가 급기야 알코올에 담가 증류시켜 약용주로 사용했던 것이다.

네덜란드에서 만들어지는 진은 지금도 헤비 타입으로 묵직하고 강한 향을 지녔다고 한다. 네덜란드에서 개발된 진은 영국을 거쳐 가벼운 풍미의 드라이 진으로 발전하고 현대에 들어서는 미국 등지에서 칵테일 베이스로 꽃을 피웠다. 그러한 과정에서 아이러니 하게도 진의 효능은 거의 주목받지 못하고 향만이 남았다.

이런 술의 역사에 비쳐볼 때 우리 약용주가 처한 현실과 미래에 대해 생각이 미치게 된다. 수많은 약들이 시판되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 술을 약으로 섭취한다는 개념이 과연 통용될 수 있을까.

알코올은 그 자체로서 ‘약’이다. 기분을 좋게 해주고 스트레스를 떨쳐내게 하는 탁월한 치료제인 것이다. 그리고 술에 다른 약효가 들어있다 하더라도 알코올에 치여서 크게 주목받지 못하는 현실이다.

실상 좋은 약술은 거의 개인의 집 장식장이나 식탁 위에 있다. 페트병 소주 속에 그럴듯한 약재를 직접 재운 그런 술들은 미약하나마 우리 반주문화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차례와 제사에는 암묵적으로 약주를 사용해야 한다는 한국의 술 문화가 아직은 한국의 약주산업을 떠받쳐주고 있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그럴 수는 없다. 특히 젊은 세대에게는 말이다. 약주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대중하게 어필할 수 있는, 약효보다는 독특한 향과 풍미를 갖춘 술을 개발하고 보급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다. 능이주를 마셔본 사람들과 함께 약주의 세계화에 대해 고민해보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능이주는 신세계백화점 식품코너 ‘우리술방’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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