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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네텃밭 윤정원 사무국장, 여성 농민이 만드는 공동체 농업을 꿈꾸다
언니네텃밭 윤정원 사무국장, 여성 농민이 만드는 공동체 농업을 꿈꾸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6.03.13 02: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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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농업은 더 이상 농민의 것이 아니다. 종자 시장은 기업에 의해 좌지우지하게 되었고, 농약 사용으로 먹을거리에 대한 위험성이 커지고 있다. 환경 파괴의 심각성도 이루 말할 수 없다. 거대 자본의 힘은 소농, 가족농을 해체하고, 지역 공동체가 갈 길을 잃게 했다. 우리 손을 떠나 버린 식량 주권. 이를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언니네텃밭 윤정원 사무국장을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윤정원 사무국장이 몸담은 언니네텃밭은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이 텃밭 중심의 농사, 친환경 농법을 기본으로 한 건강한 먹을거리, 여성 농민 중심의 공동체를 살려 내고자 만들어졌다. 2009년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7년째 이어져 오고 있다.
“언니네텃밭은 궁극적으로 식량 주권을 실현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식량 주권이란 생산자가 농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땅과 물, 씨앗을 사용, 관리할 수 있는 권리이다. 소비자에게는 건강한 농산물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라고도 할 수 있다. 언니네텃밭은 농업이 농민의 손에서 시작되어 소비자의 식탁에 가서야 비로소 완성되는 생태계를 목표로 하는 것이다.

대학 졸업 후 바로 농민의 길로

윤 사무국장이 이러한 언니네텃밭의 뜻과 함께하게 된 데에는 일련의 계기가 있었다. 대학을 졸업한 후 바로 농민의 길을 걸었다는 그는 불과 7년 전만 해도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의 회원이었다. 
“어릴 때부터 저는 부모님이 농사를 짓는 모습을 쭉 지켜보면서 자랐어요. 농민의 삶은 참 고달프죠. 예를 들어 고춧값이 폭락하면 아무런 대책이 없다가, 폭등할 때는 바로 수입 고추가 들어와 이른바 물가가 조정되잖아요. 농민들은 늘 도박하듯 농사를 지어야 하는 거예요.”
부모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농업의 현실을 체감한 그는 한 나라의 먹을거리를 생산하는 게 굉장히 중요한 일임에도 정작 농민들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라는 것에 회의를 느꼈다. “옛날에는 우리나라도 굉장히 농사 친화적인 국가였어요. 지금 유럽과 같은 선진국을 보면 먹을거리 자급률이 100% 이상이잖아요. 항상 식민지를 통해 먹을거리를 충당하던 영국에 제2차 세계대전이 일어나자 총을 맞아 죽는 사람보다 굶어 죽는 사람이 더 많았다고 해요. 전쟁으로 인해 식량 공급이 아예 막혀 버렸으니까요. 이에 대한 성찰로 유럽의 각 나라는 자국의 식량 자급률을 100% 이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거꾸로 가고 있어요.”
이윽고 그는 예부터 전해온 우리나라의 소중한 농업 문화를 지켜 내자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굉장한 포부와 큰 꿈을 가지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던 거죠.(웃음) 그러다 보니 농사의 소소한 즐거움도 알게 되었어요. 농사를 지어 본 분들은 알겠지만 자신이 직접 땅을 일구고 씨를 심어 그것이 싹이 트는 순간부터 조금씩 커 가는 것을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본다는 것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과 성취감,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줘요.”
아쉽게도 지금은 좀 더 큰 범위에서 이러한 농민의 삶과 건강한 먹을거리를 지키는 일에 힘쓰느라 농사일을 잠시 접은 그는, 앞으로 또 기회가 된다면 농터로 돌아가고 싶다고 했다.
“이를테면 저는 지금 사무실에서 열심히 사무 농사를 짓고 있는 거지요. 매일 내면에서 다시 농사를 짓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려요. 언젠가는 또 귀촌해 농사를 짓게 되지 않을까 싶어요.”

사무 농민 된 그의 언니네텃밭 가꾸기(記)

순간순간 농사에 대한 욕구가 마구 솟구친다는 그는, 그 에너지를 언니네텃밭이 이루고자 하는 농업의 꿈을 실현하는 데 대신 쏟고 있다. 그 구체적인 일로는 제철 꾸러미와 언니네 장터, 더 나아가 사회적 연대, 나눔의 행사가 있다.
먼저 그는 전국에 자리한 16개의 언니네텃밭 여성농민 공동체를 통해 소비자에게 제철 꾸러미를 발송하는 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제철 꾸러미는 매주 1회씩 발송하고 있어요. 소비자들이 꾸러미 회원에 가입해 일정 금액의 회비를 내면, 그 회비로 농사를 지은 생산자들이 공동체를 형성, 농산물의 생산 계획부터 발송 계획까지 모든 과정을 함께 결정합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서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나누는 일…. 정말 꿈같은 일 아닌가요?”
특히 수확 철이 아니면 별 돈벌이가 없는 농민들에게 꾸러미 회원들이 낸 회비가 매달 월급처럼 꼬박꼬박 들어가니, 더 이상 그들이 1년 농사를 지으며 불안에 떨 필요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아주 바람직한 농업 공동체의 예라고 할 수 있다.
“농민들의 가장 큰 고민은 1년 동안 뼈 빠지게 지은 농사가 수포가 되면 어쩌나 하는 거예요. 공급이 있으면 수요가 있어야 돈을 버는데, 수요를 예측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대신 꾸러미는 자신이 원하는 품목이 아니라 매주 농민들이 보내는 농산물을 그대로 받아먹어야 해요. 봄에는 봄나물이, 김장철에는 주로 배추가 가지요. 제철 꾸러미를 통해 계절의 변화도 느낄 수 있어 다들 참 좋아합니다.”
제철 꾸러미 외 언니네 장터의 경우 공동체가 없는 지역의 여성 농민 생산자도 참여할 수 있다. 그들이 농사지은 생산물을 언니네텃밭 홈페이지에서 판매하는 시스템이다. 기본적으로 채소 위주로 진행되는 제철 꾸러미와 달리, 언니네 장터는 다양한 곡식과 과일, 채소, 가공 먹을거리 등 다양한 물품을 판매한다.
무엇보다 그가 만들어 가고 있는 사회적 연대의 활동기가 가장 눈에 띈다. 그는 사회적 연대를 위해 먹을거리를 나누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경제적 여건상 건강한 먹을거리를 선택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먹을거리 나눔 행사를 진행하고 있어요. 언니네텃밭의 모든 공동체가 노숙자와 위안부 할머니, 해고 노동자와 가족, 재정이 어려운 연대 단체들에게 매주 1~2개씩 ‘기부 꾸러미’를 꾸려 보내고 있습니다.”

친환경 농업이 나간다

언니네텃밭 생산자 회원은 모두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저농약 이상의 친환경 농사를 짓고 있다. 제초제는 뿌려진 뒤 토양에 남아 농작물을 통해 인체로 돌아오기 때문에 인간과 자연에 좋지 않은, 인간이 만든 최악의 제품이라고 말하는 윤 사무국장. 그는 화학 농약을 천연 농약으로 바꾸고, ‘생태농업보급단’을 통해 천연 농약 제조 및 친환경 농업 교육에도 열중이다.
“언니네텃밭 제철 꾸러미 생산자는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차츰 전 과정을 친환경 농사로 전환하고 있어요. 아직 모두가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쩔 수 없이 화학물질을 쓰며 키운 농산물에는 그 성분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전 생산자가 친환경 농업 형태를 띠게 될 것이라고 봐요.”

여성 농민이 만드는 공동체 농업

그런데 왜 하필 그는 이 모든 과정을 여성 농민이 주도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일까? 전통적으로 이미 여성 농민은 농업에 있어서 많은 노동력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50% 이상의 노동력을 제공하면서도 여성이 중심이 된 농사는 없었던 것이 현실. 농사를 짓는 땅과 농사를 통해 생기는 수입도 대부분 남성 농민의 명의이자 소유였다.
“그러니까 여성 농민도 본인이 직접 수입을 창출하고, 또 그것을 관리하며 스스로 만들어 가는 삶을 살자는 거예요. 단순히 수입이 증가한다는 측면을 넘어 여성 농민은 자신감을 회복할 필요도 있습니다. 농업의 주 생산자로 자리매김해 가는, 여성 농민의 삶이 그렇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여성 농민이 만드는 공동체 농업. 이것이야말로 현재 윤 사무국장이 꿈꾸는 농업의 이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꾸준히 언니네텃밭을 가꾸어 갈 그가 앞으로는 또 어떠한 행보로 농업 생태계에 변화를 주도할지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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