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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과학 박사,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인류역사학 특강
뇌과학 박사,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 인류역사학 특강
  • 송혜란
  • 승인 2016.03.25 04: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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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모 사피엔스,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으로부터 어언 10만 년 전, 지구에는 대략 여섯 가지 종의 인간이 살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우리, 호모 사피엔스만 남아 있다.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을 지배하게 되었을까? 그리고, 앞으로 우리가 사는 세상은 어떻게 변화할까?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이어지는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의 인류 역사학 특강에서 그 답을 찾아보았다.

취재 송혜란 기자 사진 교보문고 북뉴스 제공

과학 정보 토크쇼 프로그램 <장영실쇼> 진행자로 유명한 카이스트 김대식 교수는 뇌과학 박사다. 독일 막스플랑크뇌과학연구소에서 뇌과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미국 MIT에서 박사후과정을 밟았다. 이후 일본 이화학연구소 연구원과 미국 미네소타 대학교 조교수, 보스턴 대학교 부교수로 근무했다. 지금은 카이스트 전자및전기공학과 교수로 지내며 주로 뇌과학과 뇌공학, 사회 뇌과학, 인공지능 등의 분야를 연구하고 있다.
특히 그는 뇌과학은 물론 인문학을 넘나드는 저작들로 지식의 최전선을 보여주는 것으로 자명하다. 그런 그가 전 세계 지성계를 강타한 화제의 책 <사피엔스>의 한국 출간을 맞아 김영사와 교보문고가 마련한 강연회에 강사로 초청되었다. <사피엔스>는 변방의 유인원 호모 사피엔스가 어떻게 지구의 지배자가 되었으며 향후 호모 사피엔스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지를 다룬 책이다. 불과 2년 전에 이 책을 읽었다는 그가 이날 강연회에서 어떤 이야기를 풀어놓을지 궁금증이 앞섰다.

역사란 무엇인가? 스몰 히스토리와 빅 히스토리

먼저 그는 진정한 역사의 정의부터 짚고 넘어갔다.
“우리나라에서도 역사책 논란이 끊임없이 일고 있지만, 이는 사실 전 세계적인 문제입니다. 새로운 역사책을 누가 쓸 것이냐는 방법론적인 것이고요. 가장 중요한 질문은 ‘역사란 무엇인가?’입니다. 우리는 보통 역사를 유럽과 동양, 남미로 나눠서 보지요. 세계사, 한국사, 또 근현대사까지 시기별로도 구분합니다. 이것은 스몰 히스토리, 굉장히 작은 역사입니다.”
스몰 히스토리의 반대는 빅 히스토리. 그는 “역사를 짧게 보지 말고, 크게 보자”고 말했다.
“우리는 역사를 공부할 때 일련의 사건들을 각각 나눠서 따로 공부하고 있는데, 세상은 절대 이런 식으로 쪼개지지 않습니다. 세상을 나눈 것은 사람이지, 역사는 한 번도 스스로 나뉜 적이 없습니다. 예전부터 계속 쭉 연결되어 있지요. 이것을 다시 나누는 것은 어떻게 보면 매우 인조적인 일입니다. 빅뱅부터 시작해 최초의 생물체, 인간, 문명까지 다 연결된 것이야말로 진정한 역사라고 봅니다.”
그동안 우리가 다룬 역사는 인간에 대한 것뿐이었다. 그러나 인간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인간의 DNA, 진화, 화학, 더 나아가 인간 다음의 세계도 추측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의 생각도 그와 비슷하다. 이스라엘 출신의 젊은 학자인 그의 주전공은 중세 전쟁사다. 그러나 그의 관심은 전쟁사에만 머물지 않고 인류학과 생물학, 역사의 전개 과정과 테크놀로지까지 확장되어 ‘빅 히스토리’로 나아가고 있다. 빅 히스토리의 연장선에서는 포스트 휴먼까지 등장한다.

상당히 똑똑했던 호모 사피엔스

본격적인 강의가 시작되자 그는 10만 년 전으로 돌아가 우리의 조상 호모 사피엔스를 살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인간은 나약한 존재, 작은 영장류 유인원 중 하나일 뿐이었다. 두꺼운 피부나 날개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래서 늘 표범과 같은 육식동물에게 잡아먹혔다. 지금도 큰 고릴라나 침팬지와 일대일로 싸우면 지는데 그 당시 상황은 어떠했겠나. 그런데 신기하게도 그들의 후손은 지금 모두 동물원 안에 있다. 인간의 숫자가 늘어나면서 수많은 동물이 멸종됐다. 소나 돼지 등 식량으로 삼는 특정 종들만 기하급수적으로 번식했다. 어쩌다 이렇게 됐을까?
“가장 간단한 답은 우리가 똑똑했기 때문입니다. 어느 순간부터 인류의 뇌가 커졌습니다. 원래는 더 커지고 싶었는데 두개골 크기가 작아 볼륨을 키울 수 없었지요. 대신 뇌의 크기는 고정하되 면적을 늘렸습니다. 구불구불하게 꼬인 뇌의 형태가 많은 것을 증명해줍니다.”
당시 나무에서 살던 인간이 직립까지 하면서 골반은 오히려 작아졌다. 두개골은 커지고 골반은 작아지는…. 이미 큰 두개골로 인해 산모와 아이의 반 이상이 출산 시에 죽는 상황도 비일비재했다고 한다.
“결국 인류는 뇌가 완성되어 더 커지기 전에 출산하게 됩니다. 동물들은 태어나자마자 걸을 수 있지만, 인간은 엄마의 배 속에서 충분히 크지 못해 걷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지요. 어린아이의 양육 기간도 늘어나고요. 그래서 가족이라는 사회 구조가 필요하지 않았느냐는 논리적인 잔상도 해봅니다. 엄마가 아기에게 젖을 먹일 동안 외부의 위험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먹을 것을 구해줄 누군가, 아빠가 필요했을 테니까요.”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미스테리

인류가 지구를 정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지능이고 지능은 큰 뇌에서 만들어진다고 할 때, 한 가지 이상한 일이 있다.
네안데르탈인의 멸종 미스테리다. 사실 호모 사피엔스는 유일한 인류가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 말고도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플로렌스인 등 적어도 여섯 종의 인류가 더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호모 사피엔스보다 훨씬 전에 등장해 유럽과 아시아를 장악한 인류였다. 이들은 비록 호모 사피엔스보다는 키가 작았지만 더 튼튼한 신체, 호모 사피엔스와 비슷하거나 더 큰 뇌, 지능을 가졌던 것으로 추측된다. 그런데 그들의 멸종 시기가 호모 사피엔스가 네안데르탈인의 영역에 도착한 시기와 겹친다는 것은 분명 우연이 아닐 것이다. 네안데르탈인뿐만 아니라 다른 인류 종들도 호모 사피엔스가 도착한 시기에 모두 멸종되었다.
“최근 상당히 많은 네안데르탈인의 뼈들이 발견됐는데 뼈가 그냥 뼈가 아니라 요리가 된 형태였습니다. 결국 우리는 식인종의 후손인 셈이지요. 물론 유라시아인은 1~4%의 네안데르탈인 DNA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설이기는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과의 경쟁에서 승리해 네안데르탈인 여자와 섹스를 하고 네안데르탈인 남자는 먹이로 삼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호모 사피엔스를 최강자로 만든 것일까? 네안데르탈인이 멸종되던 시기에 맘모스 등 거대 포유류도 함께 사라졌다. 네안데르탈인은 맘모스를 잡아먹지 않았던 것 같다. 맘모스의 멸종에는 호모 사피엔스가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으로 보이는데, 맘모스 같은 거대 포유류를 사냥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수 십 명이 협업해야 한다.
“그 말은 즉 호모 사피엔스에게는 그런 협업의 능력이 있었고, 그것이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킨 후 호모 사피엔스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가 되는 것입니다.”

이기적인 유전자, 이타적인 행동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협업을 할 수 있었을까?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는 이기적인 유전자가 자신의 DNA를 후대에 남기기 위해 인간이 이타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을 설명했다. 부모가 자신의 유전자를 남기기 위해서 아이를 잘 보살피고 양육하는 것처럼 말이다.
“영국의 인류학자 로빈 던바도 재미있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뇌 크기에 따라 사회적 그룹의 크기가 달라지는데 뇌가 작을수록 그룹의 구성원 수가 작아지고, 뇌가 클수록 그룹의 수가 많아진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 상태에서 105~140명 정도가 적절한 그룹의 크기라고 해요.”
이런 사회적 그룹 안에서는 ‘나’의 사회적 위치를 파악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많은 영장류들에게서 ‘이 잡아주기’가 관찰된다. 내가 상대방에게 세 번 이를 잡아줬는데 상대방은 한 번만 잡아줬다, 그러면 상대방이 대장이다. 내가 세 번 해줬는데 상대도 세 번 해주면 친구, 나보다 더 많이 이를 잡아주는 상대방은 나보다 서열이 더 아래인 것이다.
“이렇게 유인원들은 이타적인 행위를 통해 공감의 화폐를 나누며 사회적 계층 구조와 내 편을 확인합니다. 이것이 뇌 크기와 관련 있는 이유는, 공감의 화폐를 주고받으려면 상대방, 그리고 상대가 했던 행위를 기억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휴대전화에 100명 넘은 사람이 등록되어 있으면 등록된 사람들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잘 기억하지 못하는 것과 비슷하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창조적 정신병

자연 상태에서 인류가 이루는 사회적 그룹은 대개 혈연관계, 인척관계다. 그 사이에서 공감의 화폐를 나누며 이타적 행위를 하는 것은 유전자를 후대에 남기기 위한 것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가 나와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지 않는 수십만, 수백만의 사람들과 함께 살면서 서로 돕고 협업하는 것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창조적 정신병 때문입니다. 축구 경기에서 한 선수가 태클을 당해 넘어지는 장면을 보여주고, 넘어진 쪽이 우리 팀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태클을 한 쪽이 우리 팀이라고 했을 때보다 넘어진 선수의 아픔을 더 크게 느낍니다. 영장류의 이 잡기와 같은 방식으로 우리는 페이스북에서 ‘좋아요’를 누르기도 하지요. 아마도 네안데르탈인들은 눈에 보이는 것, 있는 그대로를 믿는 현실주의자였을 겁니다. 그에 비해 호모 사피엔스는 창조적인 정신병을 갖고 있었겠지요. 보이지 않는 것을 믿는 병이요.”
그렇게 존재하지 않는 것을 느끼고 믿기 시작한 호모 사피엔스는 사회적 그룹의 크기를 150명 이상으로 늘렸다. 결국 이러한 능력 덕분에 인류는 문명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그러나 거꾸로 말해 이는 내 편이 아닌 사람들의 고통에는 그만큼 관심이 없다고도 풀이된다.
“유발 하라리는 중세 전쟁사 전문가인데, 선과 사랑을 주장하는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 어떻게 그토록 서로에게 잔인하고 무자비할 수 있었던 걸까 하는 문제의식을 가졌던 것 같습니다. 오랫동안 같은 마을에 살던 사람끼리 어떻게 다른 종교를 믿는다는 이유로 서로를 죽일 수 있을까요? 이웃의 유대인보다 얼굴도 알 수 없는 다른 폴란드인과 나를 더 동일시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요? 아마 그도 이러한 의문으로 역사를 연구하다 인류의 문제까지 생각하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인간의 시대 그 이후는 기계의 시대가 올지도...

이기적인 유전자의 틀에서 벗어나 보이지 않는 것을 믿을 수 있게 됨으로써 인류는 문명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이제 인간은 인간의 미래를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을 만큼 과학기술도 발전시켰다. 이에 김대식 교수가 묻는다.
“그래서 우리가 여기까지 왔는데, 호모사피엔스 너는 이제 어디로 갈 거니?”
이제까지 인류의 진화는 우연한 결과였다면, 앞으로 인간의 미래는 인간이 결정할 수 있으며, 그 도구는 과학기술이 되리라는 것이 유발 하라리의 주장이다. 이미 우리의 기술은 사고로 팔이 마비된 환자가 손을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하면, 그 의도를 읽어내 전기적 신호로 바꿔 기계 팔을 움직이게 하는 수준까지 이르렀다. 광유전자를 이용해 기억을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아마도 몇 십 년 후에는 강남에 성형외과가 아니라 기억성형외과가 생길 수도 있겠지요. 물론 사회적,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수도 있지만, 사실 이를 금지하기도 참 애매합니다. 나의 안 좋은 기억을 내가 바꾸겠다고 하는데 누가 뭐라 할 수 있겠습니까. 내 얼굴이 마음에 들지 않아 내 돈 내고 성형수술 하는 것과 무엇이 다르겠어요.”
이미 호모 사피엔스는 많은 부분에서 자연스럽지 않다. 인류는 창의적인 정신병이 생긴 이후 지구의 모든 것을 인간 위주로 바꾸어 놓았기 때문이다. 인류가 지구를 지배할 수 있었던 것은 누군가 지구를 넘겨줬기 때문이 아니라 우리가 훔쳤기 때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인간의 시대를 넘어선 그 이후는 기계의 시대 혹은 초인간의 시대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어쩌면 유발 하라리의 걱정대로 인간이 신을 발명할 때 역사는 시작되었고, 인간이 신이 될 때 역사는 끝날지도 모릅니다. 인간이 어디로 가야하며 무엇을 추구해야 하는지 더 깊은 고민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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