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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걷기, 상수동 산책
느리게 걷기, 상수동 산책
  • 최효빈
  • 승인 2016.03.29 14: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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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기행
 

거리 곳곳에서 오후의 고양이와 같은 나른함이, 예술가의 진한 숨결이 느껴지는 동네 상수동. 추위가 잠시 쉬어가던 어느 맑은 날,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한 상수동을 조금 느리게 걸었다.

진행 및 사진 최효빈 기자

 

 

누구나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아지트가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한다. 만약 스스로 자신의 삶과 일상이 치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더더욱.
하루 종일 스트레스를 받아 누군가에게 위로받고 싶은 날, 누군가는 한강을 바라보며 복잡한 마음을 흘려보내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동네 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감정을 다스리기도 하며 또 다른 누군가는 자신의 방에 틀어박혀 원 없이 늘어지는 것일 텐데, 에디터에게 있어서 그렇게 한 템포 쉬어가는 아지트와 같은 곳은 바로 상수동이었다.
술집과 클럽, 옷가게가 즐비한 홍대 옆에 위치하였지만 조금은 진지한 듯 편안한 분위기를 형성하는 상수동은 동화 같은 카페와 주택을 개조한 아기자기한 음식점, 그리고 숨겨진 음악공연장과 스튜디오가 매력적인 곳으로 예전보다 찾는 이의 발걸음이 많아졌지만 여전히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 조용한 동네다.
홍대와 바로 붙어 있지만 가게마다 최신 유행곡을 크게 틀어 놓고 사람이 북적이는 거리 곳곳에서 항상 버스킹이 이어지는 홍대와는 달리 어느 가게 하나 노래를 크게 틀지도, 호객행위를 하지도 않는 상수동은 그저 조그만 가게 옆으로 길게 늘어선 줄이 ‘맛집’임을 가리키는 점잖은 곳이기도 하다.
또한 작은 골목골목마다 그려진 예술적인 벽화와 그래비티, 그리고 밤에는 Bar로, 낮에는 각종 플리마켓이 열리는 마켓으로 변신하는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상수동이 예술인들이 사랑하는 동네임을 알려주고 있다.
‘가로수길’, ‘경리단길’과 같이 상수동의 주요 거리를 일컫는 ‘로렌스길’은 상수역 1번 출구에서 시작된다. 로렌스길 입구에 위치한 우리나라 시계 브랜드 로렌스에서부터 길이 시작되어 붙여진 로렌스길은 걷고 구경하기 좋은 골목들이 지도로 그려져 있어 상수동을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역시 뭐니 뭐니 해도 상수동의 매력은 바로 ‘숨은 골목’.
 

 

‘아지트’라 함은 자고로 ‘숨어 있다’는 조건이 전제되어야 재밌는 법이기 때문에 로렌스길을 따라 그냥 쭉 걷기보다는 골목골목을 탐험하듯 살펴보길 추천한다. 어차피 대부분의 골목은 서로 이어져 언젠가는 아는 길을 만나게 될 테니 조금은 길을 잃어도 좋다.
알면 알수록, 가면 갈수록 재밌는 상수동. 상수동을 즐기는 마지막 방법을 전한다면 바로 ‘지금 당장’ 가는 것. 홍대를 기준으로 두고 건너편에 있는 동네인 연남동과 마찬가지로 상수동 역시 홍대 인근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많은 이들의 입소문을 타기 마련이며 사실 지금도 홍대만큼은 아니지만 꽤 많은 이들이 상수동의 존재를, 매력을 알아버렸으니 상수동이 더욱 ‘홍대화’ 되기 전, 지금 당장 상수동만의 분위기를 즐기기를, 자신만의 아지트를 만들어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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