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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지 오너셰프-식재료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다
김민지 오너셰프-식재료의 다양한 변신을 시도하다
  • 김이연 기자
  • 승인 2016.04.28 17: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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깔끔하고 모던한 퓨전 한식 레스토랑으로 잘 알려진 민스키친의 김민지 오너 셰프. 식재료의 한정된 역할에 국한하지 않고 다양한 시도를 통해 획기적인 메뉴를 개발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는 김민지 셰프를 만났다.

진행 김이연 기자|사진 맹석호

드라마나 영화를 봐도 변신을 시도하는 배우가 아름다운 법이다. 이태리 파스타의 주재료인 파스타 면이 으레 짐작되는 맛이 아닌 고추장에 버무린 라볶이 면으로 나온다면 어떨까. 김민지 셰프는 식재료의 고정관념 깨기를 즐기는 요리사다. 어딜 가나 똑같은 메뉴가 식상했던 참이라면, 김민지 셰프의 요리를 만나보자.

오케스트라 단원에서 한식 요리사로

오케스트라 단원까지 지낸 바순 연주가였던 그녀가 셰프로 새 인생을 살게 된 계기가 무엇일까? 그녀는 원래 손으로 만들기를 좋아해서 요리가 취미이기도 했지만, 좀 더 색다른 이유도 있다고 털어놓는다.
“파리에서 음악 레슨을 받으러 가던 중 하얀 조리복을 입은 학생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어요. 일단 요리학교에서 단기 코스부터 시작해 방학이면 한국에 들어와 요리 수업을 들으러 다녔죠.”
하얀 조리복에서 섬광이 번뜩이더니 ‘저거야!’ 하는 순간적인 깨달음을 느낀 게 아니었을까. 그녀는 그렇게 음악과 요리를 병행하기 시작했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시작한 소규모 요리 강의는 입소문을 타고 번졌다. 마침내 청담동에서 6개의 테이블로 그녀만의 작은 세계가 열렸다. 큰 용기가 필요했을 전향에 대해, 그녀는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때는 요리를 너무 하고 싶어서 미쳐 있었어요. 그리고 후회하지도 않아요. 한식은 손맛, 불맛보다 연륜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직 배우고 익힐 것들이 많아요. 천직인가 봐요.”

유학생활 중 만든 퓨전음식이 지금의 밑바탕이 되다

외국에서 다양한 음식을 많이 접했을 그녀가 한식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혼자 살면서 만들었던 퓨전 한식의 영향이 컸다. 한국의 매운 맛이 그리울 때면, 파스타로 라볶이나 비빔면을 만들어 먹었다. 외국 마트에서 파는 식재료로 한국 음식을 만들다 보면 이처럼 재미있는 퓨전 요리들이 나오곤 했다.
“우리나라 음식을 색다른 재료로 만드는 변형 작업이 재미있었어요. 가장 흥미롭고 자신 있는 분야였죠. 또 한식은 우리나라 음식이니까 질리지 않잖아요. 어제 봤던 손님을 오늘도, 내일도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한식을 선택했어요.”
장은 직접 만들어 사용하고 조청이나 젓갈 같은 소스는 명인에게서 수급 받는다. 전국의 명인을 만나 얻은 지혜를 바탕으로 저술한 <코리안 아이콘을 찾아서>가 인연이 됐다.

민스키친의 시그니처 메뉴가 된 콩나물냉채

민스키친의 시그니처 메뉴인 콩나물냉채는 재료가 모두 소진되는 바람에 급하게 만든 요리였다. 기다리는 손님들이 많은데 재료가 똑 떨어진 것. 그때 눈에 띈 것이 삶아 놓은 콩나물이었다. 콩나물로 무언가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콩나물을 메인으로 얼른 고명과 소스를 더해 예쁜 그릇에 담아서 냈다. 그 이후로 오는 손님마다 메뉴에도 없는 콩나물냉채를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생각지도 않았던 요리가 인기를 모으더니 민스키친의 시그니처 메뉴가 되었다. 콩나물냉채는 네덜란드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할 때 만들었던 숙주요리에서 착안했다. 대신 숙주를 콩나물로 바꾸면 훨씬 색감과 식감이 좋을 것 같았다. 유학 생활을 하면서 만들었던 요리가 다급한 상황의 구원수가 되었다.

김민지 셰프가 추천하는 민스키친 메인 메뉴
묵은지삼겹살찜 & 두부튀김샐러드

묵인지삼겹살은 오픈 초창기 메뉴이자 가장 사랑받는 메뉴 중 하나다. 묵인지삼겹살 하면 흔히 빨간 찜요리를 떠올리는데, 좀 더 깔끔하게 먹을 수 있는 방법으로 묵은지를 씻어 사용했다. 씻은 묵은지로 삼겹살을 말아 찌면 고기의 누린내가 제거되고 김치향이 고기에 배어 새콤하고 담백한 맛이 난다. 두부튀김샐러드는 두부로 만든 건강식이다. 참깨 소스를 개발하고 두부의 아삭한 느낌을 살리기 위해 녹말가루를 발라서 튀겼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식감이 일품이다.

요리는 즐겨야 제 맛

요리를 즐기자는 것이 그녀의 모토다. 메뉴 개발 과정에서도 심각하게 고민을 거듭하기보다 식재료를 가지고 이것저것 만들어보며 노는 편이다. 말도 안 되는 것처럼 보이는 요리도 약간의 변형을 거치면 그게 재미있는 요리가 된다. 재료에 대한 고민이 적어야 기상천외한 요리가 나오는 법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본연의 맛에 집중하는 것. 재료의 쓰임새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면 간식도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그리고 올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보다 지금 하고 있는 것들을 잘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훗날에는 부재료에 집중한 레시피를 연구하는 것도 계획이다. 예컨대, 반찬으로 주로 먹는 시금치를 활용해 메인 요리를 만드는 것이다. 민스키친의 꽃, 콩나물냉채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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