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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들협동조합 황윤지 위원장, 강의실보다 텃밭을 배움터로 삼다
씨앗들협동조합 황윤지 위원장, 강의실보다 텃밭을 배움터로 삼다
  • 송혜란
  • 승인 2016.05.31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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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한 대학의 자투리땅에 학생들이 모여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그들이 뿌린 씨앗은 흙을 비집고 싹을 틔우며 무럭무럭 자라 협동조합의 형태로 완성되었다. ‘씨앗들협동조합’. 그 중심에 서 있는 황윤지 위원장을 만났다.

취재 송혜란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씨앗들협동조합은 대학교 안 버려진 땅에서 텃밭을 가꾸고 싶은 학생들이 모여 만든 협동조합이다. 그린 라이프스타일을 공유하는 또래들이 힘을 모아 텃밭을 경작하며 나눠 먹고 이야기하는 활동을 통해 도시농업의 진정한 가치를 실현해 왔다. 정식으로 협동조합이 된 2010년부터는 대학에 텃밭을 보급하고, e-레알텃밭학교를 개최하는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처음 시작은 대학 동아리였어요. 친한 선후배들과 함께 학교에서 몰래 자투리땅에 농사를 지었는데, 아시다시피 이러한 일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되게 성품이 좋잖아요. 착하고 순박한 아름다운 사람들…. 졸업 후에도 계속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마음에 아예 조직을 만들기로 했죠. 그때 마침 협동조합기본법이 생겼어요. 학교 밖으로 나가 사회에도 좋은 영향을 미치자는 뜻이 한데 모여 지금의 씨앗들협동조합이 되었습니다.”

30명 남짓한 조합원들이 도시농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각양각색이다. 그녀의 경우 채식을 하게 된 것이 큰 계기가 되었다.

“지금은 아닌데 당시 제가 채식을 하고 있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채식하기 굉장히 불편하잖아요. 거의 모든 음식에 고기가 재료로 들어가니까요. 밖에 나가서 까다롭게 일일이 고기를 다 발라 먹기도 힘들고, 그렇다고 음식을 버릴 수는 없으니까 자연스럽게 제가 직접 길러 먹을 수 있는 먹을거리에 관심이 갔던 것 같아요. 그러다 소소한 농사의 즐거움도 알게 됐고요.”

어떤 친구는 아예 농사짓는 노동의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텃밭을 기르기도 한다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 역시 강의실에 앉아서 공부만 하다 직접 몸 쓰는 일을 하다 보니 거기서 오는 보람도 컸다고 말했다. 서울 토박이라 농촌을 전혀 경험해 본 적 없는 그녀는 당근을 씨를 뿌려 키운다는 사실에도 작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초, 중, 고등학교 정규 교육에서 한 번도 이러한 농사에 대해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매일 삼시세끼를 먹으면서 정작 농산물과는 유리된 삶을 살고 있었던 거예요. 참 이상한 일이죠. 지금이라도 농사에 대해 알아 가는 일이 굉장히 의미 있다고 봅니다. 다들 저처럼 농사짓는 일이 서툰 사람이라 책을 보며 씨도 간격을 일일이 자로 3cm 딱 재어서 뿌리기도 했어요.(웃음)”

텃밭이 주는 치유의 힘과 교육적 가치

본격적으로 씨앗들협동조합을 등록한 후 서울시 지원을 받아 여러 사업을 펼친 황윤지 위원장. 특히 그녀는 지난 가을 아픈 환자들이 있는 병원에서 지었던 농사 경험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고 말했다.

“병원에서 치매 노인, 암환자와 함께 1년 동안 텃밭을 가꾸었는데요. 아주 작은 상자 텃밭만 키웠을 뿐인데, 반응이 꽤 좋았어요. 환자들이 옥상에 너무 자주 찾아와 물을 많이 주는 게 문제일 정도였어요.(웃음) 서로 자기 텃밭이라고 이름표 붙이기도 바빴지 뭐예요. 아픈 분들인데 텃밭을 키울 때만큼은 생기 있어 보이니까 그걸 지켜보는 저도 너무 감사하고 행복하더랍니다. 작은 생명이지만 그 생명이 주는 에너지가 엄청난 것 같아요.”

이에 그녀는 씨앗들협동조합을 통해 텃밭 교육 사업을 많이 진행하고 있다. ‘e-레알텃밭학교’가 바로 그것. 가끔 도시농업 때문에 지방 농가가 더 어려워진다는 호통을 들을 때면 그녀는 더욱 텃밭의 교육적 가치를 강하게 주장하곤 한다.

“텃밭으로 농산물을 생산해 봤자 어차피 양도 얼마 안 되잖아요. 오히려 도시농업을 경험해 본 사람이 우리 농산물의 소중함을 깨닫고 매일 밥상에 올라오는 음식도 다르게 보며 조그마한 잎사귀 하나도 쉽게 버리지 못합니다. 텃밭 가꾸기를 통해 삶의 태도가 바뀌는 사람들을 목도하는 것도 저한테 큰 기쁨이에요. 제가 밥상을 바꿀 순 없지만, 한 사람을 건강한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수는 있잖아요. 거기에 교육적 가치도 있어요.”

마트에서 정리된 채소만 사 먹으며 농사의 끝자락에 잠시 참여했던 사람들. e-레알텃밭학교는 이들을 텃밭으로 끌어들여 실질적인 농사법에 대해 가르친다.

“저희가 처음 농사를 지을 때 시행착오가 많았잖아요. 기본기가 없으니까 책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죠. 항상 좀 더 생생한 농사에 갈증이 있었는데, 다른 친구들도 다 같은 마음이더라고요. 콘텐츠는 이러닝 형태로 만들었어요. 씨앗 심는 법부터 물주는 법, 분갈이하는 방법 등 인터넷에 검색하면 무료로 볼 수 있습니다.”

도시농업 웹진 나온다

협동조합 성격 상 조합원의 회의 하에 모든 것이 결정되는 씨앗들협동조합. 꾸준히 농사만 지으려는 사람,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참 많은 사람, 교육 콘텐츠 사업을 하고 싶은 사람, 조합원마다 성격도 상이해서 씨앗들협동조합은 매번 주도하는 친구가 누구냐에 따라 주력 사업도 달라진다. 올해는 도시농업을 위한 웹진과 블로그 사업을 준비 중에 있다.

“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도시농업에 대해 잘 알잖아요. 다만 시작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막연해 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올해는 보다 많은 사람들이 도시농업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는 콘텐츠를 만들어 웹진이나 블로그 형태로 보급하려고 해요. 각자 삶이 바빠 일을 병행하기 버겁긴 하지만, 그래서 더욱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기도 해요. 좋은 사람들이 만난만큼 작게나마 사회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사업도 계속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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