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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티 댄스의 새 지평 열어가는 춤문화운동가 최보결 박사
커뮤니티 댄스의 새 지평 열어가는 춤문화운동가 최보결 박사
  • 백준상기자
  • 승인 2016.11.03 09: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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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화계에 때 아닌 ‘막춤’ 열풍이 일고 있다. 유명 안무가 최보결 박사가 이끄는 ‘커뮤니티 댄스’ 강좌에 대한 높은 호응도를 보여주는 현상이다. 최보결 박사를 만나, 보기에는 막춤 같아도 커다란 개인적 효과와 사회적 기능을 갖는 커뮤니티 댄스와 이 시대 춤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취재 백준상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춤은 전문가가 무대에서 추는 것만이 다가 아니다. 누구든 특별한 테크닉이 없어도 춤을 출 수 있고 그로 인해 한결 성숙된 자신을 만날 수 있다.’
최근 이런 모토를 가지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춤 강습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는 무용인이 있다. 바로 ‘보결 댄스 씨어터’ 안무가인 최보결 박사이다. 경희대 무용과와 같은 대학원을 졸업한 그녀는 동덕여대에서 현상학의 대가인 메를로 퐁티의 몸철학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최 박사는 최경실이란 개명 전 이름으로 2010년 현대무용진흥회 주최 ‘올해의 최고무용가상’과 31회 서울무용제 ‘안무대상’을 수상한데 이어 2012년 올해의 최고 전문무용인 최고상, 지난해 제23회 무용예술상 포스트예술상 등을 수상한 화려한 무대 경력도 지녔다. 무용계에서는 드물게 이론과 실기를 모두 갖춘 현대무용가라고 할 수 있다.
그런 그녀가 근래 기업 강의, 시민 교육, 청소년 대상 인문학 강좌 등을 통해 각계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춤을 가르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춤추는 법을 가르치지는 않는다. 그냥 느끼는 대로 추라고 말할 뿐이다. 처음에 부끄러워하던 수강생들이 이내 자신만의 춤을 추게 되고  즐거움과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그들은 “자연스레 힐링이 된다”며 그 춤을 ‘힐링 춤’ ‘삶을 치유하는 춤’이라고 이름 붙였다. 춤 강좌는 좋다는 소문이 났고, 그녀는 여기저기로부터 불려 다니기에 바쁘다.

춤에는 상처 치유하고 자존감 높이는 기능 있어
“제게 춤을 배우는 사람들이 마음속에 있던 상처가 많이 치유된다며 고마움을 표현합니다. 춤은 인류 최초의 언어인 몸의 움직임을 통해 자신과 소통하는 가장 빠른 길입니다. 춤 명상을 통해 마음속에 쌓여 있던 탁한 기운과 불안, 절망, 스트레스 등 한순간에 털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전문 무용인인 최 박사가 기꺼이 무대를 내려올 수 있었던 것은 그런 춤의 효과와 가능성 때문이라고 했다. 예술가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라 일반인들과 교류함으로써 춤의 사회적 가치를 함께 나누는 것이 예술가 본연의 역할이라고 본 것이다.
그녀는 춤을 통해 사람이 정화되고 치유되는 근본 원인이 인류에게 몸이 항상 배제되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정신과 육체는 분리될 수 없는 것이고 심리적인 것이 육체에 바로 영향을 미침에도 불구하고 정신과 육체의 인위적인 분리로 인간은 스트레스 상태에 처하게 되었다.
정신과 육체를 분리하는 기독교의 이분법적 문화에 의해 혼돈스러움은 가중되었고, 현대사회는 원하는 삶을 살고 싶어 하는 생명의 욕구를 짓밟고 인간을 한낱 소모품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최 박사는 몸에 대한 관점을 바꿈으로 인해 세상을 보는 방식을 달리하고 삶의 방식을 바꿀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 매개체가 바로 몸을 재료로 하는 춤이라는 것. 그녀는 기술이 뛰어나야 춤이 꼭 감동을 줄 수 있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어떤 움직임도 춤이 되며 휠체어에 앉아서도 춤이 가능하다고 그는 강조했다.
“우리 모두가 예술가입니다. 누구나 감동적인 춤을 출 수 있습니다. 두려움에, 부끄러움에 억압되어 있는 몸을 춤으로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저의 역할입니다. 춤으로 인해 정화되고 치유되어 되찾은 건강함은 사회가 꼭 필요로 하는 것이지요.”
그녀는 일제 식민지시대에 우리 춤과 노래가 말살당해 우리에겐 억압이 더 심했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스스로의 취약성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그럼으로 인해 자신 내면의 파워도 드러날 것이라 했다. 
그녀에 따르면 춤을 통해 사람들은 자기 성찰을 거쳐 치유와 회복에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다. 춤에 대한 선입견이 없는 일반인들에게 이런 춤의 효과는 충격적으로 다가오는데 이를 통해 삶의 관점과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꿀 수 있다. 춤을 통한 자신감의 회복으로 주인의식을 되찾고 주체적 인간으로 변화할 수 있는 것이다.

춤의 사회적 가치 널리 공유돼야 건강한 사회 가능
우리는 춤을 통해 몸을 되찾는 것, 우리의 온전한 육체성을 회복함으로써 창조성에 다가설 수 있다. 머리로만 하는 교육, 정신성만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창조성이 발현되기 힘들다. 창조성은 쉬고 비워내고 회복하며 자기 자신을 발견하면서 비로소 얻어지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완전한 이완이 필요하다. 춤은 스포츠와는 달리 속 근육을 움직임으로써 완전한 이완에 도달하여 진정한 자기 자신과 조우하며 창조성과 자연스레 만날 수 있다. 춤은 동적인 것과 정적인 것을 모두 포괄하지만 이러한 것을 끄집어내는 적극적인 명상이라는 점에서 획기적이다.
“옛 인디언들은 슬플 때 그 슬픔의 고통이 없어질 때까지 춤을 췄다고 합니다. 기쁠 때 역시 춤을 추워 그 기쁨을 두 배로 누렸다고 합니다. 춤은 스스로 치유하는 힘이 있으며 거기서 놀이성과 창조성도 나옵니다. 요즘 ‘창조’에 대해 많이들 얘기하지만 우리는 모두 내면에 창조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하지만 깊은 내적 성찰이 없이 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지요.”
창조성에 접근하기 위해서는 단지 대뇌 중심의 인지적 지성이 아니라 가장 최고의 지성인 몸적 지성을 확립해야 한다고 그는 덧붙였다. 철학자 니체도 ‘몸은 커다란 이성’이라고 말한 바 있다.
알파고에서 드러났듯 인류는 이성과 머리로는 할 만큼 다했다. 하지만 창조성은 이성, 인지보다는 감성, 감각에 보다 의지하여 오히려 인지적이 아닐 때 인간의 잠재성이 나온다고 한다. 즉흥, 우연에 창조적 에너지가 더 충만하다. 이제 몸 전체 지성으로 보는 관점,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꿔야 할 때라고 그녀는 강조했다. 
최 박사는 최근 한국표현예술치료학회를 발족했다. 그녀는 2013년 미국으로 건너가 표현예술치료의 대가인 무용가 안나 할프린(Anna Halprin)이 주관하는 표현예술통합치료 과정을 수료한 바 있다. 춤과 삶이 연결되어야 하고 춤의 사회적 가치를 공동체에 널리 알리기 위한 것이다. 그녀는 제도와 이념을 사회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 개인의 변화가 모여져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낸다고 믿고 있다.
춤의 사회적 가치를 공유하고자 하는 이런 춤을 특별히 ‘커뮤니티 댄스’(Community Dance : 공동체 춤)라고 부르는데 유럽 특히 영국에서 매우 활성화 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끔 서양의 수강생들이 최 박사를 찾아와 배움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녀는 서양이 우리보다 먼저 커뮤니티 댄스를 시작했지만 그 근본은 동양의 것이고 동양의 정서와 매우 잘 어울린다고 분석했다. 서양인들은 아직 이성과 인지의 대척점에 있는 감성과 감각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그녀는 한국이 장차 춤의 메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적어도 표현의 춤 분야에서 말이다.

자신의 춤을 추어라, 그게 막춤이라도
최 박사는 지금까지의 무용 인생에서 “어떤 춤을 춰야할까?”에 대해 고민했었다. 춤 표현을 공부하면서 몸을 알아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재료인 몸에 대해 공부하게 되었다. 춤이 가진 원래의 가치나 본질은 사람에게 너무 필요한 것이고 정말 위대한 것이지만 우리가 그렇게 못하고 있다고 느꼈다고 한다.
그녀는 어려였을 때부터 자신이 자발적으로 추고 싶은 추는 것을 원했다고 한다. 화가인 아버지를 닮아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으며, 2012년부터는 자신의 공연에 일반사람들을 출연시키기도 했다.
최 박사는 기억 정보는 몸에 쌓이는데 이를 풀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 했다. 이를 풀어내려면 몸을 움직여 표현하는 것이 제일로, 그래서 그녀는 춤을 “세상문제를 푸는 열쇠다”라고 말한다. 병들고 어려운 사회를 해결하는 것이 ‘춤’이고 이를 널리 보급하는 것은 사회문화운동이라고 생각한다.
“권력자들은 예부터 사람들의 몸을 구속하여 길들어지게 하고 복종시키려 했습니다. 하지만 몸을 움직이고 춤추면 감각이 활성화되어 자유로워지고 의식이 깨어나 길들여지지 않고 복종하게 되지도 않습니다. 춤을 추면 사회를 조화롭게 만들 전인성(全人性)이 생기고 자존감과 더불어 타인에 대한 존중감도 생깁니다. 춤이 문명을 밝고 건강하게 바꾸는데 기여하리라 믿습니다.”
니체는 “난 춤 출 줄 아는 신만을 믿는다”고 했다. “어린아이처럼 춤을 추며 잘 사는 것이 최고의 삶”이라고도 했다. 그의 말뜻은 인간 본성을 담은 디오니소스를 현재로 소환하자는 것에 다름 아니다. 최보결 박사는 오늘도 춤을 춘다. 디오니소스를 가득 채운 춤을, 다른 사람들과 더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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