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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근 아나운서의 '마흔 즈음에' 새로운 도전, 그리고 사랑
김정근 아나운서의 '마흔 즈음에' 새로운 도전, 그리고 사랑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7.07.16 23: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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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MBC 교양 프로그램으로 따뜻한 기운을 전해 온 김정근 아나운서. 어느덧 13년 차 아나운서가 되어 명성을 떨친 그가 나이 마흔의 문턱을 넘어서며 새로운 도전장을 던졌다. 당당히 프리랜서를 선언하며 MBC 퇴사, 연기에 대한 욕심도 내비쳤는데…. 때마침 태어난 딸 서아가 조금씩 커 가는 순간순간을 함께할 수 있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는 그를 양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 김정근 아나운서.


흔히 남자 나이 마흔을 일컬어 불혹이라고들 한다. 김정근 아나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어렵사리 아나운서가 되었을 것이고, 또 MBC면 안정적인 직장인 데다 연봉도 꽤 높았을 텐데 그의 퇴사 소식은 모두를 놀라게 했으니 말이다.

“회사 생활을 한 지 13년쯤 됐어요. 마흔 살이 되니까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회사 안에서 방송하는 것도 즐거웠지만, 대학원에서 연극을 배우다 보니 갈증이 더 심해진 것 같아요. 연차가 쌓이며 조직 안에서 제가 해야 할 일은 후배들의 멘토이기도 했고요. 이 역할도 매우 소중하지만, 제가 밖에서 무엇인가를 좀 더 해 볼 시기가 있다면 바로 지금이 아닐까? 한참 고민하다가 한번 도전해 보자 싶었죠.”

마이 웨이

이러한 그의 결정에 부모님, 특히 당시 임신 6개월이었던 아내 이지애 아나운서 등 가족은 흔쾌히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터. 오랜 시간 그를 지켜본 직장 동료들 역시 그의 성향을 잘 알기에 한사코 붙잡았다고 한다.

“다 반대했어요. 찬성한 사람은 단 한 명도 없었습니다. 저보다 먼저 프리랜서의 길을 간 아내도 한 명은 안정적이었으면 좋겠다고 말렸는걸요. 어려운 시절을 함께한 선후배 아나운서들도 끈끈한 정이 있어서인지 20~30년 MBC 구성원으로 오래오래 있자고 설득했고요.”

그럼에도 그가 자신의 신념을 강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사실 어떠한 이끌림이라고 밖에 설명이 불가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제가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요.(웃음) MBC 파업 때 동참하면서 저도 나름대로 지쳤고요. 무엇보다 정말 새로운 경험을 하고 싶다는 열망이 가장 크게 작용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100세 시대에 마흔 살이면 인생의 3분의 1 정도 산 격이다. 남은 삶을 즐겁게 보내기 위해 새로운 도전은 선택이 아닌 필수인 세상이다. 그렇게 자유의 몸이 된 지 겨우 두 달이 되었다는 김정근 아나운서. MBC라는 간판을 떼어 낸 그는 앞으로 채워야 할 알맹이가 상당히 많아졌다. 문득 문득 회사의 안락함이 그리워지기도 한다는 그이지만 그동안 시간이 없어 하지 못했던 일들을 즐기며, 또 야생 문법을 배우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있다. 반드시 후회는 없어야 한다고 다짐하면서….

딸 바보 아빠의 제2 인생은

프리랜서 아나운서가 된 후 그의 삶에도 작은 변화들이 포착되었다. 딸 서아로 인해 마치 ‘육아 퇴직’을 한 기분이라는 농담도 할 만큼 여유로워진 김 아나운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아기 보고, 집에서 틈틈이 운동도 하며, 하루 종일 계속 아이랑 있는 일과예요. 다행히 서아가 방긋방긋 잘 웃어요. 100일도 안 됐을 땐 자꾸 울어대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웠거든요. 지금은 아이가 하나하나 변해가는 모습을 다 지켜볼 수 있어 너무 좋아요. 대부분 남자는 직장에서 일하느라 이 기분을 잘 모른다고 하더라고요. 지금 이 순간을 최대한 즐겨 보려고 해요.”

아직 스케줄이 많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아이를 보면서도 제2의 인생 설계도 소홀히 하지 않은 그가 향후 어떠한 활동을 이어갈지 궁금했다. 일단 MBC에서 했던 교양 프로그램이나 스포츠 뉴스 MC를 맡지 않을까? 누구보다 편안한 진행으로 주목받은 그인 만큼 앞으로도 따뜻한 기운을 전달하는 게 궁극적인 목표일 것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다는 김 아나운서. 특히 기회만 된다면 연기도 해 보고 싶다는 그의 말은 귀를 솔깃하게 했다.

“제가 대학원에서 연기를 전공했어요. 지금 당장 배우가 되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다만 전체적으로 극이 흐르는 데 무리가 없게끔 아주 작은 역할이라도 맡아 배우 생활을 시작해 보고 싶어요. 방송에서 제가 발을 디딜 수 있는 영역을 조금씩 확장해가는 거지요.”

잘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이지만 그가 배우를 꿈꾼 지는 꽤 오래전부터다. 어릴 적 연극을 전공한 아버지를 보고 자란 그는 무대에 대한 동경과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러나 배우가 된다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잘 알고 계신 그의 아버지는 ‘현실적인 꿈을 가져라’라는 말을 자주 하셨다고 한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뜻대로 경영학을 전공했고, 졸업 후 은행, 패션 회사를 전전하다 조금이나마 꿈에 더 가까운 아나운서가 되었던 것이다.

“아나운서도 무엇인가 표현하는 직업이잖아요. 어떻게 보면 이것도 연기의 한 영역일 수 있어요. 아나운서가 되면서도 늘 생각했어요. 아나운서의 말과 배우의 말에는 어떠한 공통점, 차이점이 있을까? 아나운서가 배우에게 배울 것도 참 많더라고요.”

배우에 대한 호기심에 대학원까지 가게 된 김 아나운서. 실제로 두 편의 연극 무대에 서 보기도 한 그는 뜻밖에 연기가 괜찮다는 평을 많이 받으며 자신감을 키웠다.
“언젠가 오디션도 한 번 봐 볼 거예요!”

▲ 김정근 아나운서.


일도, 사랑도 함께하게 된 부부

아나운서 김정근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아마도 ‘조직적인 사람’, ‘얼굴에 성실이라고 쓰여 있는 사람’일 것이다. 그러나 브라운관을 벗어난 그는 듬직한 선배 같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꽤 끼 많은 뮤지컬 배우 같은 느낌이 물씬 풍겼다.
“아무래도 방송에는 정직한 모습만 나오니까요. 아내는 잘 알죠. 솔직히 제가 약간 똘기(?)도 있거든요.”

그의 색다른 모습은 아내 이지애 아나운서의 소속사인 디모스트엔터테인먼트 이상민 대표가 먼저 알아봤다.
“언젠가 아내와 함께 식사를 한 적 있는데요. 제가 의외로 재밌는데 방송에서 많이 못 풀어내는 것 같다고 아쉬워하더라고요. 어느 날 연락이 와서는 같이 즐겁게 일해 보자고 제안하시기에 흔쾌히 받아들였습니다.”

이윽고 아내와 일도, 사랑도 한 지붕 아래서 싹 틔우게 된 김정근 아나운서. 그는 이지애 아나운서 이야기만 나오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변하는 등 넘치는 사랑을 과시하기도 했다. 운명론자인 아내가 사귄 지 석 달 만에 결혼 날짜를 잡아 오는 바람에 후루룩 결혼식을 치렀다는 둘의 연애사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벌써 결혼한 지 7년이 넘었는데도 그는 아내 자랑 일색이었다.

“제 아내는 자기 세계관이 굉장히 뚜렷하고, 생활력도 강해요. 하는 일에 비해 무척 검소한 편이지요. 아이를 낳은 후에는 엄청난 모성애를 보이는데요. 여자가 엄마가 된다는 게 새삼 위대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엄마가 된 아내도 너무나 사랑스럽더라고요. 연애할 때와는 사뭇 다르게 따뜻한 매력이 있다고 할까요. 함께 지내면 지낼수록 더 좋아지는 사람인 것 같아요.”

남자는 자기를 인정해 주는 여자에게 목숨을 바친다고 했다.
“제 아내가 그래요. 저라는 사람을 최고로 여겨 준다는 것 이상의 자랑은 없을 거 같아요.”
지금은 그가 새롭게 시작할 제2의 인생도 누구보다 힘껏 응원하고 있단다.

“이번에 회사 나온다고 할 때도 아내 입장에서는 모든 것이 불안했을 텐데요. 제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힘들어하니까 ‘그래 한 번 해 봐! 오빠가 행복해지는 게 나에게도 제일 큰 행복이야’라는 말만 하더라고요.”
그런 그녀를 우러러 그는 “큰마음을 가진 사람, 대장부 같은 포부가 있는 사람이다”며 “늘 고맙다”고 진심 가득한 말을 건넸다.

그에게 남은 과제는

결혼 7년 차에 권태기가 올 법도 한데 시간만 나면 함께 필라테스 운동도 하며 여전히 좋은 금술을 보여 주고 있는 부부. MBC 파업을 비롯해 아버지의 죽음 등 지난 몇 년간 악재들이 폭풍처럼 다가왔던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 낸 부부에게는 끈끈한 전우애도 생겼다. 특히 딸 서아가 찾아온 후 비로소 단단한 가정을 이룬 듯 뿌듯하다고 그는 기뻐했다. 나이 마흔 넘어 얻은 딸이니 오죽할까 싶다.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서아는 엄마와 아빠를 모두 반반씩 닮았다고 한다. 서아라는 이름은 지혜 ‘서’와 쌍 ‘아’자를 썼다. 인생에 있어 현명한 지혜가 중요하다는 뜻을 담았다. 

방송인으로서,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이제 흥할 일만 남은 김정근 아나운서. 마지막으로 그는 계속 보고 싶은 방송인, 좋은 남편, 친구 같은 아빠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제 얼굴을 보면 시선이 머무르는 방송을 하고 싶어요. 저만 보면 기분이 좋아 미소 짓게 하는 방송인이 될게요. 그리고 참 고맙게도 아내가 세상에서 가장 잘한 일이 저랑 결혼한 거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요. 나중에 할아버지가 되어서도 할머니가 된 아내에게 그런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게 노력하려고요. 여기에 아이와 마흔이라는 나이 차도 극복할 ‘쿨 대디’가 되는 게 제게 남은 과제인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잘 지켜봐 주세요.”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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