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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자매의 아버지이자 10년 차 도시농부 심철흠 씨가 꿈꾸는 텃밭
세 자매의 아버지이자 10년 차 도시농부 심철흠 씨가 꿈꾸는 텃밭
  • 유화미 기자
  • 승인 2017.09.01 11: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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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닉 피플
▲ 사진 Queen 양우영 기자

눈에 보이는 건 산과 논, 그리고 밭뿐이었던 강원도 산골짜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농사가 그저 고역이었다던 소년은 어느덧 세 자매의 아버지가 되었고, 150평 텃밭을 홀로 일구는 10년 차 베테랑 도시농부가 되었다. 심철흠 씨가 꿈꾸는 도시 텃밭은 어떤 모습일까.

농사 문외한, 프로 도시농부가 되다

 심철흠 씨의 고향은 주민 대부분이 농사를 짓던 강원도 산골짜기였다. 눈을 뜨면 보이는 거라곤 산과 논, 그리고 밭이 전부인 전형적인 농촌이었다. 그 옛날 농촌에 살던 대부분의 어린 아이들이 그러했듯 심철흠 씨도 부모님을 도와 농사를 함께 했어야 했는데, 그 일이 여간 고역이 아닐 수 없었다.
“죽을 만큼 하기 싫은 일이었습니다. 사 먹는 게 100배는 더 싼데 왜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 농사를 지어야 하는지 그때 당시엔 이해가 잘 되지 않았거든요. 농사라는 게 저의 선택권은 묵살당한 고된 노동일뿐이었죠.”
밭을 일구는 일이 너무 힘들었다던 강원도 소년은 그래서 농사는 절대 짓지 않겠다는 다짐을 품은 채 도시로 떠나왔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시골 소년이 가정을 꾸려 세 자매의 아버지가 되고 바쁘게 돌아가는 도시의 시계가 익숙해질 즈음 아내가 텃밭 농사를 제안해 왔다.
아내의 지인이 밭을 부치던 땅인데 사정이 생겨 더 이상 농사를 짓지 못해 땅을 놀려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밭을 놀리면 벌금을 물어야 했기에 겸사겸사 밭을 빌려 주겠다는 지인의 말을 듣고 자신이 적극적으로 도와줄 테니 같이 농사를 지어 보면 어떻겠냐는 게 아내의 의견이었다. 도시에선 잘 볼 수 없는 자연을 아이들에게 보여 줄 수 있는 기회도 되고 그렇게 기른 작물들로 가끔씩 고기를 구워 함께 먹으면 나쁠 건 없겠다는 생각에 또 다시 농사의 길로 들어서게 되었다. 농사가 싫어 고향을 떠나왔다는 심철흠 씨가 다시 농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이렇게 우연히 찾아왔다.

직장 생활과 농사의 병행, 시간이 관건

 처음엔 쌈 채소나 고추, 토마토 같은 키우기 쉬운 작물을 소일거리 삼아 아이들과 함께 길러서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으나, 농사라는 게 마음처럼 그리 여유로운 일이 아니었다. 농사는 해마다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되지만 풀도 뽑아 주어야 하고 물도 주어야 했는데, 이런 일들이 적절한 때를 조금만 놓쳐도 금방 시들어 버리곤 했다. 단순해 보이지만 그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은 것이 농사다. 집 앞 텃밭에서 조그맣게 하는 농사도 여간 정성과 시간이 들어가는 게 아니다. 그렇다고 직장 생활을 뒤로한 채 농사일에만 매달릴 수는 없기에 처음엔 이 부분을 조절하는 데 가장 많은 시행착오를 겪어야만 했다. 텃밭을 꿈꾸고 있는 도시인들이라면 꼭 이 부분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사람들이 농사를 너무 쉽게만 생각하고 시작하다 보니 금방 지치고 포기하게 된다고.  
“텃밭 농사에 대한 막연한 낭만을 갖고 계시다면 버리셔야 합니다. 수확의 기쁨만 생각하고 그 과정은 등한시하는 분들이 꽤 많으시거든요. 농사는 시간 날 때 짓는 게 아닙니다. 시간을 내서 하는 일이지요.”

마음의 여유를 선사해 주는 도시 텃밭

 처음엔 그렇게도 농사가 싫었다던 심철흠 씨를 어느덧 10년째 농사를 지속하게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바로 ‘나누는 기쁨’이라고 말한다. 아이들 키우랴 직장 생활 하랴 바쁘게만 살던 도시 생활에서 타인에게 자신의 땀과 노력이 들어간 수확물을 건넬 수 있게 될 만큼 여유를 갖게 되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나누는 기쁨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단다. 수확물이 조금 많을 때는 지금 살고 있는 빌라의 정문 앞에 필요한 이웃이 가져갈 수 있도록 놓아두는데, 그날 저녁이면 다 사라질 정도로 아주 인기가 좋다.
“농사를 시작하고 나서 몸과 마음이 건강해졌고 사는 게 심플해졌어요. 내가 직접 키운 건강한 채소를 식탁에 올려 식구들이 안심하고 먹는 것도 굉장히 뿌듯한 일이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웃과 나눌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는 점이 가장 큰 변화이자 농사를 계속 짓는 이유지요.”
이런 매력에 빠져 농촌이 싫어 도시로 떠나왔지만 은퇴 후 다시 시골로 돌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시간의 구속을 받지 않고 작은 비닐하우스와 작물 저장 창고도 만들고 힘이 들면 쉴 수 있는 운치 있는 원두막도 하나 만들어 조용히 지내는 제2의 인생을 꿈꾸고 있다. 도시에선 기르기 힘들었던 개와 닭, 오리, 토끼 몇 마리를 길러 작은 동물 농장을 만드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며 웃어 보이는 심철흠 씨의 얼굴이 소박하면서도 세상 가장 부자인 것처럼 느껴진다.

▲ 사진 제공 심철흠 씨(저서 <텃밭농사>)

도시농부가 키우기 좋은 추천 작물

“씨앗 뿌리고 모종 심고 물 몇 번 주면 수확할 수 있겠거니 짐작하지 않으셨으면 좋겠어요.”
농사를 처음 접해 보거나 시간적 제약이 많은 도시농부일수록 재배가 까다롭지 않고 쉬운 작물을 선택해야 실패가 없다. 베테랑 도시농부 심철흠 씨가 추천하는 작물은 자라는 속도가 빠르고 좁은 공간에 작게 심어도 수확물이 꽤 많아 수확의 기쁨을 주는 쌈 채소다. 또한 심은 양보다 수확량이 15~20배 정도가 돼 재배 만족도가 매우 큰 감자도 추천 작물이다. 무난한 재배 과정이 매력적인 완두콩도 도전해 볼 만하다. 병충해가 없어 손이 많이 안가는 고구마도 함께 심으면 좋다. 마지막으로 남에게 빼앗기지 않으려 문 걸어 놓고 먹는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맛이 좋은 아욱과 근대 같은 국거리 작물도 키우기 좋다.  
 

[Queen 유화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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