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3:40 (금)
 실시간뉴스
다국적군의 집시음악 공습, Barcelona Gipsy Klezmer Orchestra
다국적군의 집시음악 공습, Barcelona Gipsy Klezmer Orchestra
  • 송혜란
  • 승인 2017.09.01 15: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뮤직 트래블

바르셀로나 집시 클레즈머 오케스트라(BGKO). 이들은 2012년 스페인의 바르셀로나에서 결성된 밴드다. 다양하면서 때로 낯설고 또 재미있는 음악을 들려주고 있는 이들. 장황한 평가는 좀 거두고, 그들의 노래를 마음 비우고 그냥 들어보자.

글·사진 김선호(라끌로에프렌즈 대표)

바르셀로나 집시 클레즈머 오케스트라 (BGKO). 이들은 재즈, 남미 음악, 스페인 음악, 그리고 중동지방 음악의 영향을 받은 멜로디를 추구하고 있다. 멤버로는 로빈드로 니콜릭 (Robindro Nikolić 클라리넷,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마띠아 쉬로싸(Mattia Schirosa 아코디언, 이태리), 이반 코바체비크(Ivan Kovačvić 콘트라베이스, 세르비아), 줄리앙 샤날(Julien Chanal 기타, 프랑스), 스텔리오 토기아스 (Stelios Togias 퍼쿠션, 그리스), 산드라 산지아오(Sandra Sangiao 보컬, 스페인) 등 11명으로 구성된 다국적군이다. 이렇게 국적이 뒤섞이다 보니 크로스오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2015년 5월 BGKO는 그들에게 있어서 기념비적인 콘서트 투어를 갖게 된다. 콘서트의 화두는 ‘Balkan Reunion’이다. 의역을 하자면 ‘발칸반도의 대통합’이라는 거창한 의미인데, 그들 나름대로 생각하는 발칸반도의 이른바 내로라하는 뮤지션과 함께 하기 때문에 이렇게 거창 뻑적지근한 말을 가져다 쓴 듯하다. 그 서너 명 가운데 세 명을 소개해 본다. 마케도니아 출신의 색소포니스트 페루스 무스타포브(Ferus Mustafov : 근동지방 집시음악 전문가로서 발칸반도 색소폰 연주자의 왕이라고 칭송되기도 한다), 슬로베니아 출신 블라도 크레슬린(Vlado Kreslin : 루마니아 문화 전문가이자 집시음악 작사가), 그리고 터키 출신의 니한 데베시오글루(Nihan Devecioglu)이다. 보컬을 맡은 니한은 본래 잘츠부르크 모차르트 대학교에서 소프라노를 전공했던 가수이다.

이들이 함께 연주 녹음한 음반은 2015년 10월 발매됐는데, 바로 BGKO를 유명하게 만든 대표적인 음반이기도 하다. 하긴 뭐 별다른 음반이 있는 것도 아니기는 하다. 아울러 이 음반의 레퍼토리를 가지고 그라나다, 말라가, 까탈라나, 아이스랜드, 네덜란드, 프랑스, 오스트리아, 스위스, 세르비아, 독일, 터키 이스탄불 투어를 하게 된다. 투어는 비교적 성공적이었다는 게 중론이다.

Djelem Djelem

수록된 곡들 중에 대표곡은 ‘젤렘 젤렘 (Djelem Djelem)’이라고 볼 수 있다. 젤렘 젤렘의 의미는 전통적이면서도 국제적으로 알려진 ‘집시 찬가’라고 보면 뭐 크게 틀리지 않는다. 콘트라베이스가 무겁게 깔리는 콘티누오 위에 가슴 후벼 파는 여성 보컬 산드라(Sandra)의 호소력에 그저 넋 놓을 뿐이다. 유튜브에서 이것은 검색해서 들어볼 만하다.

음반에 수록된 곡은 ‘젤렘 젤렘’을 포함해서 모두 11곡이다. 녹음 상태는 가히 압권이다. 물론 스튜디오 녹음이기 때문에 좋을 수밖에 없지만 그 때문만으로 넘기기에는 해상력과 스테이지감이 너무나 뛰어나다. 악기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인다. 그리고 서로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또한 독주 악기의 음색은 처음 만난 애인처럼 가슴을 설레게 하기 충분하다.

첫 곡인 ‘Gankino Horo’는 불가리아 포크댄스 음악으로 튜플(Tuple)이라는 묘한 수학적 개념을 가지고 있다. 튜플(tuple)은 유한 개의 사물의 순서 있는 열거로, n 개의 요소를 가진 튜플을 n-튜플(n-tuple) 또는 n중쌍, n짝이라고 한다. 그런데 음악에 왜 이런 복잡한 수학적 개념을 끌어 왔을까? 그것은 ‘강카의 춤’에 해당하는 박자와 스텝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11곡 중에 하나 더 소개한다면 네 번째 수록곡인 ‘dut ağcıc’를 꼽고 싶다. ‘dut ağcıc’는 투르크족 언어이며 터키어이기도 하다. 영어로는 mulberry tree인데 해석하면 뽕나무이다. 여자들은 이 뽕나무 로고가 구리판에 압인된 가방을 좋아한다. 가방을 사줄 형편이 안 되는 우리네는 애인이나 마누라한테 이 노래라도 들려주면 어떨까 싶다. 아무튼 이 곡은 터키에서는 꽤 알려진 곡으로 여러 뮤지션이 노래했다. 곡의 느낌은 유목민족의 애환이 담긴 다소 애절한 음률을 지니고 있다. 노래 내용은 어쩌면 뽕나무 밑의 사랑 이야기 정도의 통속적인 것이 아닐까 싶다. 투르크족 전통악기 바흘라마를 대신한 기타 반주가 가히 일품이다.(바르셀로나 집시 클레즈머 오케스트라의 대표곡 ‘젤렘 젤렘 (Djelem Djelem)’ 들어보기►www.youtube.com)

 

김선호 대표는...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국제 펜클럽 회원.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2016 세종우수도서 선정)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