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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맘충’ 논란, 그 쓸쓸한 이면
‘맘충’ 논란, 그 쓸쓸한 이면
  • 송혜란
  • 승인 2017.10.11 11: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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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이슈-벌레가 된 대한민국 엄마들
 

요즘 식당이나 카페에 들어설 때 심심찮게 마주치는 ‘노키즈존(no kids zone)’. 공공장소에서 기본적인 예절을 지키지 않는 무례한 부모의 행동 때문에 아이의 출입 자체를 금지한다는 안내 표시 문구다. 여기에 ‘맘충’이라는 엄마 혐오 사상까지. 어쩌다 대한민국 엄마들이 벌레라는 소리까지 듣게 되었을까?

온종일 독박육아에 시달리다 오후에 간신이 짬을 내 카페에 들린 서모(33세)씨. 네 살배기 아들을 홀로 둘 수 없는 서 씨는 어딜 가든 늘 아이와 한 몸이다. 아이가 잠시 칭얼거리기라도 하면 주변의 매서운 눈초리에 한시라도 마음을 놓을 수 없다. 이윽고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면 카페 내 다른 손님들에게 피해를 줄까 봐 부랴부랴 짐을 챙겨 문밖을 나서곤 한다. 그럼에도 종종 자신을 가리켜 ‘맘충’이라고 수군거리는 소리를 들을 시 서러움에 눈물이 왈칵 쏟아진다고 그녀는 호소했다. 심지어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기 위해 찾은 레스토랑 앞에 ‘노키즈존’이라 적힌 푯말을 볼 땐 세상이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푸념이 절로 나온단다.

엄마가 죄인은 아니잖아요

맘충이란 엄마를 뜻하는 ‘맘(Mom)’과 벌레를 뜻하는 ‘충(蟲)’의 합성어로, 제 아이만 싸고도는 일부 몰상식한 엄마를 가리키는 신조어다. 이러한 맘충때문에 생긴 곳이 바로 노키즈존. 노키즈존은 아이들의 출입을 아예 거부하는 가게를 일컫는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할까 싶지만, 노키즈존을 고집하는 한 카페 주인은 “아이가 시끄럽게 떠들고 우는데도 전혀 제재를 가하지 않는 엄마들 때문에 손님들 항의가 만만치 않아 어쩔 수 없다”고 해명했다. 더군다나 차와 음식이 차려지는 테이블 위에서 기저귀를 가는가 하면 대변이 담긴 기저귀를 고스란히 가게에 두고 가는 엄마들도 허다하다고 한다. 실제로 이토록 무개념인 엄마들을 옆에서 바로 지켜본 식당과 카페 주인, 점원, 손님들이 그 일화를 온라인에 공유하며 맘충 혐오 감정이 더욱 극에 달했다.

문제는 맘충이라는 호칭이 대한민국에서 아이를 키우는 모든 엄마에게 무차별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데 있다. 이제는 지하철에서 아이가 조금이라도 큰소리를 내거나 길거리에서 간접흡연을 피하고자 아이의 코와 입을 막기만 해도 쏟아지는 맘충이라는 비난에 많은 엄마가 상처를 입고 있다. 한 SNS의 ‘맘충은되지말자’, ‘맘충소리들을까봐겁나’, ‘맘충안되려고부단히노력중ㅜ’ 등 해시 태크가 엄마들의 큰 공감을 얻을 정도다. 더 나아가 한 아이의 엄마가 온라인에 올린 댓글이 안타까움을 자아낸다.

“왜 아이를 데리고 다닌다는 이유만으로 벌레라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엄마가 죄인은 아니잖아요.”

노키즈존아닌 웰컴키즈존

이에 조금씩 사회적으로 공론화되고 있는 맘충과 노키즈존 논란. 자세히 알고 보면 세상에 맘충보다 개념 충만한 엄마들이 더 많다는 긍정적인 여론이 엄마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노키즈존이라는 푯말보다 식당이나 카페 등 공공장소에서 엄마들이 당연히 지켜야 할 예의를 친절하게 재강조해 놓은 안내 말이 등장하는가 하면 오히려 엄마와 아이들의 방문을 반기는 ‘웰컴키즈존’이 하나둘 고개를 내밀고 있다. 웰컴키즈존에는 수유실이 따로 마련돼 있어 무엇보다 엄마 친화적이다. 이처럼 앞으로도 아이와 엄마를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회적 분위기가 더욱 조성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서울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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