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시간뉴스
도시농업 전문가 오영기의 농협 퇴직 후 찾은 행복한 인생
도시농업 전문가 오영기의 농협 퇴직 후 찾은 행복한 인생
  • 송혜란
  • 승인 2017.10.26 20:0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금으로부터 7년 전 평생 몸담은 농협을 퇴직한 오영기 씨. 은퇴 후 무슨 일을 할까 고민하던 그는 우연히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경쟁률이 3대 1로 꽤 높은 편이었다. 다행히 농협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그는 후한 점수를 받아 어렵지 않게 합격할 수 있었다. 이게 오늘날 도시농업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는 오씨 인생의 출발점이었다.(10월호 오가닉 스토리)

2013년 기어코 서울농업기술센터에서 인증한 제2기 도시농업 전문가가 된 그는 바로 강의를 나가기 시작했다. 2014년 서울도시농업전문가 부회장을 거쳐 다음 해 회장을 역임한 오영기 씨. 지금은 서울 은평구 향림도시농업체험원과 성동구 금옥초등학교 생태동아리에서 멘토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강동구에서 은퇴자를 위한 봉사활동 차원에서 친환경 농장 6개를 운영 중이며, 중앙보훈병원에서 중증 환자 목욕, 장애청소년 돌보기 등 봉사활동에도 열정적이다. 중간중간 MBC <똑?똑!키즈스쿨(전 뽀뽀뽀)>에 출연하며 ‘땅부 할아버지’로 큰 인기를 끌기도 한 그다.

“제가 처음 도시농업에 뛰어들 때만 해도 이 정도로 일이 커질지 몰랐어요. 언젠가 대학 교수로 있는 한 친구 놈이 만날 만나면 술만 먹는 게 지겨웠는지 자기들 앞에서도 강연을 해 달라고 한 적이 있어요. 강의 전에 제 이력 먼저 쭉 보여 줬더니 놀라더랍니다. 근래 3년 동안 제가 참 많은 일들을 했더라고요.(웃음)”

이웃과 소통하다

전라북도 김제에서 태어났지만 논과 밭은 눈으로 본 게 전부인 그는 농협에서도 주로 행정 업무만 보았을 뿐 농사를 지어 본 적이 없었다. 그럼에도 농사에 자연스럽게 손이 갔다는 그는 직접 도시에서 농사를 지어 보니 즐거움 일색이라고 행복해했다. 우선 아침 일찍 일어나 나갈 곳이 있다는 게 좋고, 또 텃밭에서 한두 시간 서 있어도 전혀 힘들지 않아 건강에 유익한 것 같다고 한다. 무엇보다 그동안 매일같이 만나던 사람이 아닌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공통 주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는 게 큰 기쁨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어차피 도시농업은 돈벌이와 거리가 멀기 때문에 이웃과의 소통, 즉 공동체에 큰 의미가 있다며 말이다.

“서울 곳곳에서 활동 중인 도시농업 전문가들을 만날 때면 항상 고민해요. 어떻게 하면 앞으로 도시 내에서 공동체를 지속해 나갈 수 있을까? 더 나아가 과연 서울이라는 도시에서 농사를 짓는 게 맞을까? 어떻게하면 도시에서 농사를 더 잘 지을 수 있을까? 빗물을 활용해 볼 수 없을까? 이렇게 조금씩 발전해 가지요. 그렇다 보니 저도 늙을 새 없이 점점 더 젊어지는 기분이에요.”

▲ 1 한랭사 아래서 잘 자라고 있는 배추와 무의 모습. 2, 3 오영기 씨 텃밭 주변에는 대파와 가지들도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프로 강사의 비법은

도시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향한 그의 고민은 자못 진지하다. 그에게는 은퇴자봉사회 텃밭 외에도 대로주말농장에서 분양받은 3평 남짓한 텃밭도 있다. 한창 배추와 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그의 텃밭 위에는 흰 망이 마치 비닐하우스처럼 덧씌워져 있었다.

“한랭사라고 굉장히 촘촘한 망이에요. 외부에서 벌레가 침투하지 못하게 막는 역할을 하지요. 배추도 한 줄에 세 개 심은 곳, 네 개 심은 곳이 있는데요. 제 나름대로 실험을 하고 있어요. 네 개 심은 곳에 벌써 죽은 배추도 있어요. 그만큼 작물에게 통풍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기능성 무라고 보라색을 띠는 희한한 무도 보이죠? 가을 상추도 좀 뿌렸는데 잘 안 나오네요.”

무엇이든 이렇게 직접 경험해 보지 않으면 제대로 가르칠 수 없다는 오영기 씨. 농업 관련 책에 나온 이론이나 농진청 등 국가에서 연구한 내용을 토대로 하되, 실제 작물을 길러 보고 죽여도 봐야 강의에 힘이 생긴단다. 도시농업 전문가로서 이론과 실전을 모두 겸비한 그에게서 프로 강사의 향이 솔솔 풍기던 순간이었다.

“제 아파트 베란다에는 케일도 5년째 크고 있어요. 책에 나온 내용을 그저 이론적으로 읊기보다 ‘내가 진짜 이렇게 하고 있다’고 설명하면 ‘아, 저 사람 좀 아는구나’라며 인정해 줘요.”

토양 살리기

이러한 오영기 씨의 손이 닿는 텃밭 내 작물은 모두 유기농업으로 키우는 게 원칙이다. 그가 말하는 유기농업의 특징은 화학비료를 안 쓰는 것은 물론 멀칭도 일절 안 하는 데 있다. 사람의 입과 코를 가리면 숨을 못 쉬듯 땅도 비닐로 덮으면 죽어 버리기 때문이란다. 땅이 죽는다는 것은 곧 땅속에 있는 미생물이 죽는다는 의미다. 멀칭을 하면 땅이 황폐해지고 결국 산성화되고 만다고 그는 경고했다. 그러나 보통 땅에서 잡초가 자라지 못하도록 그 위에 비닐을 씌우는데…. 멀칭 없는 텃밭에서는 잡초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사람이 손으로 뽑을 수밖에요. 작물과 잡초는 서로 햇빛을 받으려고 경쟁하며 크는데요. 혹여나 작물이 경쟁에서 져 잡초가 더 클 경우 이를 빨리 뽑아 줘야 해요. 대신 작물보다 작은 잡초는 그냥 두기도 합니다. 때로는 잡초의 뿌리가 토양의 미생물이 자라는 데 이롭게 작용하기도 하거든요.”

유기농업의 목표는 토양을 살리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잡초뿐 아니라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을 퇴비로 주면 땅은 해가 거듭할수록 더 비옥해질 것이다. 앞으로는 한 차원 더 높여 도시에서 농사지으며 힐링하는 법, 도시농업을 6차 산업으로 연결하기, 도시농업과 지방농업의 교류, 도시농업 법안 등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며 해법을 찾기 위해 애쓰겠다는 오영기 씨. 향후 그가 보여 줄 활약상을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