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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모를 가족사에 가슴 아팠던 국회의원 전여옥과 딸 이윤경
남모를 가족사에 가슴 아팠던 국회의원 전여옥과 딸 이윤경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8.05.14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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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았던 4월 9일 18대 총선이 끝난 뒤, 차분히 가라앉은 도심에는 승자와 패자만이 남았다. 서울 영등포구 지역구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전여옥 의원도 이 전쟁과도 같은 전투에서 살아남았다. 하지만 그녀가 진짜 승자인 이유는 당선이 아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진정한 가족의 사랑을 얻었기 때문이다.

 

취재_ 김은향 기자 사진_ 양우영 기자

 
 
 
총선 정국이 잦아든 국회의사당은 한가로이 나들이를 즐기는 시민들로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저 멀리 파란 정장을 입고 걸어오는 그이가 보인다. 등원한 이후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기분 좋은 엄살과는 달리, 그이의 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활기차 보였다. 2004년 한나라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해, 같은 해 비례대표로 국회의원에 안착한 뒤, 그이의 파란만장한 정계 사투기는 꼬박 4년을 이어져 왔다. 그리고 지난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후보로 출마해 당선되는 영예를 안았다. 이번 총선 유세 기간 동안에는 든든한 지원군 한 명이 늘 그이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주인공은 다름 아닌 그이의 딸 이윤경 씨였다. 그이가 처음 정계에 진출한다고 말했을 때부터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윤경 씨는 이번 총선에서는 아예 발 벗고 나서서 지원 유세에 가담한 것.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남다른 가족사가 드러나면서 힘든 시간도 보내야 했다. 저 멀리 딸 윤경 씨가 걸어오자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맞이하는 사람처럼 그이의 얼굴에는 웃음이 만연했다. 모녀의 이야기는 그렇게 한동안 쉴 새 없이 오고 갔다.

선거운동 중 어쩔 수 없이 드러내야 했던 가족사
모녀를 만난 것은 총선이 끝난 뒤 일주일쯤 지난 때였다. 당선이 끝이 아니라,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라는 생각에 여기저기 인사를 다니느라 정신없이 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이는 오랜만에 느끼는 딸과의 여유로운 오후가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무엇보다 그이의 당선을 지원하고 축하해준 ‘정신적 지주’와의 만남이었으니, 딸 그 이상의 든든함이었으리라.
“당선되고 나서 가장 먼저 축하해줬어요. 물론 유세 기간 내내 같이 고생한 일이 생각나서일 수도 있겠지만, 가족은 아무래도 운명공동체잖아요. 또 이번 선거에서 딸이나 저는 물론이고 가족이 많은 상처를 받았기 때문에…. 그래서 기쁨이 더 컸나 싶어요. 그리고 딸과는 그 이상으로 공유되는 뭔가가 있었어요. 제가 많이 고맙고 미안하죠. 워낙 상대에 대한 배려가 큰 아이라 내색은 안 했지만, 많이 상처가 됐을 거예요.”
선거 이후 안부를 물으니 대뜸 안 좋았던 기억, 딸아이의 상처부터 보듬는다. 어쩔 수 없는 ‘엄마’의 마음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그이가 이번 총선에 출마를 결심하고, 윤경 씨는 회사에 휴직을 신청해 그이의 선거 유세를 적극적으로 도왔다. 그이와 함께 지역구 곳곳을 누비며 인사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연탄 지게를 짊어지고 시민들과 만났다. 그러던 중 잠시 휴식을 취하고자 들렀던 공중목욕탕에서 윤경 씨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듣게 된다.
“빡빡하게 돌아가는 일정 때문에 아침에 잠시 휴식을 취하려고 목욕탕에 갔어요. 몇몇 아주머니들이 모여서 남들 다 들으라는 듯이 큰 목소리로 저희 엄마가 예전에 저의 생모를 내쫓고 아빠와 결혼한 나쁜 여자라고 떠들고 있는 거예요. 그 내용이 너무 충격적이고 기가 막혀서 그 길로 바로 사무실로 달려갔어요.”
상대편 후보 캠프에서 구전 홍보단을 만들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공중목욕탕이나 찜질방, 슈퍼마켓 같은 곳에 비슷한 이야기를 퍼뜨리고 있는 현장을 윤경 씨가 직접 눈으로 보게 된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사실을, 그것도 한 후보의 사생활에 대한 내용을 버젓이 선거 운동에 이용하는 현실을 가만히 두고 볼 수 없어 윤경 씨는 이 내용을 선거운동본부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때문에 이 일은 한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다.
“엄마는 제가 열두 살 때 아빠와 결혼했고, 아빠는 이미 그 전에 저를 낳아주신 엄마와 이혼했어요. 저랑 오빠는 그 당시 이런 사실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있었죠. 이번 일은 누가 봐도 악의적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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