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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묻는다, 사랑이란? 진짜 로맨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다시 묻는다, 사랑이란? 진짜 로맨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 송혜란
  • 승인 2018.05.08 14: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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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드라마
 

기존 틀에서 벗어나 다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드라마는 늘 반갑다. 그것이 현실을 담고 있다면 더욱더. 여기에 여심을 흔드는 달달한 로맨스까지 표방한다면 더 할 말이 있을까. 매주 금요일 밤 우리를 설레게 하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은 그들만의 진짜 사랑 이야기가 이토록 우리네 마음을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봄을 맞아 안방극장에도 꽃향기가 그윽하다. 가장 진한 향을 내뿜는 작품은 다름 아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단순히 연상녀와 연하남의 사랑을 그린 드라마여서가 아니다. 멜로퀸 손예진이 주연인데다 수작 <밀회>, <풍문으로 들었소>의 안판석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두 사람이 흔하디흔할지도 모를 사랑 이야기에 특별한 화학작용을 일으키고 있다.
 

여느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

이 드라마는 손예진이 열연 중인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 윤진아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과거 멜로 드라마가 여주인공 테마와 남주인공 테마별로 OST를 나눈 것과 달리,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가 드라마 주요 OST를 오직 진아의 마음 상태에 따라 플레이하는 것만 봐도 그렇다.

한국에서 일하는 30대 여성의 삶 스토리를 큰 줄기로 잡은 서사 또한 이를 뒷받침해 준다. 진아는 서른다섯 살 커피 회사 가맹운영팀 대리. 이왕이면 최선을, 좋은 게 좋은 거 주의 탓에 회사 내 ‘윤탬버린’이라고 불릴 만큼 비위 좋게 회사 꼰대들을 상대한다. 그 모습을 향한 직원들의 불만 섞인 시선과 원성은 높은 편이다.

변치 않는 조직의 불합리와 저질스러운 성의식 역시 그녀의 직장 세계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상사들의 성희롱과 술자리 강요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떠넘기면서 뻔뻔하게 술자리에서 러브샷을 요구하는 남성 상사를 보며 참거나 자리를 피할 수밖에 없는 여느 30대 중반 여성 직장인의 모습 말이다. 회사 내 여성들끼리도 서로 경쟁자로 여기며 험담을 일삼는 것은 기본이다.

이런 평범한 진아 캐릭터와 리얼한 여성 직장인의 일상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다. 한 베스트셀러 소설 제목을 빌려 이 드라마를 ‘84년생 윤진아’쯤으로 불러도 무방할 터다.
 

 

말캉말캉 멜로

특히 하루가 멀다하고 결혼을 압박하는 부모님, 숨 막히고 무기력한 날들이 반복되던 그때, 그녀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나면서 생애 이벤트가 시작된다. 남동생 절친이자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소중한 친구 동생 서준희. 가족끼리 허물없이 지낸 세월로 인해 친동생과도 같았던 그인데, 그 환한 미소를 본 순간 청량한 바람이 부는 것 같다는 진아. 결국 그녀는 후폭풍이 짐작되고도 남음에도 대책 없고 주책없이 뻗어만 가는 감정을 기꺼이 놓아둔 채 그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이때부터다. 손예진은 물론 서준희 역으로 분한 배우 정해인의 치명적인 매력이 더해져 여성 시청자들의 마음을 싱숭생숭하게 만들고 있다. 가히 사랑의 힘도 대단했다. 진아가 매번 죽을상을 하고 만났던 카페의 점주는 그녀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며 활기차게 일하는 모습에 놀라워한다. 업무 능률이 올라가고, 남자 상사들 사이에서 거절 못하고 매번 치이던 그녀는 자신을 다시 돌아볼 에너지까지 얻는다.

“이제 남자친구도 없는데 왜 빼냐”고 말하는 상사에게 “있을 때도 뺀 적 없다”고 말할 수 있게 됐을 뿐 아니라 “노래방에서 탬버린 치고, 불쾌한 스킨십 참는 그런 거”에 대해 “이제 그딴 거 안 한다. 지겨워서 못 해먹겠다”고 당당히 선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되는 대로 말을 내뱉은 그녀는 조마조마한 표정으로 뒤돌아서 서준희에게 이야기한다. “그냥 잘했다고 해 주라.” 그리고 직장에서도, 집에서도 숨 쉴 곳 없이 고단했을 그녀에게 아무런 이유도 묻지 않고 “잘했어”라고 해 준 유일한 사람, 서준희. 둘의 연애 초반 막 사랑에 빠진 설렘 가득한 모습은 안방극장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기 충분했다.
 

묵직한 메시지

특히 이는 진아가 주체적이고 독립적으로 얻은 사랑이기에 의미가 크다. 사랑받기보다 사랑하려는 진아 캐릭터에 바로 안판석 감독이 심어 놓은 메시지가 있지 않을까?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는 그냥 아는 사이로 지내던 두 남녀가 사랑에 빠지면서 그려 가게 될 ‘진짜’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동시에 그들만의 평전이기도 하다.

누구나 하는 연애지만, 진짜 연애는 드문 요즈음. 영혼이 흔들릴 것 같은, 자신의 불치병보다 상대방의 감기가 더 아픈 연애를 해 본 적 있는가? 자신 인생의 명장면을 기억해 주고, 꼭꼭 숨어 있는 자신의 매력에 대해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주변에 있는가?

우리는 윤진아와 서준희를 통해 가늠해 볼 수 있다. 언제나 스스로만 생각하던 이기적인 자신이 타인과 진실로 교감했을 때, 즉 진짜 연애에 푹 빠진 순간 상대방의 기쁨과 슬픔, 희열, 고통을 고스란히 다 느끼는 게 가능해진다는 것을. 이 드라마가 다시, 우리에게 묻는다. 사랑이란 무엇인가? 언제나 묵직한 메시지로 드라마의 품격을 높여 온 안 감독이 풀어낼 향후 이야기가 기대되는 요즘이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JTBC 방송 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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