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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과 맛'
장안요 신경균·임계화 부부의 '자연과 맛'
  • 백준상 기자
  • 승인 2018.08.03 16: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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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경균 도예가

도예가 신경균 씨는 한국의 전통 도자기법을 계승하고 발전시켜온 작가로 지난 2014년 파리 유네스코본부에서 초대전을 개최하는 등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오고 있다. 그가 제작한 백자 달항아리는 여러 국빈 방문객들에게 선물로 주어졌으며, 콜렉터로서 일본 문화재급 이도다완(조선 찻사발) 등 많은 예술작품도 보유하고 있다.

▲ 임계화 제철요리전문가

신 작가의 작업에 영감을 불어넣는 뮤‘ 즈’인 부인 임계화 씨는 제철요리전문가로서 미식가인 남편 신경균 씨와 장안요를 찾는 많은 손님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정성껏 내놓는다. 제철요리전문가인 두 부부가 점점 잊혀져가는 우리의 제철 음식을 소개하는 코너를 마련했다.

취재 백준상 기자 | 사진 양우영 기자

먹방(먹는 방송을 콘셉트로 하는 방송 프로그램)이 대세이지만 정작 우리는 계절이 바뀌어도 무엇을 먹어야 할지 모른다. 보기 좋고 화려하며 입에는 단 국적 불명의 음식들이 판치는 요즈음 ‘제철 음식’이라는 화두를 잡아보았다. 우리 선조들은 24절기에 따라 나는 재료로 만든 세시 음식(歲時飮食)들로 건강을 챙겼다.

소서(7월 7일), 대서(23일), 초복(17일), 중복(27일)을 지나 말복은 8월 16일이므로 아직 더운 날들이 한창 남았다. 임계화 씨는 더운 계절 무더위를 누그러트릴 수 있는 야채요리를 준비했다. 식중독이 우려되는 한여름이므로 손이 적게 가고 빨리 만들 수 있는 요리 위주로 했다.

이 요리를 위해 임 씨는 최상의 재료들을 부산 기장의 텃밭과 시장에서 서울로 실어왔다. 일상에서 흔히 구할 수 있는 자연재료들은 임 씨의 마법과 같은 솜씨로 맛과 모양을 뽐내는 제철음식으로 변하여 뚝딱 자연밥상이 차려졌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도 먹어주는 사람이 없으면 허사가 된다. 부산에서 올라온 신경균 도예가와 함께 만들어진 음식들을 부부의 서울집에서 점심 밥상으로 받았다. 신 도예가는 음식을 담은 그릇들을 직접 제작한 인물이다.

음식을 잘 알아야 그릇을 제대로 만들 수 있다는 그는 요리도 매우 잘한다. 이날 자리에서 광어를 직접 회 뜨기도 했다. 잡곡밥에 부추전과 막걸리, 다른 증류주들이 가세되어 점심을 겸한 안주상이 마련됐다.

“먹방에서 재료에 대해 얘기하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에요. 신선한 좋은 재료를 얻으면 있는 그대로 내도 맛있어요. 따로 가미할 필요가 없는 거지요.”

부인 임계화 씨의 말에 신경균 도예가는 “맛과 모양만 이야기하는데 음식에도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일갈했다. 철학은 전통에서 나오는데 우리의 전통은 1970년대에 사멸했다고 그는 설명했다.

“1970년대 일본 문화의 유행, 1990년대 유럽 명품 문화의 유행을 거쳐 이제 우리 것을 창조하려니 힘이 드는 것입니다. 전통이 무너져 엉터리 전통에 기대고 있는 형국이지요. 한 번 무너진 전통은 복구가 불가(不可)합니다.”

그가 그토록 도자 만들기에 매달리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우리의 전통이 살아 숨 쉬는 자연밥상 또한 마찬가지다. 그의 마지막 날이 마음에 남았다.
“전통문화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 한옥에 사람이 안 살면 무너지는 것처럼 전통문화 또한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 없이는 살아남지 못 할 것입니다.”

▲ 따개비죽

따개비죽
야채요리를 본격 소개하기에 앞서 임계화 씨는 먼저 죽을 냈다. 찬 음식을 많이 먹어 위장이 상하기 쉬운 여름, 죽으로 우선 속을 달래기 위한 것처럼 보였다. 게다가 죽은 서울에서는 좀처럼 맛보기 힘든 따개비죽이었다.

지방 해안가에서나 구할 수 있는 따개비는 물속의 플랑크톤을 잡아먹고 사는 갑각류로 전복보다 귀하고 비싸다. 따개비 살과 내장을 넣고 불린 쌀을 간장과 참기름으로 달달 볶다가 물을 넣어주며 완성한 따개비죽은 전복죽 이상의 맛과 향기를 선사했다. 애피타이저부터 호강이다.

▲ 가지나물

가지나물
재료 및 도구 : 부드러운 가지 2개. 청·홍고추 약간, 조선간장, 들기름, 통깨, 마늘, 식초, 삼발이(찜기)

여름철 제철 재료인 가지는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많이 섭취하면 열을 낮추고 열로 인해 혼미한 정신을 맑게 하는데 도움이 된다. 풍부한 수분과 칼륨이 갈증 해소를 돕고 식이섬유가 다른 채소에 비해 풍부해 장내 건강에도 좋다.

평소 자주 먹게 되는 가지나물이지만 임계화 씨의 가지나물은 그것보다 가볍고 상큼한 맛이 났다. 지난해 8월 영국 그라즈데일아츠재단 초대로 맨체스터를 방문했을 때 유명 레스토랑 ‘웨어 더 라이트 겟츠 인’(Where The Lights Gets In)의 설립자이자 셰프인 샘 버클리 씨로부터 엄지 척을 이끌어냈던 요리라고 했다.

우선 부드러운 가지를 손가락 굵기로 적당히 썰어 김 오른 찜기에 5분정도 쪄서 충분히 식혀두었다. 여기에 조선간장으로 간하고 청·홍고추 고명을 얹어 들기름을 넣은 다음 조심스레 조물조물. 통깨를 살짝 비틀어 부셔 마무리했다. 기호에 따라 다진 마늘과 식초를 넣어도 된다.

▲ 청각냉국

청각냉국
재료 : 청각, 흰· 적양파, 청홍고추, 조선간장, 효소, 식초, 통깨, 마늘
사슴뿔을 닮은 청각은 우리나라 근해 얇은 바다 속 바위에 붙어사는 녹조류이다.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알칼리성 식품으로 육류요리와의 궁합이 특히 좋다. 대장의 연동운동을 돕는 섬유소가 많고, 칼슘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을 촉진하며 철분이 많아 여성들의 빈혈 예방에도 좋다.

장안요에는 1년 내내 물김치류가 떨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여름엔 미역, 청각 같은 해초류와 텃밭에서 키운 오이, 가지, 양파, 양배추, 고추, 마늘 등으로 냉국을 만들어 애피타이저로 즐긴다. 유난히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들에게는 영양제와도 같은 존재다.

청각은 끓는 물에 데쳐서 작은 돌 껍데기 등을 제거 후 꼭 짜서 잘게 썰고, 양파는 반을 잘라서 조금 굵은 채로 썰며 고추는 어슷 썰어 넣었다. 청각을 조선간장과 마늘로 버무려 간이 베어들 동안 조선간장, 효소, 감식초, 설탕 약간, 냉수로 시원한 국을 만들어, 무쳐둔 청각을 넣고 얼음을 동동 띄운 후 통깨로 마무리해서 식탁에 냈다.

▲ 오이깻잎무침

오이깻잎무침
재료 : 가시오이 1개, 흰·적양파 반개씩, 청·홍고추 약간, 깻잎 10장, 고춧가루, 마늘, 조선간장, 양조간장 약간, 설탕 약간, 통깨

7월부터 10월 초순에 걸쳐 수확하는 오이는 96%가 수분으로 이뤄져 있어 청량감이 크며, 차가운 성질을 가지고 있어 체내의 열을 진정시켜 준다. 칼륨이 들어 있어 이뇨작용을 도와주고, 비타민C 함유로 피부 미용과 보습에도 좋다. 단 오이에는 비타민C를 파괴하는 아스코르비나아제라는 효소가 들어있어 이를 막아주는 식초와 함께 사용하는 것이 좋다.

임 씨가 사용한 오이는 취청 계열의 가시오이로 생채나 무침으로 이용하기에 좋다. 올핸 적당한 비와 무더위로 텃밭에 오이가 풍성했다고 한다. 만들어진 오이깻잎무침은 아삭한 오이와 향긋한 깻잎의 조화로 한여름 무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제격이었다.

우선 조금 굵은 고춧가루에 조선간장과 양조간장 약간을 섞어준 다음 식초와 설탕으로 새콤달콤하게 만들었다. 여기에 편 썬 마늘, 양파 채, 어슷 썬 고추와 오이, 손으로 적당히 자른 깻잎을 버무려준 다음 통깨의 반은 비틀고 반은 통째로 뿌려주어 완성했다.


자연밥상의 여왕 임계화
제철음식전문가로서 부산광역시 기장군에서 명품 도자기를 굽고 생활그릇도 만들고 전시하는 장안요(長安窯)의 여주인이다. 그녀의 대단한 음식 솜씨는 장안요를 찾았던 수많은 사람들을 통해 알려졌다. 그녀는 제철재료에 대한 정확한 지식을 토대로 계절과 절기에 맞는 가장 맛깔스런 음식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다양한 식재료로 만든 제철 음식을 전통 도자 그릇에 담아 시너지 효과를 내왔다. 기장의 넓은 텃밭에서 직접 채소를 재배하고 직접 장을 담글 뿐만 아니라 매년 150가지의 김치, 10여 가지의 젓갈을 담그는 제철 음식의 ‘여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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