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륜이 낳은 결과는 참혹했다. 한 집안의 가장이 아내와 자식을 살해하고 심지어 시신마저 불태운 끔찍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특히 이 사건의 범인이 대학교수라는 점에서 사회적으로 적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불륜으로 시작된 잘못된 선택이 결국 취재_ 박천국 기자 사진_ 매거진플러스 DB “내연녀의 압박으로 아내와 다툼이 잦았던 전 대학교수 배 모 씨는 서울 S대 환경조경학과와 동대학원에서 석사과정까지 마친 후, 일본 동경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그리고 1998년 35세의 젊은 나이로 모교의 교수로 임용됐다. 지인들은 배씨를 ‘뭐든지 다 잘하는 사람’인 데다 외모도 서구형 미남이어서 대인관계도 좋았던 것으로 기억했다. 교수로 임용된 지 2년 만에 배씨를 돕는 연구실 대학원생이 6∼7명에 달할 정도였다. 아내와 아들을 살해하고 시신마저 불태워 은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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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식당을 운영하던 어느 날 일본 경찰이 신분증과 지문을 요구하면서 이들의 도피생활은 막을 내리게 됐다. 결국 배씨와 내연녀 박 모 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 9년이 지난 10월 24일 국내로 강제 소환됐다. 경찰 조사에서 배씨는 “(우리를 아는 한국인이) 제보한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 ||
우발적인 범행 아닌 계획적인 독살 가능성 제기 그러나 경찰은 배씨의 계획적인 독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배씨는 환경오염과 관련된 연구를 많이 해온 데다 지난 1997∼98년까지 아황산가스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논문 세 편을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그의 연구 이력을 바탕으로 계획적인 독살 가능성을 제기한 것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결과 두 사람의 목에서 황산성분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당시 정확한 사인이 밝혀지지 않았지만 만약 황산으로 인해 사망했다면 배씨의 계획적인 범죄에 무게가 실릴 수도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배씨는 현재 계획적인 범죄는 아니라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경찰조사에서 배씨는 “아내를 목 졸라 죽이고, 아들을 질식사하도록 했다”며 범행 사실 일체를 시인하면서도 독살은 부인했다. 배씨와 연구원에서 함께 일했던 동료들 역시 “그가 연구한 것은 대기오염과 식물에 관한 것이기 때문에 실험실에는 독극물이 없었다”고 진술한 바 있으며, 노원경찰서 관계자도 “부검 때 시신에서 소량의 황산이 발견된 것일 뿐, 사인은 질식이라고 봐야 한다”고 밝혔다. 경찰에 출두한 배씨는 아들을 죽인 이유에 관해 묻자, “죄송합니다”로만 짤막하게 답변했다. 한 가장의 불륜으로 시작된 이 사건은 결국 한 가정을 파탄에 이르게 했으며, 지인들의 형용할 수 없는 슬픔과 배씨에게는 쓰디쓴 후회만을 남긴 채 비극적 결말을 맞아야 했다. 천륜을 저버린 가족 살인, 무엇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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