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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요정’ 김연아 눈물을 닦고 활짝 웃다
‘피겨요정’ 김연아 눈물을 닦고 활짝 웃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1.26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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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비상

국민 여동생의 아름다운 도전!
             ‘피겨요정’ 김연아 눈물을 닦고 활짝 웃다

한국에서 열린 2008∼2009 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 파이널에 출전하기 위해 김연아가 귀국한 지난 12월 9일, ‘김연아 신드롬’도 함께 상륙했다. 황홀한 연기에 매혹된 많은 팬들이 이른 새벽부터 공항에 몰려와 환호해 그녀를 놀라게 했다. 그랑프리 파이널 경기가 시작된 후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신문 1면은 온통 그녀의 우아한 경기 모습으로 도배됐다. ‘국민 여동생’을 향한 너무도 뜨거운 관심에 부담을 느껴서일까. 김연아는 아쉽게 준우승에 머물렀다. 잠시 눈가를 붉혔던 ‘피겨요정’은 곧 의연한 모습으로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취재_ 김은희 기자  사진_ 우미진(프리랜서)


“한국에서 처음으로 대회 치르며 부담도 컸지만 많은 것 배워…
3월 세계선수권 준비에 최선 다하겠다”

화려한 경기복을 벗고 수수한 트레이닝복을 입은 김연아는 카리스마 넘치는 ‘은반의 여왕’이기보다는 앳되고 깜찍한 여고생의 모습이었다. 12월 16일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에서 만난 김연아는 한창 ‘제2의 김연아’를 꿈꾸는 어린 후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던 중이었다. 세계적인 피겨스케이트 선수 출신으로 김연아의 코치를 맡고 있는 브라이언 오서가 아이들에게 영어로 동작을 지도하자, 그녀는 아이들에게 이를 통역해준 후 멋진 시범을 선보였다.

나의 길을 밟아가기를 바란다
이날 행사는 ‘김연아, 꿈나무를 만나다’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1일 클리닉. ‘제2의 김연아’로 불리는 윤예지를 비롯한 아홉 명의 유망주들이 수업에 참여했다. 1부 엣지 클래스와 2부 테크니컬 클래스로 나뉘어 진행된 수업에서 아이들은 세계적인 ‘피겨여왕’으로 성장한 김연아와 그녀를 길러낸 오서 코치의 동작을 유심히 관찰하며 열심히 따라했다. 다정한 모습으로 아이들을 세심하게 지도하던 김연아는 시종일관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캐나다에서 훈련하느라 후배들을 너무 오랜만에 만났거든요. 이렇게 보니까 너무 반가워요. 오서 코치님도 그렇고 저도 후배들이 점프는 잘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스케이팅 실력을 더 키우면서 자신감 있게 훈련을 하면 될 것 같아요.”   
오서 코치의 수업 내용을 아이들에게 통역하며 유감없이 영어실력을 뽐내던 그녀. “훌륭한 재능을 갖고 있는 여러분이 김연아가 밟아온 길을 걸어오길 바란다”고 오서 코치가 아이들을 격려하자, 쑥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나의 길을 밟아오길 바란다”고 통역했다. 피겨스케이팅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전무한 상황에서 혜성처럼 등장한 그녀는 한국에 피겨스케이팅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강력한 ‘김연아 효과’를 보여줬다. 2006∼2007년과 2007∼2008년 국제빙상연맹 피겨스케이팅 시니어 그랑프리를 2연패하고 여자 피겨스케이팅의 최강자로 떠오른 김연아. 하지만 ‘김연아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것은 단지 세계 최정상의 실력뿐만이 아니다. 쥬얼리의 ‘원 모어 타임’에 맞춰 멋진 공연을 선보이고, ‘텔미’ 춤을 추며 숨겨둔 노래실력을 뽐내는 소녀다운 순수한 모습이 김연아를 ‘국민 여동생’의 반열에 올려놓은 것이다.

무거운 부담감에 눈물 흘리고 만 피겨요정
2008∼2009년 그랑프리 우승을 노리며 3연패에 도전했던 김연아. 지난 10월 그랑프리 1차전 스케이트 아메리카에서 1위를 차지하고, 11월에는 그랑프리 3차전 컵 오브 차이나에서 정상에 올라서며 그랑프리 파이널 3연패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특히 파이널 경기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경기장은 김연아를 응원하기 위한 이들로 꽉 들어찼다. 경기 시작 이틀 전부터 감기로 체력이 저하된 데다 그랑프리 3연패를 바라는 팬들의 기대감과 언론의 뜨거운 관심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었을 그녀는 결국 경기 후 무대 뒤에서 눈물까지 흘리고 말았다. 그리고 동갑내기 라이벌인 아사다 마오와 2.2점 차이로 은메달에 머물렀다.
“첫날은 처음이라 (폭발적인 응원에) 당황했어요.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면서 이런저런 걱정이 많았죠. 처음 경기를 하면서 긴장을 너무 많이 했나 봐요. 조금 실수를 해서 아쉽지만,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고 생각해요. 끝나고 나니 오히려 홀가분하네요. 시니어 선수로 세 번째 시즌이었어요. 큰 무대에 계속 서면서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갖게 됐고 대회를 앞두고도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가 줄어들었어요. 그리고 실수가 있어도 끝까지 마무리하는 자세를 배우게 됐죠.”
김연아는 경기가 끝난 후 극심한 부담을 떨쳐낸 듯 후련한 마음을 내비쳤다. 경기 후 무대 뒤에서 흘린 눈물 역시 지나치게 긴장했던 경기가 끝나면서 긴장이 풀렸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어깨에 무겁게 짊어진 부담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터인데도, 김연아는 금메달을 놓치고도 밝은 표정으로 시상식과 기자회견에 참가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모든 마음의 짐을 벗고 편안히 쉬고 싶다던 김연아는 좀처럼 식을 줄 모르는 뜨거운 인기에 경기가 끝난 후에도 수많은 일정으로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9년에는 김연아도 어느덧 대학 새내기가 된다. 지난해 7월 아이스링크를 갖추고 있어 언제든지 훈련이 가능한 고려대를 선택해 수시전형에 지원했던 그녀. 캐나다에서 전지훈련을 하고 있던 김연아는 인터넷을 통해 영상 면접을 치른 후 10월에 합격 소식을 들었다. 김연아의 소식을 접한 고려대 남학생들은 설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그녀의 입학을 학수고대하고 있다고. 얼마 전 김연아의 입국 때에는 고려대학교 학생회장인 정수환 씨가 마중을 나와 꽃다발을 건네면서 한동안 화제를 모았을 정도다. ‘김연아, 꿈나무를 만나다’ 1일 클리닉이 진행된 고려대학교 아이스링크는 앞으로 김연아가 맹훈련을 펼치며 꿈을 키워갈 무대가 되는 셈이다.
“봄이 오면 대학생이 되는데, 아무래도 선수생활이 우선이다 보니 대학생활을 어떻게 보낼지 구체적으로 생각은 해보지 못했어요. 아마 나중에 이 빙상장에서 훈련을 하게 되겠죠(웃음)? 국제빙상연맹 시니어 그랑프리는 끝났지만 아직 중요한 경기가 남아 있거든요. 오는 2월 4대륙 대회와 3월 세계선수권대회를 열심히 준비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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