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6 12:05 (금)
 실시간뉴스
싱글맘 배종옥이 해피하게 사는 법
싱글맘 배종옥이 해피하게 사는 법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7.15 15:0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 여자의 삶



감기에 걸렸다고는 하지만 건강한 기운이 넘쳐 보였다. 아마도 마음이 행복해서가 아닐까 싶다. 배종옥은 2004년부터 방송활동을 함께하는 작가, 배우, 감독들이 모인 ‘길벗’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마음공부’를 시작했다. 5년째 매일 아침 백팔배를 하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고 있다. 사람들과 관계 맺는 일에 서툴러 때론 화를 품고 살았지만 지금은 먼저 손 내미는 법도 배웠다. 제3세계 어린이를 위한 거리 모금 활동을 할 때, 배우가 된 것이 참 좋다고 고백하는 그녀. 요즘은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느끼고 있다.

이혼한 여배우가 사는 무대 

영화 ‘오감도’ 개봉을 앞두고, 영화사에서는 ‘배종옥, 데뷔 25년 만에 팜므파탈 파격 변신’이라는 문구로 영화를 홍보하고 있다. 하지만 그녀는 “별로 파격적일 것은 없다”고 수줍게 웃는다. 예전 같으면 영화사의 조금은 과장된 홍보에 얼굴을 붉혔을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한결 편안하다.
“연기에 대한 폭이 좀 넓어진 것 같아요. 나이가 드니까 역할이 어때도 괜찮다는 자신감이 들기 시작했어요. 예전에는 ‘내가 잘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것만 할 거야’라는 생각을 했다면, 지금은 새로운 것, 할 수 없을 것 같은 것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감도’ 제의를 받고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독특한 작품이라고 생각하실 거예요.”
배종옥은 카리스마 넘치는 관록의 여배우 ‘화란’ 역을 맡았다. 지금껏 연기해온 역할 중 겉모습이 가장 화려하고 강한 캐릭터이다. 전작인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 보여준 40대 톱스타 역할과 겹치는 이미지가 많다. 남자 앞에서 언제나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다. 배종옥은 차갑고 이지적인 캐릭터를 많이 맡은 탓인지 남성 팬보다 여성 팬이 더 많다.
“드라마 ‘왕룽일가’ 이후부터는 커리어우먼 역할을 많이 했어요. 남자들 앞에서 동등하게 서는 모습을 많이 보여서 그런지, 많은 여성들이 ‘내 이야기를 대변해준다’고 생각한 것 같아요. 늘 그런 역할을 하다 보니까 제가 그걸 잘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다 어느 순간 사랑의 감정, 깊이 있는 느낌은 표현하지 못하는 배우가 됐죠. 30대 초반에 했던 ‘목욕탕집 남자들’에서 큰딸 역할이 결정타였던 것 같아요. 그 역할을 한 이후에는 정말 들어오는 캐릭터가 다 똑같았어요. 연기의 한계, 슬럼프를 겪었어요. 연기에 대한 방향전환을 생각하기 시작했고요.”
연기는 물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것이 무척 힘들었다. 과연 연기를 하고 싶어서 하는 건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연기를 못한다며, 분장실에선 선배들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그때 마침 노희경 작가의 ‘거짓말’을 하게 됐다. 배종옥이 캐스팅 1순위였다면 좋았겠지만, 모든 배우들이 안 하겠다고 해서 그녀 앞으로 대본이 전해졌다. 배우의 체면을 구기고 “저 꼭 시켜주세요”라며 작가에게 매달렸다. 사랑 이야기를 새로운 시각으로 푼 작품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 작품이라는 확신도 들었다. ‘거짓말’은 배종옥이 “내 연기인생에서 큰 전환점이 된 드라마”라고 손꼽는 작품이다. 
“‘거짓말’ 이후에는 대중성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작가주의 작품을 많이 했어요. 시청률이 잘 나오지 않는 작품, 작품성을 요하는 어려운 것을 많이 했죠. 배우로서 만족감이나 자신감도 생겼어요. 하지만 늘 저한테 시달렸어요. ‘왜 나는 대중성이 없어?’, ‘왜 나는 인기가 없어?’ 이 질문들을 달고 다녔어요. 배우로서 인기가 없다는 것은 치명적이에요. 인기가 없을 때는 남들이 안 한다고 할 때, 비로소 작품이 제 앞에 와요. 인기배우와 출연료에서도 차이가 많이 나죠. ‘나는 걔네들보다 연기를 잘하는데 왜 내가 더 조금 받아?’ 이런 생각도 많았어요. 인기는 작업에 대한 보상인데, 그런 것들이 없었던 10년이라는 시간이 고통스러웠어요.”
대중의 평가가 아무리 좋아도, ‘연기파 배우’라는 칭호를 받아도 쉽사리 가슴속 응어리가 풀리지 않았다. 더구나 1년 6개월 만에 마무리된 결혼생활, 이혼한 30대 여배우라는 타이틀은 자존감을 더욱 떨어뜨렸다. ‘나같이 불행한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고, 2002년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는 그 힘듦이 절정에 달았다.
“딸아이를 전적으로 책임져주셨는데 이제 제가 직접 키워야 했고, 작품활동을 비롯해서 뭐든 게 불행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짐이 제 어깨를 짓누른 것 같아요. 저도 모를 불안감이 많았어요. 마음공부를 시작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제가 어떻게 달라졌을지 모르겠어요.”

마음공부, 내 자신을 보는 재미

노희경의 추천으로 정토회에서 하는 마음공부 ‘깨달음의 장’을 방문하게 된 배종옥. 당시 가장 큰 문제는 상처를 스스로 만드는 성격 때문이었다. 마음공부를 시작하면서부터는 매일 아침 명상을 하고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그녀는 요즘도 아무리 바쁘고 아파도 백팔배를 하고 하루를 시작한다.
“제가 사실 모태신앙이고 기독교인이라서 백팔배를 하면서도 ‘하나님’을 불러요. 보통 백팔배를 하는 사람들은 ‘부처님의 가피로 잘 됐다’고 말하지만 저는 ‘하나님의 축복’이라고 생각해요. 처음에는 불교의 어떤 관례대로 행하는 절차에 상당한 거부반응이 있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괜찮아진 것이, 제 마음의 어떤 선을 정한 것 같아요. 종교를 떠나 제가 이 사회에 잘 쓰이고 싶다, 그 마음을 정했어요. 제가 행복한 게 중요하고 그래야 잘 쓰일 수 있다는 목적이 생겼어요.”
커다란 목적이 생기고 나니 작고 소소한 것들이 별반 자신을 힘들게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상처와 미움을 다스리는 법도 알게 됐다. ‘나만 상처받는 게 아니라 나도 많이 상처를 줬구나’ 하는 생각을 하니 사람들과의 관계도 매끄러워졌다. 수행을 하면서 ‘내가 참 행복한 사람이구나’ 깨달았을 때, 참 행복감을 느꼈다.
“관계를 참 못하는 사람이었어요, 저는. 보통 작품을 할 때 배우는 상당히 대접을 받잖아요. 그런 것에 익숙해지다 보니, ‘싫으면 안 보면 되지’ 이런 생각이 제 안에 있었어요. 사람과 사람 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일에 자신이 없었죠. 사람과 사람 사이에 불편한 감정을 느낄 때 심장이 두근두근 뛰는 일이 많았고,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그다음부터는 시선을 피하고 있었어요. 습관처럼 그런 관계들을 제쳐놓으려고 애를 썼는데, 어느 순간 일과 연관되어 풀 수밖에 없는 환경들이 생기는 거예요. 그런 것에 고민도 많이 하고 기도하면서 저 자신을 곰곰이 들여다봤어요. 그런데 어느 순간, 상대편이 안쓰럽게 느껴지면서 미움이 탁 없어졌어요. 예를 들어 그 친구가 연출가였다면 ‘밤새 일하고 시간도 없을 텐데 그래도 나한테 그렇게 해주는 게 고마운 거지. 저 친구도 안됐다’ 하는 생각이 들면서 미움이 사라지고 괜찮아졌어요. 제가 안쓰러운 마음을 내니까 그 친구가 제게 똑같은 말을 해도 미운 감정이 안 들더라고요. 마음공부를 하면서부터는 변하는 저 자신을 보는 재미가 생겼어요(웃음).”
예민했던 성격이 많이 무뎌졌다. 상처가 되었던 말들도 ‘그럴 수도 있지’로 곱씹게 됐다. 이제 사람들의 평가를 곰곰이 따지고 해석하지 않는다. 그냥 평가 자체로 받아들일 줄 안다. 연예인 배종옥을 대하는 스스로의 마음도 달라졌다. 어느 순간,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가지고 있는 필연적인 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