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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 2일’의 나영석 PD
1박 2일’의 나영석 PD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8.17 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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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 같으면 ‘1백 회 특집’이라는 타이틀을 크게 놓고 방송을 했을 법도 한데, 방송 중 팬들이 보내온 축하선물과 편지 등을 통해 ‘1박 2일이 1백 회를 맞았구나’ 싶은 눈치를 겨우 챌 수 있었다. 잘난 척을 너무 해도 싫지만 너무 겸손해도 더 싫은 법이다. 조용히 1백 회를 보내고 싶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2년 가까이 궁금했던 나영석 PD의 속마음이 진짜 궁금해졌다. 쟁쟁한 스타들과 함께 그 험난한 여정을 만드는 사람이 너무도 겸손하다면, 그리고 너무도 조용한 것을 좋아한다면 멤버들 또한 좋아할까.

# 리얼 버라이어티에서 긴장감은 드라마보다 훨씬 크다
Q 지난 7월 12일 방송이 1백 회를 맞았다. 감회가 어떤가.
뿌듯하다. 예전 일이 주마등처럼 지나가고, 2년 가깝게 온 시간이 고마울 따름이다. 제작진뿐 아니라 출연자들에게도 고마운 일이다.
Q 방송을 보니 팬들의 관심과 성원이 상당히 뜨겁다. 특히 ‘예능의 정석’이란 책을 만들어 보낸 시청자의 성의에 정말 많은 감동을 받았을 것 같다.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내가 좋아하는 뭔가를 위해 노력하는 게 녹록지만은 않다. 그 정성이 고맙고 뿌듯하다. 가끔 외국에서 선물을 보내오는데, 출연자들도 그때마다 고마워한다.
Q ‘1박 2일’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출연자 못지않은 유명세를 누리고 있다. 어떤 경우에 실감하나.
지나갈 때 알아봐주는 사람이 더러 있다. 처음엔 당황스러웠는데, 지금은 “1박 2일 PD 맞나요?”라고 물어오면 “맞습니다”라고 인사하는 편이다.
Q 한국 PD 대상에서 TV 예능부문 작품상을 받았을 때는 어떤 기분이었나.
PD에게 주는 상이라기보단 프로그램에 주는 상이다. 작품성이 견고해 주는 상이니 기분이 좋다. 그간의 노력을 보상받고, 출연자에게 얼굴을 들 수 있는 기분이랄까. “따뜻한 프로그램을 만들겠다”고 당시 수상소감으로 말을 했는데, 그 말을 계속 지켜나가고 싶다.
Q 유명세로 개인 생활에 지장을 주고 있지는 않나.
큰 지장은 없다. 어떻게 보면 난 직장인이다. 단지 연예인과 일을 하다 보니 세상에 노출이 되고 알아보는 것인데, 물론 그 점이 편안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이 업계에서 종사하다 보니 업계의 속성을 알게 됐다. 만약 이 프로그램을 그만두고 노출이 안 되면 그 관심마저 몇 개월 안에 없어진다. 지금, 불편한 게 이따금 있지만 큰 부담은 아니란 말이다.
Q 그 유명세 때문에 후배 PD를 대신 방송에 출연시키는 것이 아닌가.
현장에서 연출할 때 PD 간의 동선까지 조정할 정도로 여유롭지는 않다. 전투하듯 촬영하기 때문에 어쩌다 걸리는 PD가 방송에 나오는 것이다. 방송에선 출연자가 중심이고 주인공이다.
Q ‘1박 2일’ PD의 일주일 일정에 대해 소개해달라.
녹화는 2주에 한 번씩 1박 2일로 이뤄진다. 월요일과 화요일에 회의를 하고, 수요일에는 작가가 중심이 돼 선발대가 답사를 떠난다. 두세 개 팀이 답사를 가는 동안 PD들은 편집을 하고 그 주 방송분을 제작한다. 답사를 다녀온 작가들이 돌아오면 최종 답사지를 택해 토요일에 다녀온다. 
Q 선발대가 다녀온 답사가 모두 마음에 안 들면 어떻게 하나.
그런 일은 종종 있다. 이번에도 고생해서 다녀온 두 군데가 마음에 안 들어 어제 다른 곳을 다시 다녀왔다. 생각대로 되는 게 일이라면 얼마나 좋은가. 운이 따라야 한다. 하지만 우여곡절 끝에 찾은 곳은 촬영도 잘되고 방송 결과도 좋은 편이라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을 실감하곤 한다.
Q 장소 헌팅의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풍광이 중요하다. 그렇다고 1순위는 아니다. 방송이란 흐름이 있다. 이번 주에 이런 곳을 갔으면 다음 주는 차별화된 요소를 찾아야 한다. 풍광뿐 아니라 그 동네에 어떤 분이 살고, 어떤 농작물이 나오는지 등을 꼼꼼하게 체크해야 한다. 정보와 재미를 동시에 보여줘야 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Q 대본이 없는 리얼 버라이어티 방송을 위해 어떤 준비와 노력을 하고 있나.
아직도 허덕인다. 말이 좋아 리얼리티이지, 1박 2일 동안 80분짜리 방송 두 개를 만들어야 한다. 매번 촬영을 할 때마다 ‘1백60분 방송을 뽑아낼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갖곤 한다. ‘그만한 가치와 재미가 있을까. 내 자신에게 납득이 되나’ 싶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는 편이다. 1백60분을 채워야 하면 그만한 아이템을 많이 가져가야 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현장에서는 거의 안 쓴다. 그저 불안한 마음에 제작진이 이런저런 준비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현장에서 허리띠를 풀어놓는다고 할까. 출연자들을 풀어주면 그들만의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게 된다. 그 점을 유도해야 재미가 더해진다.
Q 준비해간 것을 출연자가 거부하면 마찰이 빚어질 수도 있지 않나.
출연자들은 재미없을 것 같으면 솔직하게 자신들의 의사를 밝히는 편이다. 보통의 경우 제작진이 그들을 설득하는 게 맞지만, 요즘 같은 버라이어티 방송은 그렇게 줄다리기하는 것마저 방송 소재이다(웃음).
Q 출연진의 실제 모습을 끌어내기 위해 스타들과는 어떤 교감을 하고 있나.
예를 들어 지나가는 사람을 아무 이유 없이 한번 때려보자. 성격이 있는 사람은 덤빌 것이고, 유한 사람은 몇 마디 하고 참을 수도 있는 일이다. 누군가를 알려면 그 친구를 힘든 상황에 몰아넣는 거다. 우리 프로그램에서는 유독 배고픔을 참아야 하고, 잠을 자야 하는데 잠자리가 없는 등의 극적인 한계를 많이 설정해놓는다. 그 상황을 극복하는 나름의 처세술은 장소와 날씨 그리고 컨디션에 따라 늘 제각각이다. 그걸 반복하는 게 ‘1박 2일’의 콘셉트라 할 수 있다.
Q 출연자들과는 친한 편인가.
PD가 되기 전, 연예인들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보면 ‘저 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은 저 스타들과 친하게 지낼까, 밥도 같이 먹고 술도 마실까’ 하는 의문을 가졌었다. 물론 PD 중에는 그런 사람도 있다. 하나 난 그런 타입은 아니다. 일부러 짬을 내 개인적으로 대하지 않는다. 촬영이 아닐 때 전화하는 일은 거의 없다. 서로 만나지도 않는다. 얘기도 않는다. 녹화 당일도 마찬가지이다. 강호동 씨와 인사 정도만 한다. 다른 멤버들에게는 녹화 전 ‘열심히 하자’ 정도이다. 그러나 사이는 굉장히 좋다. 이러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내 스스로 낯을 가리는 성격, 연출 스타일일 수 있다. PD가 인간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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