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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장이 만난 사람-‘선덕여왕’의 작가 김영현·박상연
편집장이 만난 사람-‘선덕여왕’의 작가 김영현·박상연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09.08.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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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한 편이 많은 사람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꿔놓았다. 방영이 되는 매주 월요일과 화요일, 퇴근길은 늘 바쁘다. 어쩌다 친구나 직장동료와 피치 못한 저녁 약속을 해도, ‘선덕여왕’을 흐트러짐 없이 ‘시청가능한 곳’으로 자리 잡는 모습은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풍경(?)이 됐다. 인터넷 발달이 되어 지난 방송분도 얼마든지 챙길 수 있는 요즘이라지만, ‘선덕여왕’만의 긴박한 극 흐름은 단 한시도 기다릴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주말마다 재방송을 챙겨보는 것도 시청자의 필수사항이 됐다. 심지어 몇 회씩 묶어 릴레이 방송하는 케이블 채널도 꾀고 있어야 한다. 혹시나 놓친 장면은 없나, 잘 살피는 것도 이 드라마가 주고 있는 중독성의 결과이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인물들을 놓고 진위여부도 많이 일고 있지만, 그 또한 색다른 즐거움이 된다. 방송을 보면서, 또 자료를 찾아가면서 ‘선덕여왕’을 재해석하고 앞으로의 일을 점치는 재미, 참 쏠쏠한 것 같다.

#투수와 타자 역할을 적절히 분배하는 두 작가의 ‘명품’ 호흡

Q. ‘선덕여왕’이 최고의 시청률과 관심을 끌고 있다. 예상을 했나.
시청률이 잘 나와야 한다는 압박이 많았다. 아무리 평가가 좋아도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드라마에서 시청률이 안 나오면 너무 고통받는 사람이 많다. 그게 상당히 부담스러웠다(김영현).
Q. 많은 사랑을 받는 만큼 집필하는데,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다.
지금은 전개될 내용에 대한 불안함이 많다. 속된 말로 시청률은 이제 면피가 된 기분이다. 남은 과제는 어떻게 이야기를 잘 풀어갈지에 관한 고민과 작업이다(박상연).
Q. 작업이 무척이나 힘들 것 같다. 어떤 부분이 가장 힘든가.
앞으로 덕만이 미실을 이겨나가야 하는 상황을 잘 풀어가야 한다. 미실 캐릭터가 너무 강하게 그려졌는데, 그 아성을 어떻게 무너뜨리고 의미를 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끊임없이 하고 있다. 덕만이 공주로 인정받고, 왕이 되는 이야기 뿐 아니라 왕으로서의 권위나 가치관, 정책 등을 잘 엮어서 극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작업이 힘들 것으로 예상된다(김영현).
고현정 씨가 너무 연기를 잘해줘, 우리 작가들도 저 사람을 어떻게 망가트릴까, 고민하고 있다(웃음). 어쩌면 미실의 위상을 떨어트리기 보다는 덕만이 미실을 뛰어넘는 과정을 보여야 한다. 그러려면 미실보다 더 강한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게, 숙제이다. 미실은 작가들도 이기기 힘들만큼의 인물이 됐다(박상연).
Q. 일주일 두 회 방송이다. 일주일 스케줄은 어떻게 되나.
세 가지 과정이 있다. 매회 전체 이야기를 잡고, 그에 대한 씬 회의, 마지막이 집필이다. 그리고 대본을 넘기기 전 수정을 위한 작가들끼리 리딩 작업도 하고 있다. 금요일과 토요일은 라인 잡고, 화요일까지 씬 구성, 수요일과 목요일에 대본을 써서 완성을 하고 있다. 일주일 중 하루는 쉬고 싶으나 여의치 않다(박상연).
Q. 대본이 늦게 나오면 그만큼 작가와 연출진, 배우들의 호흡 면에서 큰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아직 늦은 적은 없다. 정확하게 목요일에 넘기고 있다. 인물이 워낙 많이 나와 리허설 과정이 꽤 길어야 한다. 동선 맞추는데도 엄청 시간이 걸린다. 촬영 현장 상황에 맞춰 대본을 미리미리 줘야 한다는 생각을 늘 하고 있다(김영현).
Q. 리허설 때나 배우들 리딩 때 작가도 참여하나.
매번 가지는 않는다. 대신, 새로운 인물이 투입되면 가야한다. 작가의 의도를 설명해야 하고, 배우들 리딩 하는 모습에서 캐릭터의 영감도 얻어오고 있다(박상연).
Q. 총 50부작 예정인데, 이제 반환점을 돌았다. 감회가 어떠한가.
아직 반이나 남았구나 싶은 생각이다(김영현).
긴 드라마를 처음 해본다. 20회가 끝났을 때, 쉬어야 할 것 같은 몸이었다. 끝나지 않고 계속 가야 하니 2, 3주 동안 굉장히 힘들었다. 집중이 빨리 안 돼 불면증까지 생겨났다(박상연).
Q. 박 작가의 그런 모습을 보고 많이 안타까워했을 것 같다.
“정신 차려라, 아니면 좀 자고 써라”등의 잔소리를 할 뿐이었다. 나도 여름에 작품을 해서 그런지, 2주전에 무척이나 힘들었다. 작가는 써야 할 게 남아 있으면 완성 될 때까지 잠을 이루지 못한다. 계속 긴장을 해야 하니 불면증이 당연히 올 수밖에 없다(김영현).
Q. 일주일에 60분짜리 두 개. 영화 한편의 시나리오나 다름없다. 그래서 공동집필하는 이유일 듯하다.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극이 길어도 그 만큼의 컬리티와 완성도 를 높여갈 수 있다. 혼자 했으면 불가능한 작업이다(박상연).
Q. 역할분담이라고 해도 될까, 어떻게 구분지어 집필하고 있나.
모든 내용과 씬 내용은 다 회의 과정을 거친다. 한 작가가 문제 제기하면 다른 작가는 명쾌한 답을 내주는 편이다. 우리 두 사람은 그 과정이 원활한 편이다. 그렇게 스토리 라인이 잘 잡히고, 신 구성도 잘 되면 대본은 테크닉적인 면이라 수월하게 완성되어진다. 매 회마다 등장하는 인물을 잘 살려야 하는데, 박 작가는 캐릭터를 잘 살리고 있다. 난 스토리 라인을 잡아가는 편이다(김영현).
곧잘 우리 두 사람을 투수와 타자의 역할로 비유하고 있다. 투수가 던졌을 때 타자가 잘 받아치는 게 중요한데, 그만큼 호흡이 잘 맞는 편이다(박상연).
Q. 혼자 집필하는 것과 두 사람이 집필하는 것에 대한 장단점이 뭔가.
혼자 할 때는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거다. 공동 작업은 내 생각을 반드시 설득 작업을 거쳐야 하는 부분이 있다. 사람을 설득하는 일, 힘들지만 어떻게 보면 글을 쓰는 입장에서 확신이 서는 일이다. 객관적인 검증을 거치면, 그만큼 컬리티가 높아진다(김영현).
Q. 하지만 두 작가의 의견이 대립할 때는 무척이나 곤란할 것 같다.
서로 자신 있어 하면 싸움이 된다. 그때 어느 한 쪽에서 강하게 “나를 믿어”하면, 그쪽을 따라 가는 편이다. 대부분 설득하는 과정에서 설득이 된다(박상연).
Q. 회의 때 논쟁을 많이 펼친다했다. 누가 설득하는 편이고, 또 누가 설득당하는 편인가.
‘히트’ 때는 대판 싸웠는데, ‘선덕여왕’ 때는 크게 없었다. 논쟁 까지는 아니어도 비담 캐릭터 갖고 좀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말로 설명이 잘 안됐다. 머릿속에 이미지가 있는데, 말로 표현하려니 힘들었다. 마지막에 김 작가가 눈치를 채고 “혹시 이런 이야기야?”라고 알아차려 잘 정리가 됐다(박상연).
Q. 극중 캐릭터를 놓고 볼 때, 힘들게 그려나가고 있는 인물은 누구인가.
현재는 유신랑이다. 하나 우리 작가들은 확신이 있다. 50부작이 넘어가는 드라마이고, 역사만 봐도 최후의 승자는 김유신이다. 우직한 남자 캐릭터는 언제나 그리기 힘들다(김영현).
Q. 많은 시청자들은 궁금해 한다. 역사 ‘선덕여왕’과 드라마 ‘선덕여왕’의 차이점이 그것이다.
‘삼국사기’나 ‘삼국유사’ 공히 조선왕조실록처럼 자세히 기록된 역사서가 아니다. 인물의 업적이나 설화, 혹은 자연현상 등 단편적으로 기록된 것이 많다. 또 두 개의 사서가 다르게 기록돼 있는 것도 있다. 따라서 덕만이 어떻게 태어났는지, 공주 시절은 어떠했는지, 어떻게 왕이 되었는지는 자세히 나와 있지 않다. 왕이 된 과정에 대해서는 성골남진하여 국인들이 왕으로 추대했다는 것이 전부다. 결국 역사학자들조차 그 국인이라는 것이 누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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