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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뷔 20년 만에 첫 팬미팅 고현정이 털어놓은 진짜 속내
데뷔 20년 만에 첫 팬미팅 고현정이 털어놓은 진짜 속내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7.05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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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라는 옷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던 때도 있었다… 앞으로는 연기자의 모습에서 변치 않을 것”

화장기 없는 환한 얼굴의 고현정. 여전한 미모를 자랑하는 그녀지만, 짧지 않은 세월을 지나는 동안 대중에게 비치는 그녀의 모습은 매번 다르게 다가왔다. 드라마 ‘여명의 눈동자’, ‘엄마의 바다’, ‘모래시계’ 등에서 여린 듯하면서도 심지 강한 인물을 그려내 많은 이들에게 사랑을 받았던 그녀. 1995년 재벌가의 며느리가 되면서 한동안 베일에 싸인 삶을 살았던 그녀는 2003년 8년간의 결혼생활을 끝내고, 2005년 드라마 ‘봄날’로 브라운관으로 복귀했다.
이전 작품에서 한없이 여린 이미지로 각인되었던 고현정. 다시 연예계를 찾은 그녀는 조금은 달라진 분위기였다. 이제는 옳다 생각하면 할 말은 다 하는 조금은 거침없는 성격이 된 듯하다. 영화 ‘여배우들’에서 후배를 질투하는 연기 아닌 연기(?) 역시 본래의 성격이 아닐까 싶을 정도. 본인 스스로도 “컴백 이후 많이 내질렀다”고 표현할 정도니 팬들은 이제야 만나는 고현정의 진면목이 반가울 따름이다.
오랫동안 그녀의 복귀를 기다려온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듯 고현정은 드라마 ‘여우야 뭐하니’, ‘히트’, ‘선덕여왕’ 등을 통해 화려하게 다시 태어났다. 특히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그녀가 맡은 미실 역은 연기인생의 전환점이자 폭넓은 연령대의 든든한 팬들까지 얻는 기쁨을 가져다주었다. 다시 한 번 고현정 신드롬을 일으킨 지금에서야 “그동안 팬들에게 덜 친절했다”며 그간 아껴두었던 말을 털어놓았다.

‘원조 신비주의’는 잊어주세요
고현정이 팬들과 만난다. 그것도 본인이 자청해서 말이다. 컴백 후에도 일정 수준의 신비주의를 고집해온(?) 그녀이기에 놀라움은 더했다. 연예인들은 팬미팅에서 온갖 장기자랑을 선보인다는데, 과연 그녀도 그럴까? 궁금증은 커져만 갔다. 팬미팅 당일, 그녀는 조금 긴장한 듯한 모습이 역력했다.
“그동안 감사의 마음을 잘 표현하지 못하는 성격이었는데,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런 자리를 마련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이번 기회로 지금까지 많은 분들로부터 받은 사랑에 감사드리는 마음을 전하고 싶네요.”
고현정은 결혼을 한 후 컴백 여부가 불투명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인터넷 팬클럽 ‘그녀를 기다리는 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깊다. 갑작스럽게 연예계를 떠난 그녀를 기다리는 팬들과 연예계에서 한 발 물러나 3자의 입장이 되어버린 고현정이 유일하게 소통하던 통로였기 때문이다. 연예계 복귀 이후, 매번 촬영장을 찾아오는 팬들에게 그녀는 고마움과 미안함이 뒤섞인 기분이었다고 한다.
“사실 남성 팬보다는 여성 팬들이 더 많은 편인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분들이 저를 닮아가는 것 같아요. 저 역시 많이 쑥스러워하는 성격인데 팬들도 저와 만날 때 친한 척을 하거나 적극적으로 다가오시지는 않더라고요.”
서로를 오래 알아가다 보면 닮는다고 하지 않던가. 그 배우에 그 팬이다. 하지만 이제는 서로 굳이 말하지 않아도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어떤 마음인지를 잘 알기에 그녀와 팬들 사이에 더 이상 오해는 없다.
“제가 종종 오해할 만한 말을 할 때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오해를 살 만한 말을 다섯 가지 정도 하면, 다른 사람은 몰라도 팬들은 그중 어떤 것도 오해하지 않아서 늘 고마운 마음이 커요.”
대중적인 이미지와 실제 모습 사이의 간극이 유독 커 보이는 고현정. 스스로도 그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그러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결혼하면서 닫혀버렸어요. 결혼생활을 할 때는 친구도 거의 안 만났어요. 꼭 만나지 말라고 한 건 아니었는데 그런 기대를 느꼈고 그래서 만나지 않게 됐죠. 게다가 간간이 흘러나오는 기사는 ‘경호원이 어쨌다더라’ 하는 내용이니 사람들에게 상상의 소재를 어느 정도 던져준 셈이잖아요?”
그동안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살아온 탓일까.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그녀이기에 본인 스스로도 소통과 관련된 부분에 민감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겉으로 다 드러나지 않아도 그녀의 진심을 아는 사람들은 다 알 것이다. 고현정이 정 많고 호탕한 사람이라는 것을.

연기를 다시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
자주는 아니지만 고현정은 이따금 토크쇼나 행사장에도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자지러지게 웃는 모습도 보여주곤 한다. 그 웃음 뒤에는 또 어떤 마음이 내재해 있는 것일까. 그냥 솔직한 그녀의 마음을 묻고 싶어진다.
“비 오는 날 비를 안 맞으려면 집을 나오지 말아야죠. 집을 나왔으니까 우산을 썼어도 신발도 젖을 수 있고, 어깨도 젖을 수 있고 그렇잖아요. ‘비 한 방울 안 맞겠다’ 하면 나오지 말아야죠.”
한 방송을 통해 자신의 심정을 비 오는 날로 비유한 고현정. 늘 조심스러워하는 모습. 그렇기에 신비주의란 말도 달고 살아왔지만 다시 연기를 하겠다고 결심했을 때 그녀는 조심해도 비를 맞을 수밖에 없는 의외성을 예감한 듯하다. 이제 팬들 앞으로 성큼 다가선 그녀는 그동안 감춰온 속마음을 눈물과 함께 풀어냈다.
“사실 배우를 그렇게 오래하고 싶지 않았어요. 제가 생각해도 남들 앞에 서는 것이 부자연스럽거든요. 배우를 빨리 그만두고도 싶었어요. 그렇게 시간이 지나고 나니 딱히 연기가 좋아서라기보다는 할 일이 없어서 다시 돌아왔죠.”
자연인으로 10년을 살다가 복귀했을 당시 느꼈던 두려움에 대해 고현정은 울먹이며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배우들 사이에서, 어디를 가서든 왕따를 당할 것 같은 기분이었다고. 그래서 더 솔직하고 강한 모습을 보여야 했다.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그녀는 마치 연기에 심한 갈증을 느낀 사람처럼 다작을 해왔다. 딱히 할 일이 없어 돌아온 것이라고 말했지만 진짜 마음은 그뿐만이 아니었으리라. 과거 ‘무릎팍 도사’에 출연했을 당시 그녀의 마지막 말에서 그 이유에 대해 조금은 감지할 수 있었다.
“활동을 열심히 하는 것은… 제가 할 수 있는 것 중에서 가장 건강한 방법으로 아이들한테 제 모습을 많이 보여주고 싶어서예요. 말로 얘기하는 것은 어찌됐든 다 변명이 될 테니까요. 그런 것보다는 TV라는 게 가장 가깝잖아요. 그래서 많이 보여주고 싶어요. 아이들한테는 산뜻한 엄마였으면 좋겠어요. 특이한 상황에서의 제 사랑이라고 애들이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이제 고현정은 아이들뿐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의 편이 되어준 팬들을 위해서도 계속 활동을 하겠다고 다짐한다. 조심스럽게 내뱉는 단어 하나하나마다 그녀의 진중한 마음이 느껴진다.
“앞으로 저 자신을 잘 유지하고 싶어요. 시간이 흐르면 목소리나 외모는 망가지겠지만, 연기자로든 다른 모습으로든 팬 여러분이 원하고 불러주시면 이 자리에 서 있을 거예요.”
그 어느 때보다 배우로 살아가는 지금을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고 고백하는 그녀. 앞으로 그녀의 삶은 더욱 빛나고 아름답게 영글어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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