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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 고백 인기가수, 재벌가 사모님, 그리고… 배인순이 털어놓은 ‘파란만장 내 인생’
솔직 고백 인기가수, 재벌가 사모님, 그리고… 배인순이 털어놓은 ‘파란만장 내 인생’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8.02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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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석 전 회장의 이혼 소식에 복잡한 마음… 그 사람과의 인연은 죽을 때까지 끊어질 수 없을 것이라는 걸 안다”

‘커피 한잔’을 비롯해 무수히 많은 히트곡을 쏟아내며 1960∼70년대 최고 인기가수로 군림했던 ‘펄 시스터즈’의 배인순. 얼마 전 최원석 전 동아그룹 회장과 장은영의 파경 소식이 알려지며 그이의 이름은 또 한 번 인터넷에 오르내렸다. 부부의 인연을 내려놓은 지 1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배인순’이라는 이름 뒤에는 언제나 전남편의 이름이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재벌가의 그늘을 벗어나 세상에 홀로 서는 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수많은 고비 속에서도 세 아들에 대한 그리움과 애틋한 마음 때문에 끝내 무너질 수 없었다는 그이의 육성고백.

40억 날리고 인생수업 제대로 했다
이혼 후 가장 두려웠던 것은 내가 이혼녀가 됐다는 사실이었다. 이혼했다는 것이 너무나도 창피했다고 해야 할까. 사람들이 내 얼굴 다 알 텐데, 나를 보면 모두 수군거릴 텐데…. 이혼하고 이렇게 나와버렸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이는 것이 꺼려졌다.
결혼생활을 돌아보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참 많이 외로웠던 기억들이다. 그 사람은 재혼이고, 나는 초혼이다 보니 그 속에서 일어나는 불협화음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결혼과 동시에 내게는 너무나 장성한 아들과 딸이 생겨버렸고, 어린나이였던 나는 자녀들과의 관계 설정이 무척이나 힘들었다. 가슴이 방망이질 치듯 힘들던 순간도 많았고, 상처를 받아도 어떻게 견뎌내야 하는지를 몰랐다. 그저 내 가슴만 아픈 채 흘러가는 날들이 너무도 많았다. 아내라는 이름은 가졌지만, 그렇게 장성한 자녀들을 둔 남편을 다스리는 일은 정말 어려웠다. 외롭고 힘들어도, 내 마음을 털어놓을 그 누군가가 곁에 아무도 없었다. 어쩌면 나는 그때부터 스스로를 달래고 다독이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는지 모른다. 그 시절에는 그저 매일 기도하는 힘으로 살았다. 무조건 모든 사람들을 사랑하면서 살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간절하게 기도하곤 했다.
결국 22년의 결혼생활이 쓰라리게 끝나버린 후, 나는 덜컥 세상 밖으로 나왔다. ‘재벌가’의 울타리 안에서 살던 시절에는 그저 내 마음대로 살았다. 그가 돈을 갖다주면 그걸로 생활비를 쓰면 그뿐이었다. 언제나 현금을 받아서 썼기 때문에 은행을 이용하는 방법도 몰랐고, 세금을 내는 방법도 몰랐다. 그때는 항상 누군가 다 알아서 해주는 사람이 있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로봇같이, 바보같이 살았구나 싶어진다. 진짜 세상살이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나는 그다음부터 혹독한 인생경험을 시작했다. 사람 말을 잘 믿고, 다들 ‘내 마음 같겠거니’ 받아들인 나는 연달아 사기를 당했다. 이혼 후 얼마 되지 않아 믿고 의지해오던 지인이 15억원의 돈을 가지고 잠적했다. 은행 거래를 제대로 해본 적 없어 금융업계에서 일하는 친한 언니에게 돈 관리를 부탁했던 것이 화근이었다. 한번 사기를 당하고 나니, 어떻게든 만회해보려는 조급함이 화를 불렀다. 5억을 투자하면 25억으로 불려주겠다는 말도 덜컥 믿고 투자할 만큼 세상 물정을 몰랐으니까. 그렇게 날린 돈을 모두 합치면 40억원 가까이 된다. 그래도 이젠 더 이상 그런 사기꾼에게는 당하지 않을 것 같다. 12년간 산전수전 겪으면서 나도 많이 단단해졌으니 말이다.
4년 전쯤에는 우울증에 시달리며 고생을 했다. 몇 번이고 배신당하고, 사기를 당하는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이 밀려왔다. 모든 것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고, 나는 왜 이렇게 바보 같은지 한탄만 나왔다. 내가 데리고 있었던 막내아들을 아이들 아버지(최 전 회장) 쪽으로 보내고 난 뒤에는 우울증이 더 심해졌다. 말동무도 사라지고, 텅 빈 집안에 앉아 있노라면 그야말로 세상에 나 혼자라는 기분이 들었다. 그때는 사람을 만나서 얘기하는 것이 그렇게 싫을 수가 없었다. 나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얘기들에 동참할 흥미가 생기지도 않았고, 내 얘기를 털어놓고 싶지도 않았다. 우습지도 않은데, 분위기에 맞춰 웃어야 하는 일은 더욱 싫었다. 그러니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그저 혼자 집에 앉아 있는 일뿐. 오늘처럼 이렇게 비가 오는 날이면 멍하니 벽만 바라보다 눈물을 흘리고는 했다. ‘또 이렇게 울고 있으면 어떻게 하니, 너 정말 깊은 병에 빠지고 있어’라고 스스로에게 경고하면서도, 그 수렁을 벗어나기는 힘들었다. 조금 일어나려는가 싶을 때면 또다시 주저앉기 일쑤였다.

우울증 이겨내려 무작정 페달을 밟았다
나를 수렁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은 우리 아이들이었다. 아이들만 생각하면 ‘내가 지금 이러고 있으면 안 되지’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아무도 얘기할 사람이 없어, 혼자서 자문자답하던 나는 우울증 약을 끊고 밖으로 나가기로 결심했다. 생각 끝에 내가 찾은 해결책은 무조건 운동을 시작하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도 자전거 타기를 결심한 이유는 간단했다. 운동을 하기 위해서는 고글을 끼고 마스크를 써야 하기 때문에 얼굴 전체가 가려졌다. 그렇게 뒤집어쓰고 나가면 아무도 나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사실이 정말 좋았다. 뜨겁던 한여름에도 나는 하루에 20킬로미터씩 자전거를 타고 무작정 길을 달렸다. 집에 돌아오면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지만, 마음만은 한결 가벼워졌다.
운동을 하면서 조금씩 마음의 힘을 북돋고, 사람들과 어울리게 되면서 만나게 된 것이 브리지 게임이다.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이 즐겨하는 게임으로도 유명한 브리지 게임의 매력에 빠지면서 내 삶은 또 한번 달라졌다. 브리지 게임을 배우는 아카데미에 나가 공부하면서, 나는 사람들과 마음을 터놓고 어울리는 법을 배웠다.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얘기도 하고, 웃기도 하면서 스스로 신기해질 때도 있다. ‘Getting Better’라고 말해야 할까. 밑바닥에서부터 조금씩 나아지고, 또 나아지는 스스로의 모습을 발견하는 기쁨은 말로 설명할 길이 없다.
얼마 전부터는 중앙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사진도 공부하고 있다. 또 다른 무언가를 배우고 공부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나는 짜릿한 흥분을 느낀다. 평일에는 브리지 게임과 사진 공부를 위해 아카데미며 평생교육원을 다니느라 바쁘게 지내고, 주말에는 둘째와 셋째가 찾아와서 함께 지내고 있다. 비록 40억원이라는 큰돈을 잃었지만, 나는 요즘 ‘즐겁게 살고 있다’라고 말하며 다닌다. 그 돈을 모조리 없애게 만든 일에는 하느님의 뜻이 있었다고 믿는다. 만일 내게 그 돈이 있었다면, 그것을 굴리고 굴리며 참으로 교만했을 것 같다. 그 교만함을 걱정하셔서 마지막까지, 바닥까지 내려놓게 하고, 나를 무릎 꿇게 하신 것 같다. 이제는 그 돈이 없어도 그렇게 마음 편할 수가 없다. 내가 밥만 먹을 수 있으면 되는 것인데, 욕심부릴 것은 또 무엇인가 싶어진다.

그 사람의 이혼 소식, 나도 마음 아팠다
그 사람이 얼마 전 장은영 씨와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참 안 좋았다. 두 사람이 별거한 지 몇 년이 지났다고 하니, 이미 마음의 정리는 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얘기가 세상에 나올 때까지 본인의 마음은 오죽했을까. 마지막 눈감는 날까지 함께할 것처럼 온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결혼 아닌가. 그런데 이렇게 헤어지는 것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그 사람 성격을 나는 누구보다 잘 안다. 이런 이야기가 만천하에 알려졌으니, 그 사람이 어떤 모습일지 안 봐도 알 것 같다. 그저 빨리 추스르기만을 바랄 뿐…. 건강도 회복하고, 아이들과도 정 깊은 부자지간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사실 우리 아이들은 참 착하다. 자기 자식 착하지 않다는 엄마는 없겠지만, 우리 아이들은 그동안 말썽 한번 피워본 적이 없다. 첫째 은혁이는 결혼해서 벌써 예쁜 손녀를 안겨줬고, 올 9월에는 손자가 태어날 예정이다. 둘째 용혁이는 두바이에서 일하고 돌아와 금융업계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막내 재혁이는 지금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 사람은 성격이 조금 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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