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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아이와 함께하는배우 정호근 가족의미술관 나들이
세 아이와 함께하는배우 정호근 가족의미술관 나들이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09.14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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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와 브라운관에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해내며 사랑 받아온 정호근과 아내 정윤선 씨를 영국근대회화전이 열리고 있는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만났다. 장남 동섭(12), 둘째 딸 혜민(11), 막내딸 수원(8)이도 엄마, 아빠와 함께 미술관 나들이에 따라나섰다.
윌리엄 터너를 비롯한 영국 18~19세기 낭만주의 작가들의 그림부터 인상주의 작품에 이르기까지 1백여 점의 그림을 보며 누구보다 좋아한 사람은 세 아이들이었다. 동섭과 혜민은 마음에 드는 작품 앞에 한참이고 서서 그림을 이러저리 살펴보았다. 막내 수원은 자신보다 몇 배는 커 보이는 그림을 보며 눈으로 따라 그리기도 했다. 특히 혜민은 “지금까지 본 그림 중에서 가장 편안해 보이는 작품”이라며 몇 개의 그림을 줄줄이 설명하기도 했다.

예술가의 꿈 함께 키워가는 가족
방송을 통해 노래 부르는 모습을 선보이며 성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던 정호근. 중·고등학생 시절에는 따로 레슨을 받지 않았는데도 성악 콩쿠르에 나가면 늘 1등을 수상할 정도로 실력이 좋았다. 여기에 손재주가 뛰어난 아내의 재능까지 물려받은 세 아이는 예술감각이 뛰어나다. 동섭은 바이올린, 혜민은 피아노와 성악, 수원은 요즘 첼로와 그림 그리기에 푹 빠져 있다. 노래를 좋아하는 아빠와 악기를 연주하는 아이들 덕분에 집에서는 종종 가족 음악회가 열리기도 한다.
“어릴 적 지인의 결혼식장에서 첫째와 둘째 아이가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 앞에 한참을 서 있더라고요. 소리가 좋다면서 말이죠. 음악에 아이들의 흥미와 관심이 깊다는 걸 그때 알게 됐어요. 저는 노래는 좋아하지만 악기 연주는 어렵더라고요. 대신 아이들은 엄마를 닮아서 악기를 잘 연주하죠. 가족 안에 좋은 공통분모가 있어서 모일수록 더 즐거운 것 같아요(웃음).”
음악적인 재능 외에도 막내 수원이가 아빠와 같은 연기자의 끼를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정호근은 집안에 연기자는 자신 한 명으로 족하다는 생각이다.
“배우는 스트레스가 정말 많은 직업이에요. 특히 누군가로부터 선택 받아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자신을 감출 때도 있죠. 모든 사람들에게 내 진짜 모습을 다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요. 요즘에는 인터넷 악플도 심하잖아요. 많은 연기자들이 거기에 상처 받거든요. 물론 사람들에게 관심과 사랑을 한 몸에 받을 수도 있지만 여러 가지를 종합해봤을 때 내 아이에게 권하고 싶은 직업은 아니에요.”
다수의 드라마에서 악역을 맡으면서 강한 이미지를 만들어온 정호근도 가족 앞에서는 다정한 남편이자 아버지다. 스케줄이 없는 날이면 그는 가족과 함께 외식을 하고 전시회나 영화도 자주 보러 다닌다.
“적어도 일주일에 세 번 이상은 아이들과 무엇이든 함께하려고 노력해요. 어린 시절에 부모와 함께 다양하게 체험하는 것만큼 좋은 교육도 없거든요.”
사람의 생각은 말을 통해 드러난다고 했던가. 인터뷰를 위해 연락을 주고받는 동안 그는 ‘사람냄새’, ‘가족’이라는 단어를 자주 쓰곤 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아내와 아이들과 떨어져 8년간 기러기 아빠로 지냈던 그이기에 지금 가족과 함께 누리는 행복이 더욱 크게 느껴지는 듯했다. 가정에 헌신적인 모습은 아내도 고맙고 미안하게 여길 정도다.
“제가 아침운동을 자주 다니는데, 남편이 스케줄이 없는 날은 아이들 아침식사도 직접 차려주고 설거지까지 해요. 제가 만들어놓은 요리에 간을 더해서 더 맛있게 할 때도 많고요(웃음). 점수로는 90점 이상을 주고 싶죠.”(정윤선)
“친구들이 저한테 하는 얘기가 있어요. 집안일 좀 정도껏 하라고요. 자꾸 그러다 보면 평생 고생한다나요. 하지만 전 아들한테도 남자들이 아내를 도우며 살아야 한다고 얘기해요. 서로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주면서 사는 게 부부인 거죠.”(정호근)

두 아이 떠나 보내고 세 아이와 함께하는 삶
남다른 애정을 과시하는 정호근 부부에게는 지금의 세 아이뿐 아니라 두 명의 아이가 더 있었다. 신혼 때, 다섯 명의 아이를 갖자고 약속했던 부부는 네 번의 제왕절개를 통해 다섯 명의 아이를 얻었다. 하지만 태어난 지 3년 만에 큰 딸아이가 숨을 거두고 막내 수원과 쌍둥이였던 아이마저 하늘로 떠나보낼 수밖에 없었다. 부부에게 찾아온 뜻하지 않은 시련은 특히 아내에게는 자살을 생각하게 할 정도로 컸다.
“첫아이를 임신했을 때 임신중독이 왔어요. 8개월 만에 낳게 되었는데 결국 3년을 못 넘겼죠. 아이 잃은 사람의 심정은 직접 겪어보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거예요. 그땐 죽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요.”
당시 둘째를 임신 중이던 정윤선 씨는 첫아이의 유골을 뿌린 곳으로 가 자살할까 생각도 했다. 하지만 뱃속의 아기가 보내는 태동을 느끼며 생명의 소중함을 새삼 되새기게 되자 비로소 죽음의 유혹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수원과 혜민도 각각 7, 8개월 만에 저체중으로 태어났지만 지금은 여느 아이 못지않게 밝고 건강하다. 하루가 다르게 자라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면서도 정호근은 품에서 떠나보낸 아이들 생각이 자주 떠오른다.
“항상 마음속으로 기도해요. 아이들이 좋은 곳에서 편히 쉴 수 있게 해달라고. 눈에 보이는 세상도 있지만 안 보이는 세상도 있잖아요. 기도하다 보면 어느새 아이들이 다 듣고 우리 가족을 도와주고 있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아요.”
삼 남매는 더 많은 형제들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최근에서야 듣게 되었다. 엄마,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이후 수원은 자신의 쌍둥이 동생에 대한 미안하고 놀란 마음에 울음을 터뜨렸다. 동섭은 장남의 부담감을 느낄 때면 “누나가 살아 있었으면 좋았을걸”이라며 섭섭한 마음을 표현했다. 하지만 이제는 엄마, 아빠의 마음을 이해하며 하늘로 떠난 형제들 몫까지 열심히 노력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부부는 큰 위로를 얻는다.


느리지만, 스스로, 따뜻하게 걷기
초등학교 5학년인 동섭과 4학년 혜민, 올해 학교에 입학한 수원. 세 아이 모두 같은 학교에 다니지만 성격이나 취향은 다 다르다. 동섭은 배려하는 마음이 깊어 엄마를 많이 도와주는 아들이다. 한 예능 프로그램에 아빠와 함께 출연해 “엄마가 소프라노 톤으로 잔소리를 한다”고 말해 엄마를 당황케도 했지만, 세 아이 중에서 엄마를 가장 아끼는 아들이다. 혜민은 섬세하고 감성적인 부분이 특별하다. 두 살 때 부터 감명 깊은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렸을 정도. 수원은 다른 사람들 앞에서 수줍어하는 것과 달리 남성적인 성격이다. 보기와 다르게 치마보다 바지를 좋아하고 인형보다 로봇, 칼싸움을 더 좋아한다. 이렇게 서로 다른 아이들이지만 부부가 공통적으로 중요하게 가르치는 것은 예의범절이다.
“공부를 잘해서 백점을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생을 길게 볼 때 사람들에게 인사 잘하고 예의바르다고 칭찬 듣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타인을 배려할 줄 알아야 자신을 진정으로 위할 수도 있거든요.”
시험성적이 좋지 않을 때에도 그는 크게 야단치지 않는다. 단 최선을 다했다는 전제하에서다. 열심히 했다면 지금 당장 눈에 띄게 좋지 않아도 나중을 위한 초석이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있는 힘껏 노력을 하지 않은 경우라면 그도 혼을 낸다. 그런 아빠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는 엄마의 마음은 조금 다르다. 자주 아이들의 성적을 확인하고 다른 엄마들과 정보를 주고받다 보면 이렇게 해도 되나 싶은 생각이 들 때도 종종 있다고.
“다른 엄마들과 만나서 이야기하다 보면 요즘 학원 한두 군데 안 보내는 집이 없어요. 지금 우리 아이들은 사교육을 따로 받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불안할 때가 많죠. 그래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을 하게 두는 편이에요. 덕분에 동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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