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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바다 04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바다 04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8.09.06 10: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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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마이클 케나’

 

고등학생 때 사진에 넋이 빠져 낡은 50cc 오토바이를 타고 들과 바다를 헤매고 다니며 사진을 찍을 당시에 찍은 필름을 현상하고 인화하던 읍내 단골 사진관 사장님이 어느 날 ‘김군은 물을 참 좋아하네’ 라고 하셨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찍은 사진들 대부분이 강이나 바다에서 찍은 것들이었다. 비교적 변화가 크지 않은 산이나 들판의 풍경과 달리 강이나 바다의 모습은 계절마다 다르고 아침 저녁으로도 달라서 내가 즐겨 찍었던 피사체였다.

전국의 풍경을 물품 수거 하듯 파인더에 담아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한다는 의미의 ‘풍경택배작가’ 라는 타이틀로 작품을 찍고 있는 요즘도 바다를 즐겨 찾는다. 인천국제공항이 있는 영종도와 그 인근의 용유도는 집에서 차로 40분 거리에 있어 벌써 스무 번도 더 다녀왔다.

용유도 예단포 횟집에서 점심을 먹을 때 식당 벽에 걸려있던 물 때 달력을 사진으로 찍어 놓고 하루 중 언제가 밀물이고 언제가 썰물인지를 알아서 물때에 맞게 현장에 가는 요령도 생겼다.

10여 년간 한국의 자연을 전시와 출판을 통해 해외에 알려 국내의 권위있는 사진 상인 이해선 사진문화상을 수상한 ‘마이클케나’ 라는 영국출신의 사진작가가 있다.

작년에 이 작가의 전시회가 서울 공근혜 갤러리에서 열려 관람을 갔었다.

평생 6X6 사이즈의 핫셀블라드 카메라로 흑백 사진만 찍어 책받침 크기만한 사진을 전시하기를 고집하는 작가의 사진은 과연 듣던 대로 조형적인 화면구성과 장인정신에서 우러나오는 아름다운 흑백 톤이 인상적이었다.

그 전시회를 보고 앞으로 나도 흑백사진을 찍어야 되겠다는 충동으로 사진을 찍어보았지만 디지털 사진으로 마이클케나의 흑백 톤을 쫓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고가의 핫셀블라드 카메라와 현상 인화 장비를 사고 한 통에 만원이 넘어가는 흑백필름으로 사진을 찍기에는 도저히 엄두가 안 나서 그냥 컬러사진이나 잘 찍기로 했다.

열심히 하다 보면 흑백에 마이클케나가 있다면 컬러에 김도형이 있다고 세상이 알아주는 날이 오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져 본다.

용유도 마시란 해변의 바다는 이미 가을 물이 들어 있었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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