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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배우 조민기, 뷰파인더에 세상을 담다
‘사진은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배우 조민기, 뷰파인더에 세상을 담다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0.0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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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드라마, 영화를 넘나들며 왕성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조민기는 일주일에 두 번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친다. 학생들과 함께 보내는 시간은 자신의 연기를 뒤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된다고 말하며 미소짓는 조민기. 배우 말고는 어떤 것도 생각해본 적 없는 그다.
여행을 다닌 지 이제 10년이 조금 넘은 그는 혼자 하는 여행길이 적적해 카메라를 친구로 삼았다고 말한다. 카메라의 매력은 시간을 멈추게 한다는 것. 자신이 담고 싶은 부분을 간직할 수 있다. 많은 나라를 여행한 만큼 가슴에 남는 사진을 찍고 싶었다는 그.
“사진을 찍다 보니 더 절실히 느꼈어요. 선진국에서는 그저 좋다는 정도지 가슴에 남는 사진이 없었어요. 아프리카, 네팔 등에서는 보면 볼수록 깊이가 느껴지는 사진이 많이 남더라고요.”
조민기는 ‘정말 사람에게 중요한 건 이것일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아프리카에서 얻었다. 그리고 여행지에서 찍은 사진과 느낌을 엮어 몇 년 전 ‘당신을 만나서 행복합니다’라는 책을 펴내기도 했다. 2005년 개인전을 시작으로 다양한 그룹전과 아트페어에 참여하며 사진작가로도 인정받고 있다.

배우는 나의 천직
“사진은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가능했던 작업이었어요. 전 배우의 삶이 너무 좋아요. 배우이기에 다양한 세상을 관찰하고 바라보게 되는 것 같아요. 연기와 사진,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것 모두가 유기적으로 연관성이 있어요. 이 세 가지를 분리해서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요.”
10월부터 MBC 주말드라마 ‘욕망의 불꽃’ 촬영에 들어가는 조민기. 극중 이순재의 셋째 아들로 여주인공 신은경의 남편이자 유승호와는 부자지간으로 나온다. 맡은 역할은 재벌 아들. 그는 캐릭터는 장치적인 배경일 뿐이고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는가를 연기하는 게 자신에게 주어진 일이라고 했다. 타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가족애 그리고 동정심까지 가진 총명한 인물로 조민기는 이번 드라마에서 욕망의 대상이자 불꽃 속에서도 시들지 않는 연꽃 같은 연기를 보여줄 예정이다.
대부분의 시간을 카메라 앞에 서는 배우로 살아가는 그는 밤낮으로 이어지는 촬영시간도 소중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가끔은 자유롭고 싶을 때도 있다.
“시각이 차지하는 비중은 워낙 커서 바라보는 것이 곧 사고하는 것이고 존재하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가끔은 마치 한쪽으로 치우친 자신의 삶을 바로잡기라도 하듯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래서 그는 충분히 세상을 관찰하고 그 기운을 받아들일 수 있는 곳으로 향한다. 자신을 향하는 시선의 무게보다 타인을 향한 자신의 시선에 더 많은 무게를 둘 수 있는 시간, 그는 카메라 뒤에서 사진가가 된다.

아프리카를 기행하다
조민기는 느낌이 좋은 배우다. 연예인답지 않은 솔직함과 소탈함, 자유분방함이 넘쳐흐른다. 그에게 아프리카는 제2의 고향과 같은 느낌이다. 에티오피아를 비롯해 네 차례나 아프리카를 다녀왔다.
“아프리카를 제 여행의 후보지로 올려놓은 지는 꽤 오래됐어요. 어떤 여행지든 각각의 이유가 있어 그곳에 가겠다는 바람과 계획을 세우게 되지만, 아프리카만은 막연한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이 전부였죠.”
아프리카의 정물은 그가 경험하지 못했던 초자연의 경이로움을 주었다. 마치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살아 있는 ‘동물의 왕국’이 눈앞에 펼쳐지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아프리카의 기아와 질병, 내전으로 고통받는 그곳 사람들의 모습은 그러한 자연경관에 가려져 외면당하고 있었다.
“여행과 사진에 나름대로 애착과 욕심이 풍부한 저에게 아프리카는 초자연의 피사체를 간직하고 있는 훌륭한 곳이었어요. 그런 아프리카에 발을 딛었을 때 그동안 갖고 있던 막연한 동경은 무참히 부서지고 말았죠.”
그는 1차 세계대전으로 서구 열강들이 아프리카 대륙 전체를 줄긋기 하듯 그어놓은 국경에서 알 수 있듯 아프리카는 서구 열강에 유린당해왔다고 언급했다. 처음 발을 들인 우간다는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비교적 나은 상황이었다. 엔테베 국제공항 옆 대규모 유엔 캠프를 비롯해 우간다 곳곳에서 국제 NGO 단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들의 활동에도 불구하고 해결될 문제들이 아니었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유일한 유산이 에이즈인 천진난만한 아이들. 치료제도 아니고 면역력을 강화해주는 약이라도 복용하면 그나마 허락된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 하지만 하루 치 약을 복용하는 비용인 우리 돈으로 단돈 1천원이 없어서 하루하루가 더욱 소중할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너무 안타까웠다.
“반군들에게 납치당한 대여섯 살짜리 소년, 소녀들은 장난감을 손에 쥐듯 제 키보다 더 큰 소총을 온몸으로 짊어지고 자기 부모 형제에게 총부리를 겨누었어요. 정부군과의 교전에서는 아이들이 당연히 총알받이일 수밖에 없잖아요. 전쟁의 공포로 겁에 질린 소년들에게는 마약을 투약하거나 옆 친구들 보는 앞에서 총살해 그들의 명령에 복종하게 만든다고 합니다.”
운 좋게 반군 캠프에서 탈출한 아이들은 부모나 같은 마을 사람을 죽였다는 죄책감으로 고향 마을로 돌아갈 수도 없는 상황이다. 돌아간다 해도 가족과 마을 사람들의 적의에 찬 눈총으로 오갈 곳 없는 신세가 되어버리기 일쑤다. 결국 전쟁 중에 입은 육체의 상처만큼이나 깊은 대인 기피증과 자폐증에 시달리고 있는 아이들의 얼굴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조차 없었다.
“에이즈나 내전에 휘말리지 않은 아이들은 오염된 표면수를 식수로 마시며 수인성 전염병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었어요. 그나마 우간다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 덕분에 아프리카의 다른 나라들보다 유아 에이즈 감염률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죠. 초등학교까지 의무교육을 실시하고 있어 교육을 통한 사회 계몽에 적극적이라는 것이 천만다행이었어요.”
처음 아프리카를 위해 모금한 500만원이라는 돈은 참으로 엄청난 힘을 발휘했다. 에이즈로 부모를 모두 잃고 3형제가 서로 의지해 살고 있는 에이즈 고아 가정에 집 한 채와 소, 염소를 각각 한 마리씩 사줄 수 있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작은 밭을 일구며 살아가는 그들에게 소 한 마리는 우리의 경운기마냥 밭일에 큰 도움을 주고, 염소의 젖은 아이들에게 부족한 영양소를 공급해줬다.
“우간다 사람들은 정말 모든 것이 행복해 보였어요. 자기들을 찾아온 손님을 마음으로 환영해줬죠. 비싸고 좋은 음식을 준비하는 손님맞이가 아닌 먼 길을 온 손님을 위해 의자를 준비해주고 과일열매 하나라도 준비할 줄 아는 넉넉한 마음을 지녔죠.”
금전적인 여유로움으로 자기 만족을 위해 봉사를 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조민기. 하지만 부자여서 나눌 수 있는 것만은 아니라고 강조한다. 나눈다는 것은 재산이 소멸해가는 것이 아닌 또 다른 탄생을 의미한다고.

사랑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나눔은 관심에서 시작한다고 말하는 조민기. 나를 둘러싸고 있는 세상의 관점에서 나를 살게 해주는 세상의 관점으로 나와 세상을 본다면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는 지난 5월 일본에서 사진작가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2006년부터 봉사활동을 위해 방문한 아프리카에 희망을 전달하고자 사진전을 가진 것이다.
“그동안 홈페이지를 통해 팬들과 함께 시작한 ‘더불어 우물’ 활동을 위해 아프리카를 방문해왔어요. ‘더불어 우물’은 식수가 필요한 아프리카에 우물을 파주기 위한 기금 모금 활동이었죠. 2008년 우간다 ‘쿠미’ 지역에 첫 우물을 팠고, 2009년 ‘에덴의 동쪽’ 촬영 후 박해진 씨와 함께 서부 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에 두 번째 우물을 파기 위한 봉사활동을 다녀왔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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