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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대주차장 옆, 더 맛있는 뒷길... 합정동 카페거리
홍대주차장 옆, 더 맛있는 뒷길... 합정동 카페거리
  • 최하나 기자
  • 승인 2018.11.1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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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그다지 사람이 붐비지 않는다. 홍대 앞을 찾던 사람들이 번잡함을 피해 숨어 버린 곳.  더 맛있고 멋있는 가게들이 많아 아는 사람들은 요즘 모두 이 뒷길로 빠진다.    

사람들이 많이 찾기 시작하는 거리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기 마련이다. 그 중 한 가지는 건물이 나즈막하다는 점이다. 하늘이 잘 보여서일까, 고층 건물이 주는 위압감이 없어서일까. 낮은 건물들은 심리적으로 안정감을 주고 그 아래 가게들은 사람들을 끄는 매력을 갖게 된다. 합정역에서 홍대 앞으로 이어지는 길에 형성된 카페거리는 이전의 조용하고 한적한 주택가 시절의 정서를 잃지 않고 있다. 거기에 군소 출판사들이 많은 이 동네만의 사색적인 분위기가 흐른다. 커피와 빵, 술, 밥, 옷과 패션 액세사리. 이 카페거리를 채우고 있는 것들이다. 다른 동네들과 다를 것도 없지만 이곳저곳을 조금 들여다보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는 빵과 커피, 파스타 그리고 술이 아니란 것을 알게 된다.   
        
합정역 5번 출구에서 나오자마자 오른쪽으로 바로 보이는 골목, 내리막길이다. 그 지점이 카페 거리가 시작되는 초입. 내리막길을 조금 내려가자 커브길 바로 아래 들어선 샛노란색의 벽과 그사이 보이는 빨간 출입문이 멀리서도 시선을 단번에 끌었다. 벽에는 누군가의 사진들도 여러 장 붙어 있는 듯했고 서 있는 전신 사진의 사람은 더 크게 보였다. 도대체 뭘 하는 곳인지 궁금해졌다. 발걸음을 재촉해 가까이 가자 그 건물, 아니 그 가게의 정체가 드러났다.

이 거리의 다른 곳들과 마찬가지로 식당이었다. ‘셰프런’. 가게 문 앞에 서니 빨간색의 출입문은 흡사 냉장고 문을 연상케 했는데 이미 ‘합정동 빨간 냉장고’라고 소문이 난 곳이다. 텔레비전 프로그램 ‘냉부해’의 메뉴를 그대로 요리하여 그 프로그램에 출연했던 유명 셰프들의 레시피를 맛볼 수 있다. 바깥벽에 붙어 있던 사진들은 얼굴만 봐도 다들 알 만한 유명 셰프들 사진이었다. 파스타 피자 라이스 등의 식사 거리, 혹은 맥주와 안주 겸 요기할 수 있는 여러 요리들. 아무리 별난 입맛을 갖고 있어도 이곳에서는 한 가지쯤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고를 수 있을 만큼 메뉴가 다양하다.
      

 

좀 더 내려가면 반대편으로 전혀 다른 먹거리가 시선을 끈다. 카페이면서 빵집이기도 한 ‘키쉬미뇽’이다. 작은 동그라미 타르트 반죽 안에 다양한 재료들을 넣은 키쉬를 파는 곳이다. 오픈 주방 옆으로 테이크아웃 창구가 있어 키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서 키쉬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그 옆으로는 역시 키쉬미뇽에서 하는 카페가 있는데 가정집을 개조한 것 같은 마당을 지나 카페 안으로 들어간다. 주 메뉴로는 키쉬와 커피, 혹은 한 끼 식사로 먹을 수 있는 키쉬와 수프 샐러드 세트 정도다. 키쉬 중에서는 시금치가 들어간 크림치즈 키쉬와 라따뚜이맛, 라자냐 맛 등이 인기 품목이다.

다람쥐가 손에 음료를 들고 유리창 앞에서 호객(?)하는 샌드위치 타르트 카페 ‘마가렛 리버’는 다람쥐 그림만으로도 들어가 보고 싶게 만든다. 베이커리 카페답게 애플티와 홈메이드 타입의 타르트가 인기다. 갈색 타일과 통나무 외관의 ‘카페마로’는 핸드드립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오늘의 추천 커피와 금주의 스페셜 커피 등에서 지구촌의 다양한 커피를 맛보여 준다.  

이 거리의 또 다른 특징 하나는 다양한 국적의 음식을 섭렵하기 좋다는 것이다. 베트남, 타이, 중국, 그리고 서울 어느 지역에서도 빠지지 않는 이탈리아 요리는 물론이다. 아예 대중음식점처럼 간판을 크게 써 붙인 마라탕집. 기온이 갑자기 내려간 탓일까. 뜨끈한 국물의 쌀국수 때문인지 베트남 음식점인 ‘리틀 파파포’는 저녁 시간이 조금 지난 무렵에도 여전히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로 붐볐다. 부다상을 벽면에 장식한 ‘심플타이’는 디너용 식당으로도 손색 없이 깔끔하다. 세련된 분위기에 값도 저렴해 테이블은 만석이었다.  

이렇게 이국적인 식당들이 성업 중이었지만 한식메뉴도 기 죽지 않고 사람들을 끌어모으고 있었다. 족발과 곱창. ‘장군족발’은 특이하게도 식당 앞에 백화점 시식 코너 같은 시식대를 놓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족발 한 점을 먹어보도록 했다. 맛에 가장 자신 있었나 보다. 얼마 되지 않을 것 같은 작은 평수의 실내에 사람들이 가득 자리를 채우고 있는 ‘소곱놀이’는 한우 곱창 구이집으로 전국 베스트 곱창집 순위에 들 정도의 맛집이다.   
 

 

합정동 카페거리를 따라 내려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홍대 앞으로 연결되는데 놀이터 앞 주차장으로 이어진다. 이즈음엔 홍대 앞 색채가 짙어지는데 공연장 롤링홀 앞은 곧 시작되는 인디밴드 공연을 보기 위해 입장을 서두르는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었다. 
   
모든 것이 최신의 것들만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이 거리의 옛 모습대로 사람들을 맞는 곳도 있다. 카페거리 초입의 ‘종로빈대떡, 종로 순두부’이다. 한 가게에서 순두부와 빈대떡 메뉴를 같이 파는데 상호를 하나로 적지 않고 따로 적은 점이 이색적이다. 아직도 굴순두부를 비롯한 순두부 메뉴들을 6천원에 먹을 수 있고 빈대떡 등 안주류는 대략 1만원 대다. 젠트리피케이션이 시작된 서울거리에서 이젠 찾아보기 어려운 옛날 간판의 종로빈대떡이란 글씨가 정겨운 곳이다.

글 사진 [Queen 최하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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