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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아이돌 인기 못지않은 건반 위의 시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아이돌 인기 못지않은 건반 위의 시인”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1.18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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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조성진.
피아니스트 조성진.

 

세계 정상 음악가들의 든든한 지지를 받는 피아니스트 신성 조성진. “그의 타고난 음악적 조숙함, 그러면서도 매우 겸손한 성품 하며,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터득하는 세심함이 아주 말도 못 하게 훌륭합니다.” 지독하리만치 까다롭게 피아니스트를 고르기로 유명한 정경화 바이올리니스트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 마흔여섯 살의 나이 차에도 그를 ‘어린 후배’가 아닌 서로 대화하며 함께 음악을 만드는 ‘동료’로 대한다는 정경화 선생. 이에 지난 9월 12일 그이와 함께 예술의 전당 듀오 콘서트 무대에 오른 조성진은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충분했다.


조성진의 연주는 한마디로 표현하기 어렵다. 일단 신중하고 시적이다. 자신만의 확신에 차 있으면서도 부드러우며, 고결하고 다채로운 연주를 뽐내는 그는 균형 감각도 타고났다는 호평 일색이다. 대담함과 순수함의 조화로 대변되는 피아니스트, 조성진. 스물다섯 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그가 걸어온 길은 사뭇 특별하다.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 우승자

1994년 서울에서 태어난 조성진은 여섯 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열한 살에 첫 공식 독주회로 데뷔했다. 2009년 일본 하마마쓰 국제 피아노 콩쿠르 최연소 우승자가 되었으며, 2011년에는 열일곱 살에 모스크바 차이콥스키 콩크루 3위에 입상했다. 이후 2012년 파리로 건너가 파리 음악원에서 미셸 베로프를 사사했으며, 2015년 쇼팽국제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그야말로 전 세계의 박수를 한껏 끌어내었다.

어디 그뿐인가. 콩쿠르 이후 쉬이 잊히고 마는 다른 유망주와 달리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인 조성진. 그는 2016년 1월 도이치 그라모폰과 전속 계약을 맺은 뒤 11월 첫 음반을 발매했다. 이듬해 11월에는 연이어 드뷔시 독주 음반을 발매하는 등 대중과 평단을 음악으로 설득하고 있는 그다. 두 음반 모두 세계적으로 큰 호평을 받았음은 물론이다. 그동안 사이먼 래틀, 발레리 게르기예프, 에사 페카 살로넨 등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지휘자들과 나란히 한 무대에 서기도 했다. 2017년 11월 공연을 취소한 랑랑을 대신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베를린, 프랑크푸르트, 홍콩, 서울에서도 연주했으며, 로열 콘세트르헤바우 오케스트라, 파리 오케스트라, 마린스키 오케스트라 등과의 협연도 성공적으로 마치며 국제무대에서의 입지를 탄탄히 다져왔다.

“피아니스트는 콩쿠르 입상 후 첫 3년이 커리어에 있어 포컬 포인트(Focal point)인데요. 성진이는 자기 재능을 어떻게 펼쳐나갈지 결정하는 데 있어서도 매우 지혜로운 아이입니다.(정경화)”
“저의 지혜로운 선택이 무엇이었을까요? 저는 무엇을 해야 할지보다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를 아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무엇보다 가장 어려웠던 것은 ‘거절하는 것’이었지요. 제가 원하지 않는 일, 하면 안 되는 일을 제안 받았을 때 거절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지금까지 큰 문제없이 잘해온 것 같아요.(웃음)”
 

조성진.
조성진.

 

“조용조용한데, 음악적으로는 아주 폭발적이에요”

특히 예술의전당 개관 30주년 기념 월드 프리미어 시리즈 Ⅱ <정경화&조성진 듀오 콘서트> 기자간담회에서 정경화 선생은 그에 대한 칭찬을 멈출 줄 몰랐다. ‘현의 마녀’라는 별명을 지닌 그이는 이미 2012년 자신의 독주회에 당시 고등학생이던 그를 반주자로 세운 바 있다. 사실 그이가 조성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동생 정명훈 지휘자 때문이었다. 정 감독이야말로 후배와 제자에게 매우 엄하고,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거장이다.

“어느 날 제 아들 연주를 듣고도 혼을 냈던 동생이 유일하게 성진이를 가리켜 ‘이렇게 재주 있는 애는 처음 봤다’는 겁니다. 6년 전 실제 진주에서 한 차례 같이 연주한 적 있는 성진이는 그때부터 집중력이 몹시 뛰어났어요. 성격도 너무 차분하고 겸손하더군요. 무엇을 배우는데 있어서도 예민하게 받아들여 한마디를 하면 열 마디를 알아들었어요.”
더욱이 이번 협연에서는 연주자의 즉흥성, 파트너십이 무척 중요했다는데…. 바이올리니스트든, 피아니스트든 얼마나 무대에서 음악을 창조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가 키포인트다.

“그는 모든 게 완벽했어요.”
이어 칠순의 그이는 자신과 아득한 나이차에도 그와 음악에 대해 대화하고 함께 무대에 설 때만큼은 나이차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깜짝 놀랐다고 덧붙였다.
“스무 다섯 살, 매우 젊죠. 그런데 하나도 어리지 않아요. 타고난 음악에 대한 조숙함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조용조용한데, 음악적으로는 아주 폭발적이에요. 능히 예술가라면 가져야 할 음악적 자기 고집도 확고하고요.”

그를 사랑한 건 정경화 선생뿐이 아니다. 지휘자 사이먼 래틀은 지난해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 무대에 오른 그를 ‘건반 위의 시인’이라고 칭송했다. 정경화 선생과 비슷한 시기에 그의 스승으로 있었던 프랑스 피아니스트 미셸 베로프 또한 지난 퀸과의 인터뷰에서 “조성진이 가진 자질이 워낙 출중한데다가 음악을 대하는 진지한 자세, 열심히 하는 정도, 의지가 정말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라며 그를 “강단도 있고, 지적 내공도 단단히 갖춘 전도유망한 젊은이”라고 예찬했다.

그리고 두 정상 모두 그에 대해 “음악적으로나 커리어 면에서 더는 해줄 조언이 없을 정도다”라며 그의 스승이어서,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너무 행복했다”라고 하나같이 입을 모았다.
탁월한 음악성에 미소년 같은 외모, 조용하지만 확실한 자기 주관을 지닌 그로 인해 국내 클래식 음악계에도 아이돌 부럽지 않은 팬 층이 형성되고 있다. 이번 듀오 콘서트도 티켓 오픈과 동시에 전석 매진을 기록했다는 후문이다.

스물 다섯 살, 건반 위의 시인

어린 나이에도 음악에 투명하고 명확하게 헌신할 줄 아는 조성진 피아니스트. 이에 세계 정상 음악가들의 애정을 듬뿍 받는 그가 스스로 이 같은 역량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었다고 생각하는지 궁금했다.

“저는 태어나서 한 번도 소리를 지르며 화를 내본 적이 없어요. 제 성격 자체가 매우 차분하고, 또 저를 둘러싼 환경에 잘 동요되지 않지요. 그런데 음악을 할 때는 좀 다릅니다. 제가 평소 화내거나 울고 싶은 마음속 감정을 말 대신 음악으로 표현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며칠 뒤 선보인 정경화 선생과의 듀엣 무대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그 어느 때보다 파워풀한 피아노 연주를 선보인 조성진. 그들이 선보인 바흐 반음계적 환상곡과 푸가 D단조, 베토벤 바이올린 소나타 7번, 슈만 바이올린 소나타 1번, 프랑크 바이올린 소나타가 아름다운 선율로 펼쳐지며 묵직한 감동이 이내 어두운 밤을 촉촉이 적시는 듯했다. 그들만이 빚어낸 아름다운 빛깔이었다. 특히 천둥 치는 듯한 그의 퍼포먼스가 상당히 깊은 인상을 남겼다.

이에 힘입어 조성진은 한국 클래식 음악계에 새로운 이정표를 써나가고 있다는 평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요즘은 피아노를 치는 제 자신도 정말 행복해요.”

강렬한 음악적 감수성, 바로 이것이 그가 가진 제일 큰 에너지일 것이다. 앞으로 그는 이미 매진을 기록한 바 있는 카네기홀 ‘건반 비르투오소’ 시리즈의 무대에 다시 한 번 오른다. 또한  오는 2018/19 시즌에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의 마스터 피아니스트 시리즈에 참여하고, 베를린 필하모니 챔버홀, 프랑크루트의 알테오퍼 등의 무대도 예정돼 있다. 자랑스러운 한국인으로 조성진이 세계 속에 우뚝 서서 펼쳐나갈 완벽한 음악세계를 기대해 본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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