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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성범죄, '안전인증제' 실효성 논란
끊임없는 제주 게스트하우스 성범죄, '안전인증제' 실효성 논란
  • 김준성 기자
  • 승인 2018.11.21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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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제주동부경찰서는 전날인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지난 2월 12일 제주시 구좌읍 한 게스트하우스에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는 모습. 제주동부경찰서는 전날인 11일 이 게스트하우스에 숙박했다 목이 졸려 살해된 20대 여성의 시신을 인근 폐가에서 발견했다.

지난 2월 제주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 이후 관광객들의 안전을 위한 각종 대책이 세워졌지만, 성범죄가 끊이질 않아 대책의 실효성에 논란이 일고 있다.

소방공무원과 해양경찰의 성폭행이 잇따라 발생하고 지난 7월에는 몰래카메라 범죄까지 발생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실효성 있는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 운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나홀로 관광 안전 구현' 헛구호…성범죄 잇따라

지난 2월 11일 제주시 구좌읍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서 관리자 한모씨(33)가 투숙객 A씨(26·여)를 성폭행한 뒤 살해하면서 전국적으로 큰 공분을 일으켰다.

이 사건을 계기로 관리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농어촌민박'을 둘러싼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제주도와 제주지방경찰청은 대대적인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약속했다.

도와 지방청은 '나홀로 여행도 안전한 제주 구현'을 목표로 게스트하우스 주변 CCTV 설치 권장·지원, 음주파티 등 불법 영업행위 단속, 성범죄자 취업 여부 점검, 안전 인증제 도입 등을 대책으로 내놨다.

그런데 3월 11일 구좌읍의 또 다른 게스트하우스에서 현직 소방공무원인 B씨(29)가 같은 투숙객이던 20대 여성을 성폭행하려다 미수에 그치면서 말뿐인 대책 마련이라는 지적이 일었다.

경찰은 무분별한 음주파티 등 변칙영업을 하는 게스트하우스가 범죄의 온상이 되고 있다며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지만, 이후로도 게스트하우스 내 성범죄는 끊이지 않았다.

지난 17일에는 제주시 내 게스트하우스에서 해양경찰 C씨(24)가 새벽녘 20대 여성 투숙객 2명이 묵고 있는 객실해 침입해 이들을 추행한 사실이 드러나 충격을 안겼다.

해당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지난 7월에도 투숙객 D씨(29)가 여성 투숙객의 알몸을 몰래 촬영하다 적발돼 구속됐던 것으로 취재 결과 드러났다.

이곳은 2개동을 숙박업소로 운영하면서 1개동만 농어촌민박으로 신고해 올 초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적발된 곳이기도 하다.

같은 게스트하우스에서 세 차례나 법 위반 사례가 발생했는데도 행정당국의 관리는 허술하기만 하다.

◇ 안전인증 전체 1% 불과…"실효성 있는 운영 방침 필요"
 

지난 10월 2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대강당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주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지난 10월 26일 오전 제주시 연동 제주도청 대강당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제주도 국정감사가 열리고 있다.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 이용객들의 불안감을 해소하고 민박업 경쟁력 향상을 위해 지난 6월부터 '농어촌민박 안전인증제'를 도입했다.

게스트하우스는 별도의 숙박업으로 지정되지 않아 대부분 '농어촌민박'으로 등록돼 있는데, 지난 10월 기준 도내 농어촌민박은 3849곳(제주시 2338곳·서귀포시 1511곳)에 이른다. 객실수는 1만1771개다.

그런데 안전인증제를 신청한 업체는 164곳뿐이며 이 중 인증을 받은 업체는 39곳(제주시 31곳·서귀포시 8곳)에 불과하다. 전체의 1% 가량만 안정인증을 받은 셈이다.

안전인증을 받으려면 농어촌민박 사업 신고자가 직접 거주하고 운영해야 하며 객실 내·외부에 잠금장치를 갖춰야 한다. 객실 안에서도 잠글 수 있는 구조를 갖춰 범죄를 예방하기 위함이다.

또 민박시설과 주변 CCTV 설치, 경범죄 이상 112신고 및 출동 여부, 최근 2년간 행정처분 유무 등 5개 분야 20개 항목의 요건이 모두 적합한 경우에 지정된다. 

안정인증 민박업소로 지정되면 관광진흥기금 우선 알선과 시와 관광공사 홈페이지 등을 이용한 안전인증 민박 홍보 등의 지원을 받게 된다.

하지만 제도 도입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않으면서 '보여주기식 대책'에 그쳤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월 제주도청에서 열린 국회 행안위 국정감사에서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관광객들은 업체 안전성을 검증하기 어렵기 때문에 안전인증제가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전체 업소 중 안전인증을 받은 업소는 0.1%에 불과해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이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신청업체들에 대한 보완 후 재심사 등 조기 구제 방안과 신청율 제고를 위한 방안 등 안전인증제를 보완하기 위한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주문했다.

21일 제주도의회 제366회 정례회 도정질문에서 이승아 더불어민주당 도의원은 "업체들의 참여가 저조한 건 제도가 매력이 부족하고 홍보도 안됐기 때문 아니겠느냐"며 "인증업소를 늘리기 위한 실효성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원희룡 제주지사는 "여러 실무적 문제가 있지만 무엇보다 업체들이 기피하고 있다"면서 "행정 사각지대인데 (농어촌민박에 대한) 제한 근거가 없어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도 안전인증제 담당자는 "올해는 제도 첫 도입이어서 연 1회만 신청을 받아 선정했으나 내년부터는 수시로 신청을 받을 예정"이라며 "업주들이 경제적 부담을 호소하는 CCTV 설치를 위해 예산을 확보해서 50% 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안전인증을 받은 한 게스트하우스 대표는 "다른 게하에서 발생한 범죄로 인해 전체적으로 이미지가 실추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게 사실"이라며 "법적으로 관리가 힘들다면 안전인증을 받지 못한 업체들이 설 자리를 좁게 만들어 개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독려하는 게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Queen 김준성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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