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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라이프>로 12년 만에 돌아온 최인철 서울대 교수
<굿 라이프>로 12년 만에 돌아온 최인철 서울대 교수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8.11.23 16: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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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
최인철교수는 프레임 이후 12년 만에 굿 라이프로 돌아왔다.
최인철교수는 프레임 이후 12년 만에 굿 라이프로 돌아왔다.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이자 서울대 행복연구센터장인 최인철 교수. 저서 <프레임>으로 40만 독자를 사로잡은 그가 12년 만에 신작 <굿라이프: 내 삶을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로 돌아왔다. 행복과 인간 심리에 관한 지난 10여 년간의 연구를 종합해 펴낸 인생론이다. 이번엔 흔히 갖는 행복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넘어 행복한 삶에 한 걸음 더 가까이 가기 위한 기술을 전파하고 있다. 새로운 인생의 프레임을 고민하고자 한다는 그를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강연회장에서 만나 인터뷰했다.

출판사 21세기북스가 마련한 이번 강연회에는 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모여든 수많은 인파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이미 마련해둔 객석이 모자라 행사 관계자들은 급히 추가 의자를 설치하느라 분주해 보였다. 최인철 교수도 청중들의 열의에 사뭇 놀라는 분위기였다. 강연 시작  30분 전, 새 책 출간으로 눈코 뜰 새 없는 그를 어렵사리 마주할 수 있었다.

“평소엔 이렇지 않아요. 행복학 연구와 대학 강의 등 일 때문에 늘 바빠도, 항상 마음의 여유를 잃지 않으며 산답니다.(웃음)”
보는 이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특유의 밝은 미소를 머금는 최인철 교수. 그가 이번 책 출간과 강연회를 기획한 것은 행복과 행복한 삶에 대해 사람들이 잘못 이해하고 접근하는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행복의 의미는 제각각 있는데도 마치 행복이 ‘순간의 기분’이라고만 인식돼 찰나의 행복을 느끼는데 강박감까지 갖는 이들이 많은 요즈음. 최 교수는 행복의 정의를 다양화하고, 행복해지기 위한 일종의 팁을 제시하는 데 심혈을 기울였다.

행복이란?

최 교수는 어떤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온 한 미혼 여성의 글을 예로 들었다. 당시 그 여성은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면 볼 것 못 볼 것 다 보다가 결국 정으로 산다는 어느 기혼 여성의 말에 불현듯 결혼이 두려워졌다는 식의 고민을 털어놓았다.

“남녀가 결혼해 함께 살다 보면 사랑의 범위가 더 깊고 넓어져요. 사랑의 빛깔은 한 가지가 아닙니다. 처음엔 불타던 사랑이 정 들어가며 편안해지는 사랑으로 진화해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사랑의 정의를 이렇게 확대하면 소위 정도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사랑을 너무 좁은 의미로만 보기 때문에 불안해하는 것이라는 최 교수. 이어 그는 사람들이 행복을 바라볼 때도 유사한 생각을 하는 것 같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영감’, ‘관심’, ‘만족’, ‘고요함’, ‘몰입감’, ‘유능감’, ‘결의에 참’ 등 스크린에 펼쳐진 기분 좋은 감정 언어들.

최인철 교수.
최인철 교수.

그가 물었다.
“최근에 이런 정서들을 얼마나 많이 느껴봤나요?”
누군가는 영감은 영감일 뿐이고 관심도 관심일 뿐, 이들 감정을 느끼는 상태가 행복은 아니라고 여길 수 있을 터. 이는 스스로 행복이 일어나는 일을 제한하고 있는 행위라고 그는 경고했다.

“사랑과 정이 다른 언어가 아닌 것처럼 행복도 단일한 감정이 아니에요. 행복보다 고요함을 추구하고 싶다? 이 말 자체가 모순입니다. 우리는 행복이라는 견해를 좀 더 넓힐 필요가 있어요. 그래야 행복해질 수 있는 길도 많아집니다.”

예컨대 자신의 삶을 구성하는 다양한 요소 중 유독 자신을 힘들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 일의 비중을 줄이고 다른 요소에서 느끼는 행복을 극대화하는 것도 전체 삶을 행복하게 만드는 방법 중 하나다. 마치 무릎 관절이 안 좋을 때 임기응변으로 관절 근처 근육을 강화해 통증을 줄이는 것과 비슷하다.

아예 애초부터 행복이라는 이름 대신 개별적인 정서들을 사용해 이야기해보면 어떨까? 대신 앞서 이야기한 관심, 영감, 결의에 참 등 이 각각의 감정을 추구하려고 노력하면 될 일이다.

“사람들이 이걸 행복이라고 부르는 순간 부담스러워 해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행복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지도 얼마 안 됐습니다. 그 전엔 쾌족이라는 말을 썼어요. 상쾌할 쾌, 만족할 족. 이 단어 또한 다른 대안이 될 수 있겠지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궁금할 때 이 쾌족이라는 언어의 뜻을 음미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자신을 기분 좋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더운 여름밤 마시는 시원한 맥주 한잔? 사랑하는 가족들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먹는 것? 여기에 무엇인가 행복에 대한 비밀스러운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덧붙였다.

재미? 의미!

그렇다면 행복과 행복한 삶은 또 같은 의미일까? 당신이 지금껏 살면서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인가? 그의 경우 자신의 첫 아이가 태어나던 순간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그 순간의 행복보다는 현재 그 때를 회상하고 있는 지금의 행복이 더 크다는 최 교수.

“우리는 어느 순간 경험한 것을 얼려두지 않고 다시 꺼내 재해석하면서 어떠한 의미를 부여함에 따라 더 행복하게, 또는 덜 행복하게 기억할 수 있어요.”

회고는 오직 인간이라는 동물만이 하는 것. 다른 동물들은 자기 과거를 곱씹어볼 수 없다. 즉 인간에게는 삶, 라이프가 있다. 과거 자신의 유년기, 청소년기의 맥락 속에서 현재 자신을 파악하는 게 사람이다. 그리고 우리가 살아갈 미래, 죽음까지 보며 현재와 과거를 끊임없이 다시 평가하곤 한다. 그 과정 속에 사는 인간에게 행복한 삶이란 순간 행복 그 이상이라고 그는 설명을 이어갔다.

특히 삶이라는 큰 틀을 보면 나이가 들수록 재미보다 의미가 굉장히 중요해진다. 여기서 또 의미란 재미를 포기하는 것도, 자신을 희생해야 하는 것도, 아주 무거운 것만은 아니라고 그는 단단히 짚었다.

“여성이 엄마가 되어 아이를 키우는 것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죠. 우리 주변과 일상을 채우고 있는 일상적이고 평범한 의미들 또한 행복의 한 축이에요.”

마음이 행복의 주된 열쇠는 아니다

행복한 순간을 넘어 행복한 삶을 이끌기 위해서는 삶의 구조, 라이프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는데…. 행복한 사람은 행복해지기 위해 굳이 노력하지 않는다. 단지 자신의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순간순간 기분 좋은 감정을 느끼며 삶 전체에 의미를 부여한다고 그는 말했다.
“반면 누가 봐도 어려운 상황에서 행복을 느끼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실제로 행복도가 높은 나라로 이민 간 사람이 그곳에서 살다 보면 행복도가 그 나라 사람들의 수준으로 올라간다는 그의 연구 결과가 이를 뒷받침해준다. 그러나 사람들은 행복을 너무 지나치게 마음의 문제로 치부하는 경향이 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아무리 환경이 어려워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라’라는 말들을 많이 하죠. 자신의 마음만 잘 컨트롤하면 어디든 천국이 될 수 있지요. 죽을 만큼 힘든 상황에서 아무렇지 않은 듯 밥 잘 먹고 잠도 잘 잘 수 있을까요? 만약 당신이 그러고 있다면 개예요. 이는 개나 신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마음이 행복의 주된 열쇠는 결코 아닙니다.”

대신 우리 마음을 지배하는 삶의 구조, 환경, 공간과 시간을 재프레임해야 한다고 그는 재차 강조했다. 예술가들도 어느 날 갑자기 영감을 받지 않는다. 자기만의 루틴이 있다. 창의력도 열심히 규칙적으로 사는 데서 찾아온다. 행복도 마찬가지다. 자기 삶의 환경을 잘 관리하는 게 곧 행복해지는 길이다.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하지 않은 사람의 차이도 바로 여기에 있다. 행복한 사람들은 애초 그들과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물론 마인드도 중요하다. 다만 처음부터 좋은 마음이 들도록 환경을 바꾸는 게 훨씬 더 중요하다.

이에 그는 행복한 사람들의 삶의 기술을 소개했다. 첫째, 그들은 잘하는 일보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 둘째, 되어야 하는 나보다 되고 싶은 나를 본다. 셋째, 비교하지 않는다. 넷째, 돈의 힘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 다섯째, 소유보다 경험을 산다. 여섯째, 돈으로 이야깃거리를 산다. 일곱 번째, 돈으로 시간을 산다. 여덟 번째, 걷고 명상하고 여행한다. 아홉 번째, 소소한 즐거움을 자주 발견한다. 열 번째, 비움으로 채운다.

관계의 힘 그리고 운동

이 중 최 교수가 취하는 방식은 무엇일까 궁금했다. 사전 인터뷰 때 그는 무엇보다 관계의 힘을 믿는다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했다.

“저는 좋은 가족이 있고, 제 연구소에서 일하는 좋은 스태프가 있으며, 그곳에서 같이 연구하는 좋은 대학원생들이 있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좋은 친구와 종교적 활동을 함께할 좋은 사람들이 있을 때 어마어마한 행복을 느껴요. 저에게 굿 라이프의 제일 큰 요소는 제 주변의 좋은 사람들인 셈이지요.”

또한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고 있다는 최 교수. 운동은 자기 삶의 구조를 더욱 탄탄하게 하는 비결 중 하나다.
“일단 운동하면 몸에 힘이 생기고, 기분이 좋아지지요. 그러다 보면 다소 힘든 상황도 좀 덜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운동을 할 때 생성되는 여러 호르몬 변화 덕분이겠죠? 무엇보다 기운이 세지니까 어려운 일을 해결하기 위해 더 쉽게 노력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행복은 물론 타인의 행복까지 배려하고 존중해 삶의 품격을 더하자고 그는 소원했다. 그것이 행복한 삶을 넘어 굿 라이프, 품격 있는 삶으로 나아가기 위한 길이란다.

“궁극적으로 자신답게 사는 삶이란 무엇인지, 자신에게 굿 라이프란 무엇인지 스스로 찾아볼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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