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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슬림에 반기를 든 여가수, 수아드 마씨(Souad Massi)
무슬림에 반기를 든 여가수, 수아드 마씨(Souad Massi)
  • 전해영 기자
  • 승인 2018.11.26 17: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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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직 트래블

 

아랍권의 여가수 중에 또 한명 눈여겨 볼 가수가 있다. 알제리 출신의 수아드 마씨(Souad Massi)이다. 무슬림에 반기를 든 여가수의 이야기.

김선호(라끌로에프렌즈 대표)

수아드 마씨는 싱어 송 라이터로, 1972년 가난한 가정의 7남매 중 하나로 태어났다. 어렸을 때 오빠의 권유로 기타를 배웠고, 음악 공부를 하게 됐다. 성장하면서 미국의 컨트리 음악과 뮤지컬 등에 빠져들게 됐는데, 이는 훗날 그녀의 작곡에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17살이 되던 해, 그녀는 플라멩코 밴드에 참여하지만 실증을 느끼고 탈퇴한다.

1990년 수아드 마씨는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이나 U2와 같은 세계적인 그룹의 노래에 영향을 받은 알제리의 ‘Atakor’라는 정치적 록 밴드에 들어가 활동하면서 머리카락도 자르고 남자 옷 같은 헐렁한 옷과 청바지를 입으며 공연을 다녔다. 때문에 히잡 착용과 여성의 사회 활동을 제한하는 무슬림들로 볼 때 그녀가 대단히 불편한 존재였음은 분명했다. 남자들이 대부분 지니고 있는 관음증 증세 때문에 미끈한 다리와 반쯤 내놓은 가슴은 용서될 수 있지만, 남자 비슷하게 하고 다니면서 무슬림의 전통에 반대하는 것은 절대 용서가 안 된다.

수아드 마씨는 7년 동안 이들과 함께 하며 음반 한 장과 두 장의 뮤직 비디오를 내게 된다. 그러나 그녀가 여성 해방이나 히잡 거부 등 정치적으로 반 무슬림 행보를 계속해온 것 때문에 수없이 살해 협박을 받게 되고, 결국 1999년 밴드를 떠나 프랑스 파리로 이주한다.
 
그녀의 음악은 록과 컨트리 음악, 포르투갈의 파두 등 서구 음악의 영향을 받았지만 동양적 감성이 근본적으로 배어있다. 우두(Oud) 같은 중동지역의 악기도 종종 사용하며 아프리카 풍의 음악을 추구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그녀는 알제리 아랍어, 불어, 영어 그리고 알제리 원주민인 베르베르족의 언어로 노래를 부른다.
 
여기 소개하는 곡들은 2003년 내놓은 그녀의 두 번째 독집 앨범에 들어있는 것들이다. 1집 ‘Raoui’는 다분히 정치적인 색깔이 강했지만, 2집 ‘deb’은 인간의 사랑과 고통과 슬픔 등을 잔잔하게 담아내 듣는 이로 하여금 편안함을 준다. 지금까지 그녀가 낸 음반은 2010에 낸 ‘ Houria’ 등 총 5장이지만 두 번째 낸 ‘deb’이 실제로 서정성이 풍부한 대표음반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음반의 첫 번째 트랙 ‘deb(상처받은 마음)’은 베르베르족 언어로 시작한다. 들어보면 말이 참 재미있다. 두 번째 트랙 ‘moudja’는 파도라는 뜻이다. 그래서 도입부에 파도소리가 효과음으로 나온다. 마치 별과 말하는 것 같다. 실제로 ‘지금 우리 여기서 별과 이야기하는 것 같아’라는 가사가 나오기도 한다. 영어인데 발음이 약간 엉성하다.

완전히 샹송 같은 곡도 두 개 있다. 4번째 트랙 ‘Passe le temps(시간을 지나서)’와 9번째 트랙 ‘le bien et mal(선과 악)’이다. 이 곡에서는 속삭이는 듯 한 목소리로 사랑을 이야기하는 느낌을, 조용히 흐르는 기타연주와 첼로 통주저음에 맞춰 전해준다. 다섯 번째 트랙의 ‘ghir enta’는 사랑노래이다. 역시 사랑 노래는 국경을 초월해서 어디든 마음 속 깊이 간절한 것인가 보다.

10번째 트랙에 들어 있는 ‘houria(자유)’는 아랍적 분위기가 물씬 나는 플라멩코 음악이다. 아마도 수아드 마씨가 젊은 시절 열심히 공부했던 알안달루시아 음악을 한번 불러보고 싶어 이 곡을 작곡한 듯싶다. 그녀의 노래에는 새소리, 바다소리, 전화를 거는 소리 등 효과음을 간혹 사용하곤 한다.

가만히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몇 개의 문화 영역에 묘하게 걸쳐있는 음악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샹송과 아랍음악과 팝이 교묘하게 혼재된 음악이면서 발성이나 기교는 본질적으로 아랍적 요소가 전체를 지배한다. 음악의 다양성도 있고 호소력도 있으며 미모도 가히 대단하다.

 

김선호 대표는...
1958년 강경출생
외국어대학교 문학사, 성균관대학교 문학석사
(전)IT 관련 공기업 코레일네트웍스 대표이사
(현)라끌로에프렌즈 대표이사, 국제 펜클럽 회원
음악 에세이 <지구촌 음악과 놀다>(2016 세종우수도서 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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