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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림 국민대 교수 '인공지능 시대 자녀교육' ...AI 시대 우뇌교육 더욱 절실하다
허영림 국민대 교수 '인공지능 시대 자녀교육' ...AI 시대 우뇌교육 더욱 절실하다
  • 송혜란 기자
  • 승인 2019.01.24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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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대 허영림 교수.
국민대 허영림 유아교육학과 교수.

이제 막 궤도에 오른 제4차 산업혁명 시대. 인공지능으로 대변되는 미래를 맞아 가장 먼저 부모부터 달라져야 한다. 더 이상 무엇인가를 읽고, 분석, 이해, 암기하는 능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옳지 않다. 기계들이 다 대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좌뇌가 아닌 우뇌 교육이 절실하다는 허영림 국민대 교육대학원 유아교육학과 교수. 책상 앞에 앉아 공부하는 아이보다 밖에서 마음껏 뛰어놀며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똘똘 뭉친 아이들이 성공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 유아교육 전문가 허영림 교수가 말하는 인공지능 시대의 자녀 교육법.

인공지능 시대는 빅데이터 시대. 수많은 정보를 기억하는 일은 이제 기계가 다 한다. 의료 자동화로 된 로봇 의사 왓슨의 진단이 실제로 의사가 하는 진단보다 더 정확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그렇다면 인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인공지능이 못하는 게 ‘공감’이에요. 바로 우뇌와 관련된 일이지요.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 체험하고, 모든 것을 몸으로 느끼며 기억하는 우뇌 훈련으로 교육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합니다.”

우뇌 교육이란

일반적으로 좌뇌는 사물을 단어로 기억한다. 반면 우뇌는 사물을 마치 하나의 그림으로 저장한다. 무엇인가를 그림으로 기억하는 사람은 몇 개의 문맥만 주어져도 전체 분위기를 곧잘 파악할 줄 안다. 지금과 전혀 다른 숲에서 자신의 아이만 똑같은 나무로 커간다면 도무지 어울릴 수 없을 터. 이에 허영림 교수는 학원에서 학습지를 풀고 있는 아이를 박물관, 식물원, 캠핑장에 데려가 어떠한 룰 없이 친구들과 자유롭게 놀며 수없이 상호작용하게 하라고 조언했다. 자연 속에서 신선한 공기를 마시며 고기도 구워 먹고, 밤하늘의 별도 세면서 말이다.

이는 정확한 용어로 ‘사회성’과 관련돼 있다. 제4차 산업혁명 시대가 원하는 인재상의 조건 중 하나가 사회성이다. 보통 공감 능력이 우수한 아이가 사회성도 좋다고 알려져 있다.
“미국의 경험 철학자 존 듀이도 ‘생활이 곧 교육’이라고 했어요. 매일 생활 속에서 무엇인가를 성취해 본 아이가 학교에 가서 하고자 하는 공부나 흥미 영역에도 도전할 수 있지요. 억지로 하는 공부는 하나마나입니다.”

놀면서 자라는 아이들

아이에게 있어 놀이는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자기 탐색의 시간이라고 허 교수는 설명했다. 아이의 천직은 놀고 있을 때 발견하는 것. 이는 고대에서부터 해 오던 일이다. 인류 역사를 추적해 봐도 사람은 놀이를 통해 인간 형성의 원형을 보려 했다. 아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조차 잘 모르는 부모가 많다. 엄마 역시 놀이로서 자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 그녀의 저서 <인공지능 시대에 아이 마음 읽기>에 따르면, 엄마는 아이의 노는 모습을 잘 관찰해야 한다. 이때 엄마가 직접 나서서 놀이를 주도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엄마가 ‘00야, 세모 모양을 한번 찾아볼까?’라고 말하는 순간 놀이가 학습으로 전락하고 말 거예요.”
 

아이 스스로 놀이를 즐길 수 있도록 잠시 놓아주자. 거기서 ‘창의성’도 생긴다. 예를 들어 아이가 기차놀이를 하고 있다면 엄마는 ‘나도 같이 타고 가자’ 정도의 관심만 보이면 충분하다. 어디까지나 놀이의 주인공은 아이이고, 부모는 엑스트라에 불과하다. 혹시라도 아이가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놀이에 대한 흥미도 금세 사라지므로 늘 유념하도록 한다. 대신 아이가 노는 모습을 곰곰이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그래야 아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성향을 알 수 있거든요. 동네 친구들과 게임할 때도 유심히 살펴보면 아이가 챌린지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사회성은 어떻게 접근해 나가는지 파악이 가능해요.”

그럼에도 조기교육으로 정작 적기에 해야 할 교육을 놓치는 부모들을 마주하면 매우 안타깝다는 허영림 교수. 두뇌 발달 수준에 맞지 않는 지나친 선수학습은 오히려 아이의 성장을 방해할 뿐이다. 그보다 일찍이 아이의 관심 분야를 찾아 진로를 개척해주는 게 훨씬 유의미하다. 더욱이 놀이는 부모, 자녀간 소통을 도와주므로 멀리할 이유가 전혀 없다.

칭찬은 귀로 먹는 보약

아이가 태어나 제일 처음 접하는 게 가정환경이다. 아이는 엄마와 아빠를 통해 수많은 것들을 모델링한다. 부모가 해야 할 일은 무수한 지지와 응원, 칭찬이다. 특히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은 0세에서 6세 때 형성된다. 홀로 흙을 가지고 놀고 있는 아이에게 큰 박수 부대가 되어 다가가 보자. ‘와, 우리 00는 흙을 열심히 쌓는구나’, ‘이 멋진 성을 흙으로 만든 거야? 우리 00, 아주 대단한 걸!’이라는 엄마, 아빠의 칭찬에 아이의 자신감과 자존감이 높아진다.

“아이들에겐 칭찬이 귀로 먹는 보약이라잖아요. 비타민보다 부모의 칭찬이 아이 성장에 더욱 효과적입니다.”
이에 되도록 많은 시간을 아이에게 할애해 애착 다지기에 힘쓰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물론 칭찬에도 나름의 방법이 있다. 언제까지나 칭찬은 사실에 입각해야 그 의미가 있다. 너무 앞선 칭찬은 아이에게 부담을 준다. 아무것도 안 했는데 받는 칭찬도 아이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아이의 타고난 외모와 조용한 성품에 대해 칭찬하는 것이다.

“이런 경우보다 아이가 무엇인가를 바닥에 흘린 후 걸레를 가져와 닦았을 때 하는 게 칭찬이에요. 자녀가 노력 없이 이룬 것에 대한 칭찬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도무지 자녀에게 할 칭찬 거리가 없다는 부모의 경우 허 교수는 더더욱 아이를 세심히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일침했다.
“오랫동안 가까이에서 지켜본 아이에게 어떻게 예쁜 점 하나가 없을 수 있을까요?”

아빠와 친한 아이는 무엇이 다를까

더 나아가 인공지능 시대 교육에서 엄마만큼 아빠 역할의 중요성도 지대하다. 미국에서 진행된 수많은 연구 결과는 어릴 때부터 아빠와 친하게 지낸 아이가 초등학교에 가서 친구들과의 사교성, 학업성취도도 월등히 높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특히 이들은 리드하는 일을 좋아해 학교 내에서 반장, 회장 등을 도맡고 있었다.

아빠와의 대화는 아이의 ‘사고력’, ‘창의력’을 키워주는데도 제격이다. 하다못해 어느 날 비행기를 처음 본 아이가 ‘비행기는 비행기는 어떻게 하늘을 날지?’라고 물었을 때 단답형으로 끝내는 엄마와 달리 아빠는 ‘비행기에 날개가 달렸잖아. 자, 새를 한번 봐볼까?’식으로 무엇인가 더 알고 싶게끔 학습 동기를 자극한다. 사물을 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지는 것은 물론이다. 좌뇌는 물론 우뇌까지 골고루 발달, 아이의 두뇌에 지각변동이 생기는 순간이다. 이는 아빠가 육아에 적극 참여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빠라면 주말에 짬을 내 아이와 함께 집에서 가까운 산이나 약수터 혹은 동네 둘레길이라도 손잡고 걸어보세요. 1시간 코스로 책 한권과 김밥 한 줄을 챙겨가도 좋습니다. 산책하면서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눠보는 거예요.”
엄마는 가급적 빠지는 게 좋다는 허영림 교수.
“아빠와 아이 사이에 엄마가 끼면 아빠는 보조역할밖에 할 수 없거든요.”

일주일에 한번 가능한 정기적으로 ‘토요일 오전은 아빠와 00가 함께 산책하는 시간’을 정해 꾸준히 지키면 더할 나위 없다고 허 교수는 전했다. 자녀를 미래형 인재로 키우기 위해 예술적, 초월적, 장기적 안목과 심리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우뇌 교육에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는 점을 기억하자.

[Queen 송혜란 기자] 사진 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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