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30 13:45 (화)
 실시간뉴스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PEOPLE/거꾸로 가는 시계 만든 이색 발명인 소병국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0년 11월호 -PEOPLE/거꾸로 가는 시계 만든 이색 발명인 소병국
  • 양우영 기자
  • 승인 2019.03.2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1990년 11월호
1990년 11월호 -PEOPLE/거꾸로 가는 시계 만든 이색 발명인 소병국
1990년 11월호 -PEOPLE/거꾸로 가는 시계 만든 이색 발명인 소병국

"시간은 거꾸로 안가도 시계는 거꾸로 갑니다"

시계를 거꾸로 가게 하면 시간도 거꾸로 흐를까? 고장난 시계에서 힌트를 얻어 '거꾸로 가는 시계'를 발명한 소병국씨(53세)의 호기심은 멈추지를 않는다. 안경을 거꾸로 쓰면 세상이 달라 보일까? 물구나무를 서서 땅의 수평을 쟀다는 옛날 목수의 눈 저울로 바라본 소병국씨의 세상이야기.

그는 익살을 잘 떠는 사람이다. 53세라는 나이가 믿기지 않을 만큼 젊어 보이는 이유도 다 그 익살 때문이 아닐까. 첫 눈에 그의 거꾸리 쓴 안경은 사람들 눈에 괴상망측(?)하게 보이기도 한다. 세상에, 안경을 거꾸로 쓰고 다니다니...

버스 안에서 혹은 전철 안에서 옆에 앉았다가 무심코 그에게 시선을 준 사람이 기겁한 표정을 지으면, 그는 거꾸로 쓴 안경 너머로 와이셔츠 단추구멍 같은 눈에 가득 웃음을 담고 팔목을 들어 보인다. 그 팔목을 보면 거기에는 또 거꾸로 움직이는 손목시계가 째각째각 돌아 가고 있다. 알고보면 그에게 거꾸로인 것은 시계나 안경뿐이 아니다. 노래를 거꾸로 부르고 숫자를 거꾸로 세고 속옷도 뒤집어 입는다. 그는 왜 모든 것을 거꾸로 바꾸어 놓으려 하는 것일까.

소병국씨의 행동은 결코 반항심리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동대문야구장 옆 시계점에 걸린 수많은 시계들을 왼쪽으로 움직이게 만든 주인의 생각은 자못 철학적인 데가 있다. 그것은 '모든 것은 똑같이 평등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른쪽으로 도는 시계가 있으면 왼쪽으로 도는 시계도 당연히 있어야 한다는.

"옛날부터 왼쪽이 천대 받아 오지 않았습니까. 반대로 오른쪽은 존대를 받아왔지요. 우리 손을 봐도 알 수 있어요. 오른손은 학자들이 집필하는데 쓰고, 의로운 일에 선서하는데, 악수하는데 써 왔지요. 왼손은 뭘 했습니까."

지저분한 일만 골라 해온 왼손. 그 명예회복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왼손문화론'에 대한 주장의 이론적 무장도 소씨는 나름대로 가지고 있다. 좌철룡 우백호, 좌의정 우의정, 좌우지간, 좌지우지에서 좌우로 나란히까지...우(右)보다는 좌(左)가 중요하고 더 높은 증거가 얼마든지 있다는 것이다.

확실히 소병국씨의 거꾸로 가는 시계를 바라보노라면 우리의 고정 관념이 얼마나 단단한 사슬에 묶여 있는지 깨닫게 된다. 언뜻 봐가지고는 이게 몇 시를 가리키고 있는지 알기가 어려운 것이다. 아들에게 시계를 사주러 그의 시계점에 들른 어떤 아주머니 하나는 벽에 걸린 '거꾸로 시계'를 보고는 '재수없다'며 나가버린 일도 있다. 그러나 이 시계를 신기해하고 재미있어하는 사람이 더 많음에 소병국씨는 보람을 느낀다.

"이 시계를 걸어놓고 자꾸 보면 머리 회전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지능을 관장하는 왼쪽 뇌가 발달하는 거지요. 그리고 재미도 느끼니 T임파구가 강화돼 엔돌핀이 생성, 젊어지는 효과도 있어요"

어떤 사람은 시계가 거꾸로 가니 과거로 돌아가는 것 같아서 좋다고 하는 이도 있었다. 과거로 가니 당연히 젊어지고 머릿속에는 갖가지 추억이 샘솟을 것이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