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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지름신' 과 '장비병']
풍경택배작가 포토에세이 ['지름신' 과 '장비병']
  • 김도형 기자
  • 승인 2019.04.12 08: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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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인 한국의 풍경을 택배기사가 물품 수거하듯 파인더에 담아와 사람들의 마음에 배달하다.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포토에세이)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태안, 2019'
풍경택배작가 김도형의 사진 '태안, 2019'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갈 때 사진관에서 빌려주던 '올림푸스 하프사이즈 EE3' 라는 카메라가 있었다.

그 카메라는 24장 짜리 필름으로 48장을 찍을 수 있었다.

고등학교 입학 무렵 그 것으로 작품을 찍는답시고 낡은 50cc 오토바이를 타고 산으로 바다로 누볐다.

나는 그때 부터 '월간사진'이나 월간 '영상' 같은 사진잡지를 서점에서 사보며 사진작가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잡지에는 서울의 큰 카메라 가게에서 카메라 광고를 냈는데 광고에는 니콘 캐논 아사히펜탁스 등의 SLR 카메라 들이 즐비했다.

그 광고의 카메라 들에 마음을 뺐긴 나는 틈만 나면 광고를 들여다 보며 어떻게 하면 그 중에 하나를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했지만 그때 가격으로 수 십만원에 달하는 카메라를 산다는 것은 언감생심일 뿐이었다.

카메라를 갖고 싶어 얼마나 광고를 뚫어지게 봤는지 그 중 미놀타 XD5의 광고카피는 지금도 외울정도다.

"전문가는 의도하는 이미지를 100% 살려주는 카메라를 일급으로 치고 있습니다. 미놀타 XD5는 최초로 GGG 시스템 이라는 노출방식을 채택하여....."

사진 커뮤니티에는 지름신과 장비병 이라는 말이 유행이다.

멀쩡하게 쓰던 카메라를 두고 새 카메라를 무리하게 사게 만드는 것이 '지름신' 이고 저 카메라와 렌즈를 쓰면 사진이 더 잘 나올것이라는 생각으로 살까 말까 고민에 빠지는 것이 '장비병' 이다.

고등학생의 능력으로 자금이 없었으니 지름신은 애초에 가당치 않았고 장비병은 그 때 처음으로 앓아 본 셈이다.

장비병은 세월이 삼십 년도 더 지난 지금도 나를 괴롭히고 있다.

평생 흑백사진만 찍어온 사진작가의 전시를 보고 나도 흑백으로 사진작업을 해볼까 하는 생각을 하던 중에 마침 라이카에서 흑백사진만 찍히는 디지털 카메라를 내 놓아서 지름신 강림? 일보직전 까지 간 적이 있다.

그러나 그 카메라를 사서 본격적으로 사용하면 컬러사진과는 이별이라는 것이 마음에 걸려 결국 구입을 포기했다.

바디와 렌즈 몇 개의 가격을 합치면 중형차 한 대 값인데 그 돈은 무사히? 통장에 남았다.

어느 유명한 사진작가가 강의를 하던 중 어떤 카메라가 가장 좋은 카메라 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지금 선생님이 쓰고 계시는 카메라가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 입니다" 라는 명언을 남겼다.

손에익은 본인의 카메라가 최고라는 뜻인데 카메라의 성능이 큰 차이가 없는 요즘에 그 말은 일리가 있다.

그러나 '지름신'과 '장비병'은 앞으로도 굳건히 사진 애호가들을 괴롭힐 것이 분명하다.

 

 

 


글 사진: 풍경택배작가 김도형(김도형의 서정적 풍경사진 인스타그램 갤러리 ID: photol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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