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2 21:45 (목)
 실시간뉴스
가수 션에게 물었다“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가수 션에게 물었다“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어요?”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1.11 18:4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0월 8일 션·정혜영 부부는 여섯 번째 결혼기념일을 맞아 어김없이 봉사활동에 나섰다. 하루에 1만원씩 모아 만든 365만원을 들고 ‘밥퍼 나눔운동’에 기부한 후 봉사활동을 한 것. 션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오늘 6년 만에 처음으로 국을 펐어요. 항상 밥을 펐는데 말이죠. 제 아내 혜영이는 반찬을 놓았습니다. 저에게는 오랜만에 아내와의 데이트 시간이기도 했기에 국을 푸면서 혜영이를 계속 바라봤어요”라며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냈다.

나눌 때 더 큰 선물 얻는다
결혼기념일 이틀 전에 만난 션. 말끔한 슈트 차림이었지만 신발이나 가방 등 액세서리에서 힙합 음악을 하는 가수다운 면모가 엿보였다. 나눔에 관한 말을 하기에 앞서 그는 먼저 아내 정혜영 이야기부터 꺼냈다.
“말을 시작하기 전에 어떻게 해서 나눔을 하게 되었는지 말씀드려야 할 것 같아요. 우리 부부는 무척이나 행복한 결혼식을 치렀어요. 아내에게 ‘이 행복을 우리만 누리지 말고 이웃과 함께 나누는 것이 어떻겠냐’고 물었죠. 하루에 1만원씩만 이웃을 위해 모아보자고 말이에요. 아내는 흔쾌히 동의했어요. 그날부터 오늘까지, 앞으로 죽는 날까지 이 일은 반복될 거예요. 하루에 1만원씩 1년을 모으면 365만원이 돼요. 저희는 1년 동안 모은 돈을 결혼기념일에 기부하고 노숙자 분들에게 가서 식사 봉사를 해요. 1천500명이 식사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이 150만원이에요. 우리가 하루하루 모은 돈이 1천500명이 두 번 식사를 하고도 남는 돈이라는 거죠. 우리나라에서는 하루 835쌍이 결혼한다고 해요. 이중 네 쌍만 하루에 1천원씩 이웃을 위해 쓴다면 1천500명이 한 끼 식사를 할 수 있어요. 여덟 쌍이 하루에 1천원씩 이웃을 위해 쓰면 3천 명의 식사가 해결되고요.”
기부와 봉사라는 말을 들으면 희생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내가 가진 것을 내놓아야 한다는 생각에 부담을 느끼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는 오히려 얻는 것이 더 많다고 말한다.
“작은 것을 드리지만 더 큰 행복을 얻고 돌아와요. 우리는 1만원으로 커피를 마실 수도 있고 책을 사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그 돈을 가난한 이웃들에게 나눌 때 그래서 그 사람들이 기뻐하고 행복해하는 모습을 바라볼 때 찾아오는 행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어요. 내놓은 것보다 더 큰 행복을 가지고 돌아오는 거죠.”

203명의 부모로 사는 요즘…
“그간 결혼 생활에서 가장 좋은 일을 꼽자면 아이들이 세 명으로 늘었다는 거예요. 곧 16개월이 되는 셋째는 잘 웃어서 너무 예뻐요. 심지어 대변도 사랑스러울 정도죠. 저희는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도우미 아주머니의 도움을 받아왔어요. 얼마 전부터는 우리 힘으로 키워보자는 생각에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죠. 대신 그 비용을 저축하고 여기에 돌잔치 비용을 아꼈더니 2천만원이 생겼어요. 그 돈으로 세 명의 심장병 아이들을 치료해줬어요. 사람들은 돌잔치는 했는지, 돌잡이 때는 무엇을 잡았는지 물어요. 그러면 전 ‘우리 아이는 이웃의 손을 잡았습니다’라고 말해요. 첫째 하랑이부터 하율, 하음이까지 우리 아이들은 모두 이웃의 손을 잡고 있어요.”
부부는 2008년부터 국제 어린이 양육기구인 컴패션을 통해 여섯 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다. 그저 물질적인 도움만 주는 게 아니다. 1인 후원금액인 4만5천원과 함께 그 아이들의 건강과 안위를 걱정하며 진심으로 기도해준다. 그렇게 관계를 맺어가던 어느 날 한 아이로부터 편지 한 통을 받았다.
“편지에는 ‘I Love you mami, 정혜영’이라고 적혀 있었어요. 너무 감동적이었죠. 우리 부부에게 한 달에 4만5천원은 그다지 부담되는 돈이 아니에요. 작은 돈을 보낸 것뿐인데 그 아이는 감동을 받고 제 아내를 엄마라고 표현했어요. 편지를 받을 당시에는 둘째가 태어난 지 5개월이 되었을 무렵이에요. 아이를 키워본 분이라면 알겠지만 두 아이의 엄마가 해외로 가는 건 정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죠. 그러나 편지를 받은 아내는 제게 아이를 맡기고 필리핀 행을 결심했어요.”
정혜영은 그곳에서 자신이 보낸 돈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았다. 컴패션은 단순히 물질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그 지역 아이들의 필요를 파악해 그에 알맞은 지원을 하고 있었다. 학교를 지어 공부할 수 있게 해주고 밥을 주면서 아이들을 돌보았다. 정혜영은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면서 꿈과 희망을 발견했다. 이 적은 돈으로 한 아이의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우리 부부에게는 내 집 마련이라는 꿈이 있었어요. 그 꿈을 목표로 삼아 열심히 돈도 모았죠. 그런데 필리핀에 다녀온 아내가 내 집 마련의 꿈을 잠시 뒤로하고, 100명의 아이를 도와주자고 제의했어요. 그래서 그때부터 100명의 아이들을 후원하기 시작했죠.”
이들 부부의 선행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다. 나눔의 기쁨과 행복을 알게 되자 더 많이 돕고 싶어졌다. 지난해 광고 촬영으로 얻은 수익으로 100명의 아이들을 더 후원했고 지금은 203명의 부모로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나눔은 여유가 있을 때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나의 작은 나눔이 무슨 도움이 될까’ 하는 생각에 실천을 하지 않는 거죠. 그런데 지금 작은 나눔을 실천하지 않는다면 큰 나눔도 하지 않게 돼요. 결혼 4주년이 되던 해 이제까지 모은 돈을 세어봤더니 1천461만원이었어요. 계산해보니 결혼 40주년에는 1억4천610만원이 되더군요. 아마 일평생 1억 이상 기부하기란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하루에 1만원씩만 모으면 가능하다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해요.”
부부의 이러한 삶은 어른들에게뿐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큰 귀감이 되고 있다. 작년 12월 경기도 이천의 한 고아원에 있는 아이들이 컴패션을 찾았다. 아이들이 손에 들고 있던 흰 봉투 안에는 3만5천원에 해당하는 여러 개의 동전과 지폐 몇 장이 있었다. “저희 부부가 돕고 있는 고아원의 원장님이 아이들에게 제 이야기를 했대요. 그 이야기를 들은 아이들이 의기투합해서 돈을 모았다고 하더군요. 적은 돈이지만 이 아이들은 나눔을 실천했어요. 그렇게 하면 기적처럼 지구 반대편의 한 아이가 새로운 꿈을 꾸게 되죠. 나눔은 받는 사람만 행복한 게 아니에요. 주는 사람이 더 행복해져요. 행복하게 살고 싶지 않으세요? 행복한 삶은 나눔을 실천할 때 비로소 내 인생 속으로 다가와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