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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적 자신감으로 세계와 소통한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말하는 ‘국격(國格)’
문화적 자신감으로 세계와 소통한다 이배용 국가브랜드위원장이 말하는 ‘국격(國格)’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1.11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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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브랜드위원회’는 지난해 1월 대내외적 국가 위상과 품격을 높이고 국가브랜드 가치 제고라는 목표 아래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기구다. 최근 국격(國格)이라는 단어가 자주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평소 “우리 역사가 지닌 훌륭한 문화콘텐츠를 활용해야 한다”는 지론을 펼쳐온 역사학자 출신 이배용 위원장이 그 수장으로 임명된 것은 앞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나갈 방향을 짐작케 한다.
전임 어윤대 전 고려대학교 총장에 이어 지난 7월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에서 퇴임 후 불과 3개월 만에 장관급에 속하는 중책을 맡은 이배용 위원장.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 그이의 요즘은 하루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취임 후 얼마 되지 않아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 한국 주간 행사를 치르고 돌아온 그이는 앞으로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이뤄나가야 할 많은 목표를 설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의미의 국력이 군사와 경제력에 있다면 이제 세계사의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국가의 품격과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세계가 주목하는 한국 문화의 힘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 임명된 후 이배용 위원장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한국-인도네시아 주간’ 행사에 참석했다. 지난 1973년부터 수교를 시작해 우리나라의 긴밀한 교역국 중 하나로 교류를 이어가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최근 한글을 비롯해 한류의 영향이 크게 미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이다. 한국에 남다른 호감을 보이고 있는 인도네시아를 방문하면서 이배용 위원장은 특별한 감동을 경험했다.
“가장 첫 번째로 느낀 점은 한국에 대한 선망과 호기심의 열기가 매우 뜨겁다는 거였어요. 그 배경이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선은 한류의 파급이더군요. 또 37년간 수교해온 친근한 이미지도 영향이 있다고 봐요. 많은 우리 교민들도 그곳에서 열심히 사업하며 현지인들과 우호적으로 지내고 있고요. 첫날은 한복과 인도네시아 전통의복인 바틱 페스티벌을 했는데, 한복에 의외로 높은 관심을 보이더군요. 특히 드라마 ‘대장금’이나 ‘동이’의 영상을 띄우니까 그 열기가 더했죠.”
한국 가수들이 ‘우정 페스티벌’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한 공연은 3천 명을 수용하는 실내체육관을 채우고도 모자랄 정도였다. 그외에도 한국영화제를 비롯해 태권도 등 과거와 현재의 패키지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우리문화에 대한 소개 행사가 이어지면서 그 열기가 한층 뜨거워졌다. 그러한 인기를 실감하면서 이 위원장은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방법이 ‘다가가는 노력’임을 깨닫게 됐다.
사실 우리 문화에 대한 외국의 관심은 이 위원장이 이대 총장 시절에도 이미 경험한 바 있다. ‘글로벌화’를 통해 세계적인 여자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지금이 있기까지 이 위원장은 그 중심에서 변화를 이끌었다. 미국과 유럽, 일본, 중국 등 각 나라 유수의 대학 총장과 다방면에서 교류의 물꼬를 트면서 세계가 한국에 대해 갖는 공통된 이미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보는 시각은 대략 두 가지인 듯해요. 하나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만든 우수한 IT 제품을 쓰면서 생긴 인지도죠.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그들이 우리 고유문화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했을 때 이전과 다른 특별한 성과가 있었다거나 서로의 호감도와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거예요. 사학자로서 저를 통해 한국 문화라는 것이 굉장히 격이 있고 전 세계가 지향해야 할 아시아적 가치라는 것을 재발견한 거죠. 한반도에 은은하게 녹아 있는 여러 가지 문화적 의미와 정신적인 철학을 잘 체계화해서 세계에 내놓으면 앞으로 더 많은 지지를 이끌어낼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우리가 먼저 알아야 할 소중한 유산들
기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이루었고 그와 함께 세계 속 한국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졌다. 그러나 정작 우리는 새로운 현대문화에 도취돼 중요한 것을 망각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요즘 가장 안타까운 것은 사람들이 우리나라에 대해 잘 모르고 있는 것”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우리나라의 장점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 스스로 소중한 문화유산에 대해 잘 알고 있어야 합니다.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긍심과 나라에 대한 애국심이 그 바탕이 돼야 하죠.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나를 먼저 알고 스스로에 대한 확신을 가져야 해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역할은 바로 그런 상황을 바꾸고 개선하는 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느 나라의 누가 물어봐도 국민 누구나 우리나라의 홍보사절이 될 수 있도록 말이죠. 우선 필요한 것은 문화와 국가의식을 바탕으로 전통적이고 체계적인 국가관을 확립하는 것입니다. 그다음으로는 질 높은 문화인으로서 소양인 질서의식과 친절함이에요. 누구에게든 마음을 먼저 열기 위해서는 친절한 미소는 필수잖아요. 깨끗하고 편안한 환경도 사소한 것 같지만 제일 중요한 것 중 하나고요.”
국가브랜드 향상에 다양한 필요조건을 설명하던 이 위원장은 “역시 제일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말로 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교육 열기는 세계적으로도 이미 유명한 상황. 특히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지금까지 수시로 한국 교육의 우수성을 언급하며 자국민에게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그간 교육을 둘러싸고 불거졌던 여러 문제점의 해결을 모색하는 한편, “전통 대대로 내려온 교육에 대한 뜨거운 열기를 건전한 방향으로 이끌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교육은 성공의 지향뿐 아니라 세상을 반듯하게 이끌어가고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것이에요. 무엇보다 인간에 대한 신뢰가 없으면 모든 게 위태로워지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브랜드 코리아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고 봐요. 성실하고 창의적인, 팀워크가 좋은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브랜드위원회의 과제죠.”

이 시대의 여성 리더가 되기까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국가브랜드위원장을 맡기 직전까지 그이는 우리나라 여성 리더의 산실인 이화여자대학교 총장으로 재직했다. 사실 이 위원장과 ‘이화’의 인연은 더 오래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중ㆍ고교 시절을 비롯해 대학을 모두 이화인으로 살아온 그이는 남다른 자부심을 드러냈다.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면 제일 먼저 생각나는 것이 따뜻함이에요. 선생님들이 학생 모두를 따뜻함으로 대하면서
‘너희들은 정말 똑똑하고 훌륭하다’며 자존감을 심어주고 미래에 대한 희망을 키울 수 있게 해줬죠. 여자라는 굴레를 벗어나 뭐든지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심어주기도 했고요. 제가 이화인으로 살아오며 얻는 또 하나의 소득은 리더십이에요. 대학 시절 과대표를 맡으면서 답사를 갈 때면 모든 준비를 도맡아해야 했거든요(웃음). 남학생이 있었으면 궂은 일이나 험한 일을 떠맡겼을 수도 있지만 그야말로 여자들이 다 할 수밖에 없었죠. 지금 돌이켜보면 그때부터 ‘남자가 할 수 있으면 여자도 못할 게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위원장은 “그러한 시간 속에서 오만함보다는 겸손한 자신감을 배울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국가브랜드위원장으로서 우리나라 국격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진두지휘하는 여성 특유의 감성 리더십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 위원장의 삶 전반에 작용하고 있다. 
“여성사에서 보면 그 시대에 가장 돋보이고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 여성들의 공통점은 겸손함 속에 따뜻한 배려가 있다는 거예요. 특히 종가의 종부들을 만나보면 넉넉한 온유함 속에 강한 카리스마를 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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