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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겨울 노래로 돌아온 음유시인 발라드의 전설 변ㆍ진ㆍ섭
새로운 겨울 노래로 돌아온 음유시인 발라드의 전설 변ㆍ진ㆍ섭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0.12.13 0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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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에도 지금처럼 앨범 내고 사람들 옆에서 노래하는 가수이고 싶어요”


“제 노래는 항상 진행형이지만 때로는 어떤 이들에게 타임머신과 같은 작용을 해요. ‘숙녀에게’나 ‘희망사항’을 오랜만에 듣고 자신의 순수했던 시절을 기억하고 또 다른 삶의 의미를 찾을 수도 있겠죠. 언젠가부터 잊었던 감정을 기억해내도록 하는 것이 제가 팬들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그게 바로 저의 큰 자산이죠”

 

변진섭이 돌아왔다. 2007년 11집 ‘드라마’와  2008년
‘사랑이 올까요’에 이어 2년 만에 ‘눈물이 쓰다’를 타이틀로 한 미니앨범이다. 지친 일상을 어루만지는 따뜻한 손길과 같은 그의 노래는 겨울 초입에 선 지금 그 진가를 발휘하고 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자 약속이나 한 듯 발표된 이번 미니앨범은 그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자신 있게 선택한
다섯 곡이 수록돼 있다. 많은 앨범을 발표한 그이기에
이제는 조금 수월할 만도 하건만, ‘변진섭의 노래’로 세상에 들려질 곡을 선택하는 일은 여전히 조심스럽다고 한다.
1990년 전후로 최고의 스타로 자리매김하던 그에게는
높은 인기만큼이나 그 뒤에 숨어 있는 추측도 참 많았다. 으레 말은 부풀려지기 마련이고 그래서 들려오는 이야기 중에는 그가 참 까칠하고 오만하다는 식의 편견 섞인 소문도 있었다. 그러나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라는 속담보다 역시 “소문은 소문일 뿐”이라는 말에 생각이 기운다. 유쾌한 웃음 반,
진솔한 대화 반으로 이어진 그와의 담백한 인터뷰.

 

세월만큼 깊어지는 감성
오래전 변진섭을 스타로 만들어준 ‘희망사항’은 나름대로 톡톡 튀는 감성이 담겨 있었고, ‘너에게로 또 다시’는 한 편의 서정시를 연상케 하는 애절함이 돋보인 곡이었다. 들으면 들을수록 ‘공감’이라는 단어가 떠오르며 빠져들게 만드는 그만의 감성은 시간이 갈수록 짙어지는 향기와 같다. 그가 자신 있게 들려주는 새 앨범의 타이틀곡 ‘눈물이 쓰다’ 역시 옛사랑을 떠올리며 술과 함께 들이켜는 눈물의 허탈함이 배어 있다. 한참 노래에 젖어들다 보면 어느새 그가 40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 따위는 망각하게 된다.
“감성은 제가 음악을 내려놓지 않는 한 점점 더 발달하는 것 같아요. 조금 반대되는 개념이지만 테크닉도 마찬가지고요. 처음 타이틀곡을 정할 때 ‘오, 이거다’ 싶은 느낌을 중요하게 생각해요. 제 노래의 타이틀곡은 늘 슬픈 발라드여야 했잖아요(웃음). 곡을 주는 사람도 일단 변진섭의 새 노래라고 하면 슬픈 발라드를 떠올리는 영향도 있고요. 물론 많은 대화와 반복되는 작업을 통해 최고의 곡을 선정하려고 하지만 좋은 곡과 변진섭이라는 느낌이 오는 곡은 달라요.”
그의 많은 노래들은 제각기 여러 가지 사랑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스스로 작곡한 곡도 있고 다른 작곡가에게서 받은 곡도 있지만, 그에게 “사람들 마음속에 스며드는 노래를 부르기 위해서는 내 자신이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직접 경험한 사실이 아니더라도 내 이야기인 것처럼 생각해야 돼요. 제 노래는 누구의 이야기도 될 수 있거든요. 사실 ‘노래를 어떻게 그렇게 하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웃음). 그런데 딱히 특별한 방법이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냥 그 노래 가사대로 부르는 거죠. 그렇게 안 부르려 해도 내 이야기라는 생각에 그렇게 돼요. 예전에 ‘너에게로 또 다시’도 그렇고 지금 ‘눈물이 쓰다’도 마찬가지예요. ‘술만 마시면 왜 생각이 날까’라는 감정을 노래로 풀어내는 거죠.”
많은 고민과 함께 농축된 감성을 담아 만든 곡들이기에 그 과정은 저마다 특별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몹쓸 사랑’의 경우는 바비킴의 노래 ‘사랑, 그 놈’의 작곡가 박선주가 2탄 격으로 작곡한 노래다. “이 곡만은 박선주 씨의 의도대로 불렀다”면서 웃음짓는 그를 보며 문득 의아함이 생겼다. 무려 23년 동안 가수로 살아왔고, 자기만의 음악세계가 확고한 그가 자신이 부르는 노래 스타일까지 바꿔가며 디렉팅을 수용한 이유는 뭘까.
“저는 그게 맞다고 생각해요. 10집 이상을 낸 가수라면 후배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어야 되죠. 자기만의 고집으로 계속 가면 그때부터 그 안에 빠져서 비슷한 것밖에 나오지 않거든요. 본인은 아무리 다르다고 해도 대중이 들으면 똑같은 거죠. 디렉팅하는 작곡가의 의견을 듣다 보면 좀 더 신선한 색깔로 곡을 해석할 수 있게 돼요.”
세월이 흐르며 진화된 감성 중에는 부성(父性)도 포함돼 있다. 그는 이번 앨범의 수록곡 ‘아름다워’를 통해 두 아들에 대한 사랑을 표현해냈다. 슬픈 멜로디가 주를 이루는 그의 앨범에서 유일하게 밝은 감성으로 다가오는 ‘아름다워’는 아버지로서 그의 또 다른 면모를 엿볼 수 있어 훈훈함마저 느껴진다.
“모든 노랫말의 대상이 그냥 들을 때는 항상 연인이잖아요. 물론 ‘아름다워’ 역시 연인을 대상으로 한 노래지만, 가사를 쓸 때는 우리 아이들을 보고 쓴 거예요. 처음에는 곡을 먼저 만들고 가사를 여기저기 부탁했지만 곡에 딱 붙는 가사가 안 나타나더라고요. 그러는 중에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는데 너무 아름다웠던 거죠. 아이들의 순수한 면이 너무 예뻤어요.” 
되돌아보는 지난 기억
“굉장히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아직도 얼마 전의 일 같아요. 그때는 정말 정신없이 흘러갔거든요. 머릿속에 어떤 철학이 남을 만큼의 여유도 없었죠. 생각해보면 그때는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저 스스로도 몰랐던 것 같아요. 전 굉장히 무난하게 지냈다고 생각하는데, 어떤 분은 아주 도도하고 거만한 사람이었다고 기억하는 경우도 있고…. 사실 전 그런 것이 아니었지만 한편으로는 이럴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지나다니면서 마주치는 분들에게 일일이 인사할 수도 있겠지만, 모르는 사람에게도 그러는 건 선거운동 하는 것도 아니고 좀 이상하잖아요(웃음). 그러나 상대방은 거리감을 느끼게 되는 거죠.”
1987년 1집 ‘홀로 된다는 것’을 통해 데뷔한 변진섭. 이후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지만 어찌 보면 그의 23년 가수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이기도 하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불편하고 복잡한 것을 싫어하는 자유분방한 보헤미안 기질을 타고난 그는 “인기가 많은 것이 싫었을 정도”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처음부터 저의 희망사항은 ‘얼굴 없는 가수’였어요. 영화 ‘복면달호’와 같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노래하는 가수를 꿈꿨죠.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상이었어요. 한때는 사람들이 나를 못 알아보는 상태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했으니까요(웃음). 아마 생각지도 못한 인기를 갑자기 얻게 돼서 그랬던 것 같아요. 또 어떻게 보면 참 별종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요. 보통 가요 프로그램에서 1위를 하면 눈물을 흘리잖아요. 그런데 전 그렇지 않았어요. 너무 눈물이 안 나서 가수왕이 됐을 때는 어머니께 무대에 올라오셔서 안아달라고 도움을 요청했을 정도죠. 그런데도 막상 수상을 할 때가 되니까 웃음만 나오더라고요(웃음).”
‘오빠부대’를 몰고 다녔던 시절의 에피소드를 떠올리면 한두 가지로 끝나지 않는다. 지방에서 올라와 무작정 집 앞을 지키고 있는 10대 학생 팬들을 보다 못한 그의 어머니가 여관에서 재워 보내는 경우는 허다했다. 가장 잊히지 않는 기억은 집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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