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希望(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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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1.11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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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을 통해 또 다른 희망 꿈꾸는 것은 자신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새해가 되면 많은 이들이 세우는 계획 중 하나가 여행이다. 여행서적을 훑어보고 통장 잔고를 살피며 언제, 어디로, 어떻게 갈 것인지를 고민하다 보면 살림살이에 치여 어느새 계획 자체가 송두리째 사라져버리기도 한다.
바람이 포근하던 겨울의 어느 날, 무모하지만 강한 생존력으로 남들과는 다른 여행을 외치는 스물여덟 살의 젊은 부부 이성종·손지현 씨를 만났다. 2007년부터 2009년까지 2년 동안 자전거로 세계 여행을 하고 돌아온 동갑내기 부부. 스물세 살의 어린 나이에 결혼해 지금까지 호주, 뉴질랜드를 비롯해 아프리카 10개국을 두 개의 바퀴로 돌아본 두 사람을 만나보니 앳된 외모 속에 평범함과 특별함이 공존하고 있었다.
스물셋에 결혼해 자전거 세계 여행을 시작하기까지
갈수록 결혼을 늦게 하는 요즘 시대에 스물세 살이라는 이른 나이에 결혼에 골인한 부부의 이야기는 사실 딴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두 사람은 정말 하늘이 맺어준 인연인지 둘 다 일찍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저희는 사귀기로 결정한 순간부터 결혼을 준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서로 어렸을 적부터 빨리 결혼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지냈거든요. 사귄 지 얼마 안 돼서 서로의 가치관을 묻다 보니 결혼에 대한 생각이 많이 비슷하더라고요.”(손지현)
서로가 잘 통하고 결혼에 대한 생각까지 같다면 더 이상 시간을 끌 이유가 없었다. 당시 이성종 씨는 중앙대 기계공학과 2학년을 다니다 휴학한 뒤 공익근무 중이었고 손지현 씨는 고려대 보건대를 갓 졸업해 영양사로 취직한 상태였다. 교제한 지 100일 만에 상견례, 222일 만에 결혼식을 올린 두 사람은 당시 주변 사람들의 우려가 무색할 만큼 지금까지 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결혼한 뒤 호주로 워킹홀리데이 여행을 떠났다. 대학생의 로망이었던 유럽 배낭여행을 갈 생각도 있었지만 경제적인 부분을 생각하다 보니 자전거 여행에 눈길이 갔다. 결혼 전 자전거 여행 경험은 있었지만 마니아 수준은 아니었다는 부부. 자전거 여행을 결정한 뒤에도 경비부분을 충당하는 것이 큰 문제였다. 때마침 지인이 호주에서 돈도 벌고 여행도 한 이야기를 들은 터라 바로 호주행을 감행했다. 그때 호주에 들고 간 돈은 200만원. 하지만 그곳에서 호텔 객실 청소, 식당 설거지 등을 하며 3개월간 일하고 나니 한화로 2천만원 정도의 돈이 모였다. 그 돈으로 3개월간의 호주 여행을 비롯해 오세아니아, 뉴질랜드 여행을 하는 데 사용했다.
이후 한국에 돌아온 부부는 이성종 씨가 학교를 졸업하면서부터 취업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하지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두 사람의 특별한 경험은 오히려 취업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기 일쑤였다. 고생 끝에 각자의 자리를 만든 지 얼마 되지 않아 남편 이성종 씨가 조심스레 아내에게 아프리카 여행을 제안했다. 이제 안정적으로 살겠구나 싶은 생각을 하던 차에 남편의 말을 들은 손지현 씨는 처음에는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여행 자체가 싫은 것은 아니었어요. 그보다는 지금까지 우리나라에서 아프리카를 자전거로 다녀온 사람이 없었거든요. 다른 나라에 비해 위험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런데 남편은 이미 말을 꺼내기 전부터 저를 안심시킬 여러 자료를 준비했더라고요. 결국엔 설득당해 여행을 떠나게 됐고 나중에는 두려움이 희망으로 바뀌었죠.”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출발점으로 나미비아, 보츠와나, 잠비아, 브룬디, 르완다, 우간다, 케냐, 탄자니아, 모잠비크 등을 자전거로 일주하는 동안 두 사람에게는 감동도 있었지만 변수도 많았다. 예상치 못하게 자전거가 고장나는가 하면 국립공원을 지나갈 때는 집채만 한 코끼리에 둘러싸이는 아찔한 경험을 하기도 했다.
“아프리카 보츠와나의 초베국립공원을 지나가는 야생코끼리와 마주쳤는데 우리를 향해 귀를 펄럭이는 순간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 모습을 본 다른 코끼리들은 우리가 나가려는 방향을 포위하고 있었고요. 때마침 순찰차가 나타나 코끼리를 몰아줘서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었어요.”(이성종)
“케냐 나쿠루에 있던 고아원을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 것도 기억에 남아요. 보츠와나에서 만난 독일인 자전거 여행자들이 소개해준 곳인데 에이즈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 있는 곳이었어요. 아이들과 재미있게 놀아주면서 보낸 2주가 이제 와 생각해도 가장 보람 있는 시간이었어요.”(손지현)
여행으로 인생의 새로운 희망을 꿈꾼다
여행은 부부 사이에 많은 변화를 불러왔다. 결혼 2년 차이던 첫 여행 즈음에 손지현 씨는 해마다 남편이 달라 보였다고 한다.
“마치 양파껍질 벗기는 것 같았다고나 할까요. ‘이런 모습도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많았죠. 그런데 이 껍질이 여행을 통해 다 벗겨졌다는 생각이 어느 순간 들었어요. 자기부터 살겠다고 하는 상황에서는 배신감을 느낄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이게 된 것 같아요.”
여행하는 동안 체력 차이나 식사 메뉴를 고르는 것을 두고 다툴 때가 종종 있었다는 부부. 한국에서 살 때는 서로 잘 몰랐던 것도 여행이라는 극한의 상황에서는 더 눈에 띄고 감정이 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프리카 여행의 후반부에 접어들었을 때는 각자 알아서 자기 역할을 담당하고 함께 페달을 밟으며 자연스레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
부부의 이야기를 듣고 나니 서로 다른 인생을 20년 넘게 살아온 사람들이 상대방을 가장 속속들이 알기 위해서는 여행만큼 좋은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부가 함께 여행하면서 갖춰야 할 덕목을 묻는 질문에 이성종 씨는 “서로에 대한 이해와 배려가 가장 중요하다”고 대답했다.
“여행지에서 하루는 말 그대로 모험 그 자체예요. 풍경을 비롯해 먹고 자는 것까지도 시시각각 변하죠. 환경적인 요인 때문에 서로 느끼는 감정도 달라져요. 하지만 모든 기쁨이나 슬픔, 분노까지도 공유하면서 서로에게 좀 더 성숙해질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해요.
현재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손지현 씨와 자전거 여행 경험을 살려 자전거 여행 컨설턴트, 여행장비 및 여행용 자전거 개발 일을 하고 있는 이성종 씨. 여행생활자가 되어버린 이들 부부의 여행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전에는 단순히 둘이 운영할 수 있는 조그마한 자전거 가게를 내는 게 꿈이었어요. 지금은 또 다른 꿈을 꾸고 있죠. 하지만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것은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날 사람,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모두 한곳에 모여 서로의 관심사를 나누며 각자의 모험을 즐길 수 있는 커뮤니티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손지현)
부부는 2010년 초 ‘모험발전소(cafe.naver.com/adventureholic)’라는 온라인 카페를 개설해 일주일에 한 번 자전거 여행 관련 스터디를 6개월간 진행해왔다. 여러 사람들과 더불어 이야기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동안 여행의 새로운 꿈과 희망을 갖게 되었다는 두 사람이다. 부부는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막상 두려움 때문에 망설이는 이들을 위한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저희가 남들과 다르다거나 환경적으로 특별한 것이 뒷받침되어서 지금까지 여행을 해온 것은 아니에요. 그저 마음먹은 것을 준비해 실천하는 추진력과 결단력이 있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현실의 나를 바라보면 이런저런 문제들로 여행 자체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도 많아요. 내가 있는 현실을 바라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현실 안에서 바깥세상을 바라보지 못한다면 너무 슬픈 일일 것 같아요. 떠나고자 하는 마음이 생겼다면 앞뒤 재지 말고 지금부터 준비해서 당장 떠나세요. 여행을 위해 투자하는 돈이 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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