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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들이 음악으로 뭉쳤다 젊은 작가 밴드 ‘말도 안돼’
소설가들이 음악으로 뭉쳤다 젊은 작가 밴드 ‘말도 안돼’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1.11 1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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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달여 전 달뜬 목소리로 섭외 전화를 걸었더니만, 이 밴드의 기타리스트가 “글쎄요. 이 밴드가 언제까지 갈지 모르겠어요” 라고 헤헤 웃으며 한 번 튕기는 수(?)를 부리는 것이었다. 전화에 대고 “여러분들, 제가 인터뷰하는 그 날까지 절대로 와해되면 안돼요”라고 급박하게 뇌까렸던, 기자 스스로의 득달같은 아이템 욕심은 또 어찌 잊으랴. 대다수의 삼십대들에 비해선 확연히 자기 색깔을 입고 사는 이 사람들. 사라질까 도망갈까 거절할까, 그간 남몰래 그들의 근황에 관해 조바심치지 않을 수 없었다.
지난 2010년, 작가 노희준·박상·하재영, 대학원생 문학도인 박범준 씨가 노래하고 연주하려는 뜻을 담아 한 모임을 꾸렸다. 노희준 작가는 보컬, 박상 작가는 기타리스트, 하재영 작가는 베이시스트, 박범준 씨는 드러머로 제각기 다양하게 역할을 나누었다. 20~30대의 젊은 작가들로 구성되었다는 점에서 젊은 작가 밴드이자 일명 ‘말도 안돼’ 라는 독특한 밴드명도 지었다.
우리나라 문단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문인은 실상 백 여 명 남짓이라고 한다. 어느 계열에서나 살아남는 일 자체가 희소한 요즘에, 그럼에도 자신의 길을 꾸준히 유지하는 그들은 출퇴근하지 않는 ‘위너’라고나 할까. 청바지에 티셔츠 입고 공식석상을 활보할 수 있는 모종의 욕망과 자유는 그래서인지 더욱 값져 보일 따름.

다채로운 삶의 이력
그들은 각자 특별하다면 특별할 수 있는 나름의 이력을 지니고 있다. 미술 입시를 준비하며 미대를 꿈꾸다가 국문학도의 길을 걷게 된 노희준 작가, 런던과 홍대 등 자유롭게 다양한 일들을 전전하다가 십사 년 만에 신춘문예에 당선된 박상 작가, 발레를 전공한 하재영 작가, 그리고 경제학과를 전공했지만 이례적으로 국문학도 대학원생의 길을 선택한 박범준 씨. 이력을 묻는 순간, 모두가 한결같이 담담하고도 여유로운 표정을 짓는다.
“저도 이것저것 시행착오가 많았던 편이에요. 전 어릴 때부터 오랜 꿈으로써, 정말로 음악이라는 것을 해보고 싶었던 사람이거든요. 어떻게 보면 공부하는 데 쓴 돈보다 음악인이 되어 보려고 쓴 돈이 사실 많아요(웃음).”
밴드를 함께 하며 서로에 대한 친분도 처음보다 상당히 깊어졌다. 음악 자체가 주는 에너지도 그렇거려니와, 사람이 사람에게 받는 위안이 또한 상당하다는 것이다.
“혼자 작업하는 시간이 마냥 쉬운 일만은 아니거든요. 힘들게 홀로 작업하는 시간을 떠나, 무언가를 이 사람들과 같이 하고 있다는 느낌이 소중한 것 같아요. 음악이든 소설이든 원체 본질적으로 그 분야에 관한 마니아는 아니었지만, 접하다 보니까 새롭게 흡수할 수 있는 에너지가 생겼고요.”(하재영)
자신의 선택을 존중하는 데에 주력했던 만큼 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은 그들에게 있어 중요한 포인트다. 시간을 마음껏 쓰다 보니 자칫 나태해질 우려도 있기 때문. 그러나 요즘엔 시간의 운용 방식에 있어서도 어느 정도 자신만의 기술이나 논리가 생겼다고 한다. 이를테면 하루 동안 반드시 써야 할 분량의 원고나 과제를 정해놓고 그 원고를 다 쓰지 않으면 다른 일을 시작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나름의 규칙을 세워놓고 있단다.
어떤 차원에서 말하자면 이들이 밴드를 결성하고 소통의 창구를 마련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문학이라는 작업, 소설을 쓰기 위한 필수 스트레칭 같은 것일는지 모른다. 사람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냐는 기자의 진부한 물음에 그들은 한없이 멋진 대답을 내놓았다.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어찌되었건 소설가의 임무라고 생각해요. 소설가도 여러 성향의 소설가들이 있지만 저의 경우엔 사진기 들고 다니면서 사진 찍는 것, 실제로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을 만나 취재하는 일 등을 기꺼이 즐기는 편입니다.”(노희준)

솔로가 좋다? 뜨거운 자유와 사랑 원할 뿐
‘~족’이라는 말이 난무하는 만큼 홀로 모든 것을 해내는 소설 작업으로 인해 세간에서 ‘프리랜서’가 아니냐, 라는 시선을 받기도 하는 것이 사실. 그러나 ‘프리랜서’와는 조금 다르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홀로 모든 작업을 감당하는 일은 이제 별로 남아있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적인 측면에서만 이야기하자면 물론 꼬박꼬박 월급을 받는 것이 아니니까, 프리랜서에 가깝긴 하겠지요. 그러나 직장인이냐, 프리랜서냐 그런 식으로 경계를 나눈다는 것 자체를 무의미하다고 보는 편이에요.”(하재영)
경제력에 관한 문제에서 누구나 자유롭지 않은 만큼 경제력과 밀접하게 연관된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한 생각도 남다를 터. 그러나 연애나 결혼에 관해 단 한 번도 계획적일 순 없었다며 그들은 입 모아 말한다.
“이십대 후반, 삼십대 초반, 그 시기를 대부분 결혼 적령기라고들 하죠. 저도 그 땐 만약에 여자를 만난다면 결혼할 여자를 만나야 할 것이라 생각했고요. 그런데 그렇게 머리로 생각하면서 했던 연애는 희한하게 다 실패했어요. 미래를 고려하면서 사랑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일단 제 입장에선 조금은 남다른 패턴의 일을 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제 일을 좋아해주지 않는 사람과는 연애나 결혼이 쉽지 않겠죠.”(노희준)
사랑을 어떻게 팩트로 요약하겠냐는 식의, 불현듯 살짝 난감한 미소가 그들의 얼굴을 스쳤다. 출퇴근을 일삼는 대한민국의 많은 직장인들과 달리 ‘잘 놀 것 같다’는 느낌이 충만하다는 기자의 말에 박상 작가는 특유의 유머를 던졌다.
“술 마시고 노래 부르고 사람 만나고 또 술 마셔요. 남들과 다른 거요? 남들과 달리 정말 많이 마셔요.(웃음) 보통 밤 열두시까지 마신다고 치면 저는 아침 여섯 시, 일곱 시까지 마시는 거죠.”(박상)
유머는 그들 사이 담소의 농도를 엿보게 하고, 평소의 친분을 확인해주는 단 하나의 코드다. 박상 작가의 농담 섞인 진담에 그들은 이내 웃음을 터뜨리기도 했던 것.
그 간 각종 문학 콘서트 등에 수차례 초대받으며 나름의 무대 경험을 쌓아온 그들이다. 마침 기회가 닿아 ‘김정은의 초콜릿’ 프로그램에 게스트로 초대받아 곧 그 녹화가 있을 예정이라고. 성량 좋은 보컬 노희준 작가가 스타트를 끊으며 시원하게 내지르자, 기타와 베이스 소리가 가슴 속을 활강하듯 심장을 꿰뚫었다. 그 와중 리드미컬하게 울리는 드럼은 연주의 흐름을 정돈하는 부드러운 스펀지와도 같았다. 촌닭 모양새로 벙 찐 채 서서 더욱 뜨겁게 반응해주지 못했지만, 그들은 이미 세상으로부터 받을 만한 박수갈채의 온도에 대해 스스로 알고 지내는 사람들일 터. 예민한 이들이었지만 예민함을 드러내지 않았고 행운을 바라지 않는 이들이었지만 바라보는 이에게 있어선 마냥 행운이었다. 그러니 이렇게 말해두자. Good luck to th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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