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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세 아이 엄마’ 석사출신 30대 남한나씨, 건설공사장 반장 된 사연
[인간극장] ‘세 아이 엄마’ 석사출신 30대 남한나씨, 건설공사장 반장 된 사연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2.03 0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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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이번주(3일~7일) KBS 1TV <인간극장>은 ‘굳세어라 남반장’ 5부작이 방송된다.

“구호 외치겠습니다! 작업 전 안전확인, 좋아. 좋아. 좋아!”

아무리 직업에 귀천이 없다지만 조금이라도 고된 일은 시작조차 하려고 하지 않는 요즘이다. 하지만 이곳 경기도 수원시, 꼭두새벽부터 건설 현장에서 힘깨나 쓴다는 남자 직원들을 진두지휘하는 30대 여성 반장이 있다. 세 아이의 엄마이자 아내인 남한나(37) 씨가 그 주인공.

건설 현장에서 목수이자 반장으로 일하고 있는 한나 씨는 올해로 4년차. 그녀의 남편 민석 씨도 같은 일을 하며 함께 세 아이를 키우고 있다. 이른 아침부터 시아버지와 함께 출근한  한나 씨는 하루 종일 현장에서 분주하기만 한데…. 그 이야기를 만나본다.

◆ 막노동? NO! 우리 집 가업입니다!

누구나 건설 현장 일이 삶의 터전을 형성하는 아주 중요한 일인 줄 알면서도 막상 자신이 하기에는 꺼려지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곳 경기도 수원시에 대를 이어 건설 현장에 뛰어든 가족이 있다. 도보로 5분 거리가 안 되는 두 빌라에서 3대가 함께 하는 남한나(37) 씨 가족이 그 주인공.

이들 가족의 아침은 조금 이르게 시작한다. 새벽 다섯 시 경 일어나, 아버지 재덕 씨와 아들 양민석(36) 씨, 며느리 남한나 씨, 그리고 이제 막 합류한 시누이 양효주(34) 씨가 함께 출근을 준비한다. 아침 7시까지 현장에 도착해 일을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두 수원 인근의 현장에서 종사하고는 있지만, 뿔뿔이 흩어져 일하는 상황. 추운 겨울, 매일 같이 반복되는 강도 높은 노동에 몸이 고생스러운 것은 물론, 교통편이 마땅치 않은 현장으로 출퇴근하는 것조차 쉽지 않으니 서로 얼굴 붉힐 만도 하건만, 그런데도 ‘허허’ 웃어넘긴다. 오히려 한나 씨는 이 일에 자부심을 느낀다는데….

그도 그럴 것이 한나 씨는 ‘형틀 목수’라는 직종에 몸을 담군 순간부터 매사에 적극적이었다. 일을 시작한 지 2년 남짓한 시간 만에 국가건설기능경기대회 거푸집 종목에 출전해 은상을 타는 등 빠른 속도로 반장 대열에 올라섰고 이제는 건설 현장에서 15명이 넘는 남성 작업자들을 지휘하며 직원들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다.

게다가 그런 한나 씨의 모습을 보며 시누이 효주 씨마저 올케 한나 씨를 멘토로 삼겠다며 이 일에 가세하게 됐다. 현장 일, 아이들 양육, 도면 공부에 몸이 열 개라도 부족한 한나 씨이지만 스스로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한나 씨의 후배를 자처하는 효주 씨가 대견하기에 그녀의 스승이 되어주기로 했다.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 석사 출신, 남반장의 흙먼지 휘날리며!

13년 전인 대학 시절, 남편 양민석 씨를 만난 한나 씨. 이르게 찾아온 첫째 아이 때문에 서둘러 결혼했지만, 가난한 대학생 부부는 행복하기만 했다. 그리고 육아도우미를 자처한 시어머니 덕에, 졸업 후 민석 씨는 광주에서 대기업 품질관리 사무직으로 취직을 했고 한나 씨는 대학원에 진학해 학업을 이어갔다.

안정적인 남편의 직장 덕에 삼 남매까지 낳으며 영원히 행복할 것만 같았던 한나 씨네 가족. 하지만 민석 씨는 회사 내 간부들의 부조리함과 온갖 책임을 떠맡아야 하는 상황에 신물을 느끼고 있었다. 정신적으로 한계에 부딪힌 민석 씨는 아버지 재덕 씨에게 난생 처음 눈물을 흘리며 고통을 호소했고 과거 심리적 괴로움으로 자살을 택했던 동료를 목격한 경험이 있었던 재덕 씨는 말없이 아들을 자신의 곁으로 불렀다.

재덕 씨는 20년 경력의 베테랑 ‘형틀 목수’. 힘든 건설 현장 일을 아들에게 되물림한다는 것이 가슴 아팠지만 민석 씨는 오히려 마음 편히 일할 수 있어 목수 일이 좋았다. 비록 월급은 대기업 다닐 때 보다는 못하지만 부족한 액수 이상으로 넉넉한 시간과 마음의 여유를 얻게 되어 가족과 나눌 수 있으니 지금이 더 행복하단다.

아들이 건설 현장에 적응하는 모습을 지켜봤던 재덕 씨는 마침 대학원 졸업 후 삼남매 육아에 치어 공부에 집중하지 못하고 마땅한 일자리도 찾지 못하고 있었던 며느리에게 마찬가지로 목수 일을 제안했고, 며느리 한나 씨 역시 말없이 시아버지의 뜻을 따랐다.

‘공사판’에 ‘석사 출신 여성’이라니, 그것도 30대 초반의…. 시아버지 밑에서 견습 생활을 했지만 현장 사람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집에 돌아오면 녹초가 되어 아이들을 돌볼 수 없을 만큼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하지만 여태껏 몸이 아파 일을 쉰 적이 없을 정도로 프로 근성이 있는 한나 씨. 목수 일을 시작한 지 1년이 좀 넘었을 때 현장 감독의 자리를 꿰찼고 현재는 더 높은 곳을 바라보며 ‘주경야독’ 퇴근 후 건축설계 학원에 다니며 열정을 불태우고 있다.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 '열혈 반장' 한나 씨의 육아는 어려워!

작은 키에 순해 보이는 외모와는 달리 남자처럼 무심한 성격인 한나 씨. 늘 자신의 자리에서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하는 한나 씨이기에 험한 건설 현장의 일도 잘 적응했는지 모른다. 불평을 할 법도 한데, 자신의 부족한 점을 채우기 위해 늘 선배인 시아버지에게 퇴근 후 이것저것 묻는 며느리가 마냥 예쁜 시아버지.

반면 이런 우직한 한나 씨의 성격이 불만인 가족들도 있는데….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답답하다는 남편 민석 씨와 집안 살림에는 무심한 며느리가 야속한 시어머니 남순덕(63) 씨가 그 당사자.

남편보다 연봉도 높고 더 바쁜 아내를 위해 퇴근 후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고 있는 민석 씨와 아이의 등하교를 책임지고 있는 시어머니 순덕 씨에겐 씩씩한 ‘남 반장’ 보다, 토끼 같은 ‘아내’와 싹싹한 ‘며느리’가 절실하다. 뒤늦게 적성에 맞는 일을 찾은 며느리 덕에 여유 있는 노후를 일찌감치 포기한 시어머니.

통기타도 배우고 노래 교실도 다니고 싶었지만, 며느리가 ‘현장’에 나간 그날 이후, 육아 전쟁은 고스란히 순덕 씨의 몫이 됐다. 일도 좋지만 세 아이의 엄마로서 손자들에게 좀 더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것이 순덕 씨의 바람이기에 요리법도 알려주고 손자들 양육 방법에 대해 이야기도 하지만 돌아오는 것은 목석같은 며느리의 반응.

인스턴트 요리만 자꾸 차리는 며느리가 아이들에게 채소 가득한 밥상 좀 차려줬으면 하는 게 소원이란다. 하지만 시어머니의 바람과는 달리 지금도 한나 씨의 머릿속에는 온통 현장 생각뿐이다.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굳세어라 남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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