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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5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15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06 0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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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풍경 '강화도 2018' (인스타그램: photoly7)

 

역시 초등 육학년때 얘긴데

여름방학을 며칠 앞둔 그 날
우리들은 선생님의 인솔로 농사체험에 나섰지

학교에서 한 이킬로미터 쯤 되는 들판으로 나가 논두렁에 콩을 심었어

콩심기는 별거 아니었어
막대기로 흙을 푹 찌르고 그 구멍에 콩을 넣고 발로 흙을 덮기만 하면 되었어

그렇게 한참 콩을 심다가 나하고 두어 명의 친구들은 날씨가 더워 땀도 나고 하니
수영이나 하러 가자고 의견을 모았지

그 날 수영을 한곳은 내가 조개를 잡던 개천보다 조금 상류였어

혹시 여기 타잔 모르는 사람있나

아! 타잔
나는 그 미국 드라마에 열광했어

아아아 아아아아
위급한 순간 두 손을 입에 대고 이렇게 외치면 코끼리떼가 몰려와 타잔을 도왔어

나는 특히 타잔의 수영과 다이빙에 푹 빠졌지

타잔 헤엄이 크로올 수영과 비슷하긴 한데 다른 점은 결코 머리가 젖지 않는다는 거야

내 타잔형 수영 실력도 수준급이었지

말이 또 새는데
내가 대학 1학년때 수영과목이 있었어

스피드를 측정하는 시험이 있던 날
내 차례가 오자 나는 물에서 출발하던 다른 학생들과 달리 다이빙을 하며 출발했어

다이빙으로 입수해 역영을 펼칠때 학생들 특히 여학생들이 탄성을 질렀지

거짓말이 아니라 스피드 하나는 최고였거든

그런데 결승선에 닿았을때
교수님의 우렁찬 한마디는 바로 '실격' 이었지

자유형 비슷하긴 한데 머리가 물에 닿지 않는 듣도 보도 못한 영법에는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거였지

그래서 나는 어쩔수 없이 개헤엄으로 겨우 펑크를 면한일이 있었어

다시 본래 이야기로 돌아오자면

그렇게 한시간 쯤 신나게 물놀이를 하던 우리는 그제서야 물밖으로 나왔는데 콩심던 아이들이 아무도 보이지 않았어

불안해진 마음으로 허겁지겁 교실로 들어서니 수업을 하고 있더군

당연히 우리는 매를 맞았어

 엎드려 뻗쳐 자세로 빳다를 세댄가 다섯댄가를 맞았지

그리 아프지는 않았지만 나는 울었어

두 가지 이유가 있었지

한가지는 내가 은근히 좋아하던 여학생 보는 데서 매를 맞았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학급의 급장이자 전교어린이 회장인 내가 모범이 되지 못하고 군대로 보면 탈영이나 마찬가지의 일을 벌인
내 자신에 대한 실망 때문이었지

위에 말한 내가 은근히 좋아하던 여학생은 지금 거제도에 살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어

나도 지금 거제도야 출장차 왔지

도난염려 때문에 컴퓨터도 없는 방에서 핸드폰 자판으로 글을 쓰는데 오히려 더 잘쓰지네

초등시절의 얘기는 앞으로 몇차례 더 나올거야

모텔 옥상에 올라가 내가 은근히 좋아했던 그 아이의 이름이나 외쳐볼까

혹시 모르지
영화같은 재회가 이루어질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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