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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5
[연재] 김도형의사진과인생 #25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2.17 07: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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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포항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포항 (인스타그램: photoly7)

 

내 어머니는 2015년 음력 설을 일주일 앞두고 돌아가셨어

사십년전 아버지 돌아가실 때는 집에서 힘들게 장례를 치뤘는데 세상이 좋아져서 상조회사에서 일사천리로 진행하더군

서울서 발인하고 장지인 고향으로 내려갔어

고향마을에 도착하니 내가 어릴적 뛰어 놀던 창고 앞 마당에 노제를 지내기 위한 준비가 되어 있더군

마당으로 접어들자 감동이 밀려왔어

마을의 거의 모든 어르신들이 마당에 모여 계셨지

평생을 한 동네에서 지낸 내 어머니의 마지막 가는 길을 보러 나오신거야

장례가 끝나고 서울로 올라와 생각했지

짱짱하던 모습은 간곳이 없고 세월 앞에서 노쇠해진 그 어르신들에게 무엇으로 보답을 해드리나 하고 말이야

그래서 문득 떠오른 것이 노래공연 이었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고향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께 흥겨운 노래선물 이라도 드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거야

전에 얘기했지만 조촐하게 기타와 앰프 하나 들고 다니며 전국의 요양원이나 경로당에서 노래봉사 하는 것이 내 버킷리스트 중에 하나지

그래서 요즘은 기타로 포크송보다 트로트 연습을 많이 하고 있어

그런데 좀 반전이 있었어

트로트가 아르페지오 연주와 그렇게 잘 어울릴줄 몰랐지

'갈대의 순정'과 '가슴 아프게'는 거의 완벽하게 아르페지오로 연주할 수 있게 연습했어

어제 얘기를 이어가자면

나는 소리새의 노래 '그대 그리고 나' 를 들을때 마다 떠오르는 생각이 있다고 했는데 사실 별거는 아냐

내가 직장생활 한지 얼마되지 않았을때 얘기인데 어제도 말했지만 나는 그당시 노래방에서 대접을 좀 받았어

직장동료나 친구들과 노래방을 가면 갈채를 좀 받았지

나는 발라드와 락도 곧잘 하는데 일행들은 이상하게도 내게 트로트를 부르도록 강요했어

물론 내 트로트 노래 솜씨가 명물?이긴 했지만 나를 어느덧 뽕짝가수로 낙인을 찍어버린 것에 대해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지

그 즈음의 어느 날 무슨일로 내가 선배차를 타고 어디를 가는데 선배는 카세트 테이프 노래를 틀었어

그 때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노래가 바로 '그대 그리고 나' 였어

노래 간주가 시작될 무렵 선배는 나즈막한 목소리로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단다' 라고 말했지

'나는 이런 노래를 좋아한단다' 라는 말이 무슨 뜻이었겠어

너는 트로트 뽕짝이나 부르고 다니지만 나는 이런 고상한 노래를 즐긴다는 뜻 아니겠냐고

그 말을 듣는 순간 내가 그동안 보여줬던 노래방에서의 희생?과 봉사?가 한순간 물거품이 된 듯한 생각이 들었지

"누구는 좋아서 트로트 뽕짝을 불렀냐고요. 등떠밀려서 분위기 맞추느라고 그런거죠"

라고 한마디 하려다가 참았어

그로부터 세월이 삼십년이 흐른 지금 트로트가 티비에서 각종 경연대회를 통해 이런 좋은 대접을 받을 줄 그 때는 미처 몰랐지

나도 오십줄을 넘겨보니 트로트가 최고라는 생각이 비로소 들고있어

어쩌면 우리 한국인 심장의 박동은 트로트 리듬과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은연중 트로트를 한단계 아래로 취급하던 사람들 중에 내가 끼어 있었다는 것을 반성하고 있어

여하간 나는 노래하는 사진작가로 기억되고 싶어

내 사진 한 장과 내 노래 한 곡이 누군가의 마음에 기쁨을 준다면 그것보다 더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어

내차에는 카메라와 기타가 항상 실려있어

열심히 사진 찍고 열심히 노래 하다 보면 누가 알아 혹시 kbs 아침마당 출연 요청이 올지
 
전국의 요양원과 경로당에서 나를 부르지 못해 아우성 치는 그날이 오기까지

뽕도야 달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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