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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의 영화감독 아들과 작가 며느리 이한얼설은영 부부의 예술과 운명 사이
이외수의 영화감독 아들과 작가 며느리 이한얼설은영 부부의 예술과 운명 사이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2.14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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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시, 달을 굽다’는 어머니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선배의 반지하 셋방에 얹혀 살게 된 여대생이 생활고와 맞서 싸우면서 벌이는 일상의 전쟁을 다룬 작품이다. 불안한 현실을 말하고 있지만 또 그 안에서 그것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와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은 심사위원이었던 소설가 최수철·은희경으로부터 “자연스럽고 거침없는 문장을 바탕으로 하여 세태적인 일상을 이야기하는 한편 그 밑에 가라앉은 것들을 헤집어놓는 힘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얻으며 2011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더욱 화제를 모으는 것은 이 작품을 집필한 설은영 씨가 이외수의 맏며느리라는 사실. 본래부터 소설가의 꿈을 키워온 그녀는 작가가 글을 쓸 때 어떤 상태인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너무도 잘 아는 시댁 식구들 덕에 오로지 집필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었다고 감사의 말을 전했다.
“당선 발표가 나고 나서 시어머니는 소를 잡겠다고 연일 들뜨셨고, 시아버지는 전에 없이 며느리를 자주 찾아대며 성화셨죠. 남편은 전봇대를 붙들고 울었다고 하더군요(웃음). 온몸으로 기뻐해주시는 시어른들과 남편의 모습을 보면서 감사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기도 했고요.”
전봇대를 붙들고 울었을 만큼 감격하고 기뻐해준 남편 이한얼 씨는 매년 신춘문예 시즌이면 화병을 앓는 아내를 보면서 늘 안타까운 마음을 가졌다. “소설에 대한 아내의 열망이 얼마나 큰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나중에는 그녀를 방에 가두고(?) 소설에만 집중하고 글을 써라”고 할 정도로 그녀의 꿈을 무한히 배려해주고 응원해줬다.
“등단을 늦추면서까지 생활비를 벌기 위해 생업에 뛰어든 아내를 보는 게 마음이 아팠죠. 아무리 봐도 아내는 등단을 해야 살 수 있을 것 같은 사람이었으니까요.”(이한얼)
설은영 씨 역시 크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남편의 배려와 이해로 집필에만 집중할 수 있었음을 고백하며 애틋한 마음을 전했다.


예술이라는 공통분모 속 운명적인 만남
두 사람의 만남은 시작부터가 예사롭지 않다. 이외수의 열혈팬이었던 설은영 씨는 이외수의 팬 채팅방에서 어떻게든 이외수와 대화를 한번 나눠보려고 채팅방을 들락날락했고, 그러던 중 우연히 이외수의 아들인 이한얼 씨와 대화를 나누게 됐다.
“시도 때도 안 가리고 채팅방에 불쑥 들어와서 아버지를 찾아대다가 없다고 하면 휙 나가버리니…. 처음에는 참 희한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죠
(웃음).”(이한얼)
설은영 씨는 남편과 대화를 나누면서 문학적으로 뭔가 통하는 게 있음을 느꼈지만 “이외수의 아들이 아니었으면 그렇게 길게 대화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처음에는 이외수의 근황을 듣고자 하는 목적(?)이 더 컸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남편은 아내를 처음부터 여자로 봤다고. 상대방과 친하게 지내고 싶은 이유는 각자 달랐지만 두 사람은 이후 급격히 가까워졌다.
“막상 연애를 시작했지만 둘 다 융통성이 없어서 그런지 애틋함이나 달달함보다 박 터지게 싸우는 날들이 더 많았죠(웃음). 또 이 사람은 결혼을 일찍 하고 싶어했지만, 저는 결혼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어요. 시어머니 역시 큰아들을 일찍 결혼시키고 싶어하지 않으셨고요. 그래서 제가 이별 선언도 여러 번 했죠. 하지만 남편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고, 전화하고 회사로 찾아오고…. 태어나서 그렇게 끈질긴 사람은 처음 봤다니까요(웃음).”(설은영)
“나중에는 제가 밑밥을 던졌어요. 결혼하면 축의금이 적잖게 들어올 텐데 그걸로 세계여행을 보내주겠다고요(웃음). 결혼하면 신접살림 차리고 혼수를 해야 하는데 그 비용으로 1년간 둘이 세계여행을 하면서 글을 쓰자고 하니까 솔깃하는 것 같더라고요.”(이한얼)
프러포즈(?)는 그렇게 이뤄졌고 이때부터 결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들 부부는 올해로 결혼 7년 차. 여느 부부가 그렇듯이 살아오면서 갈등을 겪은 적도 여러 번이지만 이들의 다툼 요인은 다른 평범한 집과는 조금 차이가 있다.
“우리 둘은 돈으로 싸운 적은 한 번도 없어요. 저는 한 달 내내 라면만 먹어도 별 불만이 없는 사람이니까요. 실제로도 둘이 거의 라면만 먹던 시절도 있었어요. 하지만 남편의 지나친 술 사랑은 문제가 됐죠. 사람을 좋아해서 그런지 그렇게 술을 마시고 다니더라고요. 처음에는 건강 상할까 봐 잔소리를 했는데, 나중에는 늦게까지 술 마시고 다니는 걸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니까 부아가 치밀더라고요.”(설은영)
하지만 그것도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남편을 이해하는 쪽으로 기울었다. 남편이 술을 마시며 어울리는 사람들 대부분이 그녀가 좋아하는 사람들이었고, 남편이 특별한 주사를 부리거나 잘못을 하는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그녀 역시 책을 한번 읽기 시작하면 밥 차릴 때도 놓치곤 하지만 그렇다고 남편이 화를 내는 일은 없었으니 되도록 본인도 남편을 이해하고 웃으며 넘기게 되었다.
“살면서 여러 가지 서로의 다른 점에 부딪쳤지만 7년 차에 접어드니 이제는 서로를 이해하고자 하는 마음이 더 크네요. 단 저희 둘은 아무리 싸워도 작업할 때는 서로를 건드리지 않아요. 기분이 상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걸 서로 잘 알고 있거든요.”(이한얼)
“전 사실 남편을 알기 전에는 지금보다 훨씬 더 불안한 사람이었어요. 남자에게 관심도 별로 없고, 안정된 삶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돈 벌어서 바람처럼 떠돌다 보면 작가가 되든지 죽든지 양단간에 하나는 하겠지,라는 심보였거든요. 지금도 저는 스스로가 결혼이라는 시스템과 잘 맞지 않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이렇게 결혼해서 잘 살고 있는 것을 보면 정말 운명이라는 게 있긴 있나 봐요(웃음).”(설은영)

며느리와 시아버지 그리고 소설
이제 막 작가의 길에 들어선 설은영 씨에게 이외수는 시아버지이자 멘토로 삼는 소설가 대선배다. 시아버지로서는 권위의식 없이 다정하게, 소설가 선배로서는 작가주의 정신을 심어주기 위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다는 이외수.
“아버님은 누구든 상대방의 개성을 배려해주시는 편이에요. 제가 참 무신경한 사람인데도 이런 저를 독특하다고 표현하실 뿐 나무라진 않으세요. 저의 기본 성향을 존중해주시는 거죠. 반면 선배로서 아버님은 철저하고 냉정하세요. 요즘 작가들은 목숨 걸고 문학을 하는 경우가 드무니까 아버님은 저에게 작가정신을 심어주기 위한 조언을 많이 해주세요. 아버님이 젊었을 때 함께 활동했던 선생님들 얘기도 많이 들려주시고…. 작가인 제게 이보다 더 좋은 시아버지가 있을까요(웃음).”(설은영)
언젠가는 시아버지의 평전을 쓰고 싶은 꿈이 있다는 설은영 씨. 이외수는 실제로 며느리에게 과거 얘기를 많이 해주는 편인데, 스스로 치부라고 생각하는 부분도 빠짐없이 들려준다고.
“허세 없이 진솔하게 본인의 이야기를 하시는 모습을 보면 아버님의 순수함과 솔직함을 느낄 수 있어요. 그건 작가로서 꼭 닮고 싶은 부분이죠. 또 단호한 기백도 닮고 싶어요. 우유부단하면 아무것도 이루지 못하니까요. 원관념과 보조관념이 딱 맞아떨어질 때까지 식음을 전폐하며 연구하시는 아버님 모습을 보면서 많은 자극을 받습니다. ‘적어도 저 정도는 노력해야 하는구나’라고 생각하게 되죠. 아버님 덕택에 천재는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모든 게 노력이라는 진리도 알게 됐고요.”(설은영)
아들 이한얼이 보는 아버지 이외수 역시 이와 같다. 공과 사가 철저하며 한없이 인간적이지만 작품에 몰입할 때는 철저히 작품 속에서만 생활한다. “속세와 떨어진 삶을 지향하시는 것이 대단하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해요”라는 그의 말처럼 이외수는 평소 모든 일은 기본정신이 살아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들이 영화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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