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5-06 06:05 (월)
 실시간뉴스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7
[연재] 김도형의 사진과 인생 #57
  • 김도형 기자
  • 승인 2020.03.19 0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작가 김도형, 인스타그램(photoly7) 연재 포토에세이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마리 철원 (인스타그램: photoly7)
사진작가 김도형의 사진- 대마리 철원 (인스타그램: photoly7)

 

나는 위로 누나가 넷이야

큰 누나는 엄마뻘이고 둘째 누나는 근동으로 시집을 갔지

내가 중학교에 갓 올라 갔을때 셋째 네째 누나와 함께 살았어

세째 누나 때문에 나는 피해를 많이 봤어

세째 누나는 고성군 '참한 아가씨 선발대회' 에서 일등을 할 정도로 미모가 뛰어났지

누나가 그대회에서 탄 트로피를 안고 찍은 사진이 있는데 그 사진을 여기 쓸까 하다가 그냥 안쓰기로 했어

성격도 온순했어

나하고 나이 차이가 많이나서 둘 사이에 뚜렸한 추억은 없는데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때 어느 비가 많이 오던날 누나가 교문 앞에서 우산을 들고 기다리고 있었던 기억 하나는 잊지않고 있어

그 무렵 누나는 몹쓸병이 발병해 순식간에 폐인이 됐어

인물좋고 성격좋고 읍내 미인 선발대회에서 상까지 탄 이력도 있겠다 뭐하나 부족한 것이 없어 좋은 남자 만나 시집 가나 했는데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거지

그때 내 아버지와 어머니의 심정이 어떠했을지를 돌이켜 생각하면 그저 기가 막힐 뿐이야

한약과 양약 안써본 약이 없었는데 백약이 무효였어

그런 병에는 올빼미를 고아 먹으면 좋다는 말을 듣고 어디서 살아있는 올빼미를 구해왔는데 줄에 묶인 올빼미가 눈을 껌뻑거리던 것이 아직도 생생해

약으로 안되니 급기야 우리집에 무당들이 드나들기 시작했어

경상도 어름에서 우리집에서 굿 한번 안해본 무당은 아마 없었을 거야

매주 목요일은 굿하는 날로 아예 정해져 있었지

굿이란 것은 그저 주문만 외우는 주술행위가 아니라 북이나 징을 두들겨 부수면서 밤새 진행되더군

북이야 그렇다 쳐도 그 징소리에 나는 진절머리를 쳤어

견디다 못한 나는 집에서 나와 들판을 헤매었지

그러나 그소리는 들판에서 더 크게 들렸어

여자아이들 집에도 그 소리가 들릴것이라고 생각하니 더 죽을것 같더군

그 와중에 막내 누나도 집을 돌보기는 커녕 밖으로만 나돌았어

그렇게 굿을 해대니 돈은 또 얼마나 들었겠어

그무렵 읍내에 있던 우리 싸전을 팔고 말았지

얼핏 듣기로 육백만원 인가를 받고 넘겼다는데 그당시 육백만원은 엄청 큰돈 이었어
 
결국 무당들 좋은일만 시킨 것이었지

누나의 병명은 도저히 정확하게 밝힐 용기가 없어

헛것을 보고 소리를 치고 몽유병 환자처럼 밖으로 나도는 것이 주요 병세였어

병이 소화치는 시간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고 밤낮을 가리지 않고 계속되었지

이런 환경에서 공부가 제대로 될리가 있었겠나

내 친한친구는 나보고 내가 너라면 해탈을 해버리겠다고 했고, 한 형님은 너가 그런 상황에서도 잘견뎌주어서 고맙다고 하더군

도대체 그것을 위로라고 한 말일까

최고의 위로는 무관심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말들을 들으니 더 비참해지더군

나는 중 고등학교 시절 제대로 공부하고 시험본 적이 한 번도 없어

그정도 이유로 공부에 손을 놓아버린 것이 무책임하다고 누가 뭐라 할 수도 있겠지

그러나 그당시 내 정신적 용량으로는 그것을 극복하지 못했어

진학한 고등학교도 그 중학교와 한 재단이었어

중학교 졸업할때 한 친구는 내게 그러더군
초등학교때 회장까지 한 놈이 그 꼴이 뭐냐고

그리고 동네의 백모 어르신은 내게 말씀하셨지
저놈은 읍내 고등학교도 근근히 들어간 놈이라고

두사람은 백퍼센트 맞는 말을 했어

내일부터는 고등학교에서 있었던 몇가지 에피소드를 얘기하고 바로 대학 스토리로 넘어갈거야

내 비록 중고등학교 시절 공부에서 바닥을 맴돌았지만 대학 가서는 판도가 완전히 달라지지

아직도 나는 내가 졸업한 대학에서 레전드로 불리고 있어

To be continued...


[#사랑#희망#고요#평안#공감#위안#위로#치유#힐링#사진작가#사진전#사진전시#갤러리#봄#풍경#풍경사진#봄풍경#사진#포토에세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