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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기준금리 0.75% 동결…이주열, 0%대 성장 시사 ‘추가인하’ 가능성
한은 기준금리 0.75% 동결…이주열, 0%대 성장 시사 ‘추가인하’ 가능성
  • 류정현 기자
  • 승인 2020.04.09 1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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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를 주재하고 있다. 금통위는 이날 금융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9일 오는 5월28일 예정된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에서 추가 금리인하가 이뤄질 수 있냐는 질문에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며 추가 인하 가능성을 열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발(發) 실물·금융 복합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지난달 사상 처음으로 '0%대' 금리로 들어섰지만, 1%대 성장도 어려운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한 발 더 내려가는데 큰 무리가 없다는 판단이다.

이날 금통위는 4월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연 0.75%로 동결했다. 지난달 16일 임시 회의에서 빅컷(0.5%p 인하)을 한데 이어 '한국판 양적완화'라고 불리는 무제한 RP(환매조건부채권) 매입에 나선 만큼 그 효과를 좀더 지켜보자는 의미였다.  

한은은 회사채 시장의 주요 참여자인 증권사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한시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도 정부와 협의 중이다. 더불어 이 총재는 정부보증 하에 SPV(특별목적회사)를 설립해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방법에 대해 "상당한 효과가 큰 방안"이라고 평가하며 도입 가능성을 키웠다.

◇"韓 올해 플러스 성장, 1%대는 쉽지 않을 것…세계 경기 침체 가능성"

금통위는 지난해 7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1.50%로 3년 1개월 만에 내리면서 금리인하 사이클에 진입했다. 이후 지난해 8월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10월에 연 1.50%에서 1.25%로 한차례 더 인하했다. 지난 3월에는 금리를 0.50%p 내렸다. 이로써 기준금리는 연 0.75%로 내려가면서 사상 첫 0%대 시대를 맞았다.

이 총재가 기준금리 추가 인하 가능성을 시사한 건 그만큼 우리나라, 또 전 세계 경기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올해 우리나라는 플러스 성장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1%대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즉 0%대 성장을 시사한 것이다.

이 총재는 "글로벌 경기는 침체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본다"며 "우리 경제도 어려움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을 내놨다.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0%대를 기록한 건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던 지난 2009년(0.8%)이 마지막이었다.

이 총재는 이날 5월 금리 인하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금리로 대응할 정책 여력이 남아 있다는 답변으로 대신한다"며 "선진국 금리가 내려가면 우리나라 실효하한도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나아가 그는 "상황에 맞춰 얼마든지 정책 대응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효하한은 비(非)기축통화국인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0%로 내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우리나라 경제가 감내할 수 있는 최저 기준금리 하한선을 말한다. 기준금리가 이보다 낮아지면 부작용이 더 커지는 단계다. 연준이 제로금리여서 금통위 운신의 폭이 커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사상 처음으로 SPV 설립해 실물경제 살릴까 

한은 금통위는 한층 짙어진 경기침체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전례 없는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현재 한은은 정부와 함께 회사채시장 신용경색을 막기 위해 증권사에 우량 회사채를 담보로 대출해 주는 방안을 구체화하고 있다. 해당 방안은 한은법 80조에 근거한 조치여서 정부로부터 의견을 듣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 총재는 정부 보증 하에 SPV를 설립해 회사채 등을 매입하는 연준식 방식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저희가 비은행 금융기관에 대한 특별대출 장치를 마련하지만 그 자체는 한계와 제약이 있다"며 "연준처럼 정부와 협의해서 정부 신용보강을 통해 시장 안정에 대처하는 것이 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증권사에 대한 대출 제도를 구체화하며 SPV 설립 등도 함께 논의될지 주목된다. 이 총재는 "이 문제를 정부와 논의하는지는 아직 밝히기 적절하지 않다"며 추진 단계에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금통위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으로 특수은행채를 살 채비를 갖췄다. 금통위는 공개시장운영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산업금융채권,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과 주택금융공사 MBS(주택저당증권)를 포함했다. 현재는 국채와 정부보증채만 단순매매 대상증권이다.

이 같은 조치는 코로나19 사태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실물경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자금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산업은행 등이 회사채나 기업어음(CP) 등을 사기 위한 산업금융채권 등을 발행하면, 이를 한은이 매입해 재원 조달을 돕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이들 채권은 이미 환매조건부(RP)매매 대상증권에 포함돼 있다. 그럼에도 금통위가 단순매매 대상증권에 포함한 건 한은이 신용리스크를 조금 더 지더라도 유동성 공급을 지원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RP는 금융기관이 일정 기간 후 되사는 조건으로 판 뒤 기간에 따라 이자를 붙여 되사는 채권으로 경제적 실질이 대차 개념인데, 단순매매는 채권 만기까지 한은이 소유해 신용리스크를 진다.

[Queen 류정현 기자] 사진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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