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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한 명 키우는 데 2억6천만원 한국인의 자녀 양육 책임한계는 어디까지?
자녀 한 명 키우는 데 2억6천만원 한국인의 자녀 양육 책임한계는 어디까지?
  • 매거진플러스
  • 승인 2011.03.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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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부모들은 자녀 양육에
너무 과중한 책임을 지고 있으며 이는 저출산의 원인이 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국인의 자녀 양육 책임한계와 양육비 지출 실태’에 따르면, 지난 2009년 기준으로 출생 후 대학 졸업까지 자녀 한 명에게 지출되는 총양육비는 2억6천204만4천원이었다. 이를 소비자물가지수 5%를 적용해 지난 2010년 기준 양육비로 환산하면 대학 졸업 시까지 자녀 1인당 양육비는 2억7천514만6천200원으로 추산된다. 소비자물가지수가 계속 바뀌는 것을 감안하면 자녀양육비는 이보다 더 오를 수도 있다.
‘전국 출산력 및 가족 보건복지실태조사’ 자료 가운데 15∼59세 기혼 가구 중 자녀가 있는 가구를 분석한 결과 한국 부모의 49.6%(2009년)가 자녀 양육 책임은 자녀가 대학을 졸업하는 때까지로 보고 있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들어 점점 더 심화되고 있는 추세. 한국 부모의 자녀 양육 책임의식은 매우 강해서 양육 부담을 많이 느낄 수밖에 없는 가치관으로 이어졌다. 현재 한국 사회의 중요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저출산은 자녀 양육 부담이 큰 원인이다. 가족 부양과 저출산 정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양육의 책임한계에 대한 가치관 변화와 제도 마련이 시급한 때다.
자녀양육비 지출 실태
그 어느 때보다 현재 부모들이 지출하고 있는 자녀 양육 부담은 매우 크다. 이는 한국 부모의 높은 자녀교육열, 전반적인 삶의 질 향상, 자녀의 다양한 요구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자녀양육비의 증가는 가계 부담을 가중시키고, 특히 사교육비 증가는 가계의 전체 지출에서 자녀양육비가 차지하는 비율을 증가시킴으로써 가계에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이렇듯 자녀양육비 부담은 출산율 저하의 직접적인 요인으로도 이어지는데 결과적으로는 ‘출발에서의 불평등’을 야기해 빈곤의 악순환으로까지 연결되기도 한다.
자녀양육비의 지출항목은 모두 열 개로 분류해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항목 안에는 식료품비, 피복비, 보건의료비, 교육비, 사교육비, 주거 및 광열수도비, 가구·가사용품비, 교양오락비, 교통통신비, 기타 소비지출이 있다. 항목별로 살펴보면 출생 직후 3년간은 식료품비가 월평균 12만2천원으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한다. 초·중·고 기간에는 사교육비가 각각 28만6천원, 34만1천원, 33만5천원, 대학생은 공고육비가 54만1천원으로 가장 많이 지출되는 항목이다.

국내 부모, 자녀 대학 졸업까지 무한책임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우리나라 부모의 자녀 양육 책임한계에 대한 의견은 ‘대학 졸업 때까지’가 가장 많았다. 따라서 출생 후 대학을 졸업할 때까지의 자녀양육비가 3억원에 가깝다는 통계를 보면 한국인의 자녀 양육 부담이 어느 정도인지를 파악할 수 있다. 자녀 연령은 높아지고 있고 그에 따라 양육비 지출 역시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양육 부담은 아동 성장에 따라 점점 크게 다가올 것이다.
양육기간별 비용을 구분해보면 영아기 3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2천446만원, 유아기 3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2천937만6천원으로 산출됐다. 또 초등학교 학생에게 6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6천300만원, 중학교 학생에게 3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3천535만2천원, 고등학교 학생에게 3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4천154만4천원으로 나타났다. 4년제 대학생에게 4년간 지출되는 양육비용은 6천811만2천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 같은 양육비는 요즘 많이 하는 휴학, 재수, 어학연수 등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산출한 것이다. 자녀양육비를 매달 소요되는 비용으로 나누어보면 한 달에 영아 68만5천원, 유아 81만6천원, 초등학생 87만5천원, 중학생 98만2천원, 고등학생 115만4천원, 대학생 141만9천원이나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다.

‘양육 책임한계’ 가치관 변화 시급
자녀가 두 명이라면 대학 졸업 시까지 양육하는 데 약 5억2천408만원이 들고, 자녀가 세 명이라면 7억8천613만원이나 든다. 이외에도 자녀의 어학연수 및 결혼비용까지 실제로 부모가 부담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대부분의 한국 부모는 자녀 양육에 엄청난 지출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듯 가계의 지출 중 자녀양육비에 드는 비용 때문에 정작 본인의 노후생활을 준비하기란 매우 어렵다. 이는 부모에게 지나치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며, 그럴수록 더욱 저출산 사회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다. 자녀 양육 지원에 대한 국가 의존적 태도는 더욱 커지게 되고 이러한 결과는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까지 나타날 것이다.
서구의 경우 대학 과정부터는 자녀 스스로 책임지는 사회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조성되어 있다. 우리나라도 부모의 노후생활을 감안한 자녀 양육 계획을 먼저 수립하고, 자녀에 대한 부모의 책임한계를 분명히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나라에서는 평생교육체계를 더욱 강화함으로써 스스로 학비를 마련해 고등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충분한 지원이 필요하다.
사교육 과열로 문제가 되고 있는 현 교육체제에서 사교육 근절 대책은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작 효과는 미흡한 수준이다. 현행 제도를 재평가해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저금리의 대학 학자금 융자제도를 확대하고, 보다 유연하게 융자금 상환을 할 수 있는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
부모가 자녀의 대학 졸업 시까지 양육 책임을 갖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학벌 중심, 고학력 중심의 사회이기 때문이다. 대학을 나와야 능력 있는 사람이 되고 고소득의 근무여건이 좋은 직장을 얻을 수 있는 사회 분위기는 자녀양육비를 도무지 줄일 수 없게 만든다. 그러므로 학벌 중심, 고학력 중심의 사회에서 능력 중심의 사회로 변화를 유도하는 노동정책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는 한국 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한 첫 단추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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