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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People/'남자의 가계부'수필집 낸 현직 공무원 옥형길
[옛날 Queen 다시보기] 1991년 2월호 -People/'남자의 가계부'수필집 낸 현직 공무원 옥형길
  • 양우영 기자
  • 승인 2020.09.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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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2월호

'남자의 가계부'수필집 낸 현직 공무원 옥형길

'남자의 용돈지출 통해 소시민 사회생활 묘사'

1991년 2월호 -People/'남자의 가계부'수필집 낸 현직 공무원 옥형길
1991년 2월호 -People/'남자의 가계부'수필집 낸 현직 공무원 옥형길

 

초판 5천권이 한달여만에 다 팔리고 자기가 쓴 글이 베스트셀러를 기록한다면 그 작가의 기분은 어떨까.

알려진 작가도, 직업작가도 아닌 평범한 현직 공무원 옥형길씨는 요즘 마치 구름 위에 앉은 것 같은 표정이다.

10년 전부터 틈틈이 써 모은 생활주변의 자그마한 희노애락들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책을 냈다는 그는 지난 23년간 농업과 녹지분야에서만 줄곧 근무해 온 직업 공무원.

"글을 쓰면서 느끼는 기쁨은 매우 큽니다. 좋은 소재를 발견해냈을 때의 기쁨도 크지만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표현을 해냈을 때의 즐거움이란 이루 말할 수 없어요"

떠오른 소재를 어쩌다 놓치고 나면 다시 되짚어 정리하기가 쉽지 않다. 때문에 그는 버스를 타고 가다가도 좋은 소재거리가 생각나면 다음 정거장에서 바로 내려 전봇대나 가로수에 기대서서 글을 쓰곤 한다. 이때 그의 원고지는 손에 쥐었던 신문지의 여백이 되기도 하고, 주머니 속에 든 손바닥 만한 메모지가 되기도 한다. 

그렇게 한 편 한 편 써나간 글을 책으로 묶으리라고는 처름부터 생각하지 않았다. 다만 작품 한 편을 쓸 때마다 새롭게 빛을 발하는 삶의 행복이 소중하게 다가와 계속했을 뿐이라는 것.

"참으로 오랫동안 밀가루 반죽만 주물러 오다가 이제야 비로소 먹음직스런 빵을 구워낸 기분입니다. 빵맛이 어떨는지···"

수필 하나를 완성하면 그는 그것을 책상서랍 속에 넣어두는 게 아니라 아내와 아이들 앞에서 큰 소리로 읽어준다. 그리고는 글 내용에 대해 서로 강평하고 대화하기 때문에 옥씨의 글쓰기는 가족간의 유대관계를 돈독하게 해주는 구실을 하기도. 그래서 자녀들도 아버지를 무척이나 특별하게 여기는 눈치다. 

큰딸 윤경이 대학시험을 치를 때의 일.

옥씨는 대입을 앞도고 과외 한번 시키지 못한 딸을 지켜보며 아빠로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생각했다. 그때의 부정(父情)은 '종이학'이란 글 속에 잘 나타나 있다. 

'··· 나는 딸아이의 공부에 신경이 쓰일 때면 종이학을 접는다. 종이학 천마리를 접으면 바램이 이루어진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난 것이다. ··· 지하철의 전동차 안에서도 접고, 사무실에서 업무에 시달리다 머리가 무거울 때면 무심코 종이락 한마리를 접곤 하였다. ··· 딸아이의 입시 1백일을 앞도고 나는 천마리의 종이학 접기를 모두 끝냈다. 그리고는 모과주가 담긴 유리 항아리를 비우고 그 속에 한마리 한마리 헤아려 담았다. 항아리에는 다음과 같이 써서 테이프로 붙였다. '합격을 빈다 - 아버지가' ··· 나는 학이 담긴 항아리를 딸의 책상 위에 가져다 놓았다.(중략)

 

Queen DB

[Queen 사진_양우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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