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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극장] 35세 고물장수 변유미, 꽃보다 아름다운 ‘고물 로드’
[인간극장] 35세 고물장수 변유미, 꽃보다 아름다운 ‘고물 로드’
  • 이주영 기자
  • 승인 2020.08.29 09: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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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오늘(29일) 오전 KBS 1TV <인간극장>에서는 변유미 씨의 꽃보다 아름다운 고물 로드를 따라가 보는 ‘꽃보다 고물’ 5부작이 재방송된다.

누구나 그렇듯, 살다보면 뜻하지 않게 인생의 터널을 지나야 할 때가 있다. 서른다섯의 변유미 씨, 그 시기를 남보다 조금 일찍 겪었을 뿐이다.
 
경기도 파주의 고물상, 고철과 파지를 잔뜩 실은 낡은 트럭을 몰고 계근대에 오르는 변유미 씨(35), 이곳, 고물상의 최연소 여자 고물장수다. 

고물을 주우러 다닌 지는 이제 겨우 4개월 째. 남들의 시선을 의식할 만도 한데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제 길을 찾은 듯 마냥 즐겁다. 그녀가 고물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큰 고물상을 운영하는, 이모와 이모부 때문이었다.
 
사실 유미 씨는 스물 다섯에 이미 인생의 시험을 혹독하게 치렀다. 스무살 무렵, 동대문 옷 도매상으로 돈도 벌고 승승장구했으나 새로운 사업에 손을 댔다가 사기를 당하고 빚더미에 올랐다. 만신창이가 된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일이 필라테스 강사, 하지만 그조차도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업계에서 여의치 않았다.

이게 끝인가 싶었을 때, 시쳇말로 그녀는 ‘고물’에 꽂혔다. 나이 제한도, 자격요건도 없고 누구든 부지런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고물업. 그녀는 이제야 비로소 천직을 만난 기분이란다. 물론 유미 씨 자매를 남편도 없이 홀로 키운 엄마의 반대가 제일 컸다. 하지만 지금은 가족들의 격려와 응원이 가장 큰 힘이다.
 
하루에도 수차례 트럭을 오르내리고, 힘쓰는 것은 물론 위험하기 짝이 없는 고물장수, 하지만 지게차까지 배우며 고물에 관해선 ‘최고 실력자’가 되기를 꿈꾸는 변유미 씨, 그녀의 꽃보다 아름다운, 고물 로드를 따라가 본다.

KBS 인간극장 ‘꽃보다 보물’
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 삶이 가장 절박하고 절실할 때 만난 동아줄, ‘고물’

서른 다섯, 변유미 씨는 시쳇말로 잘나가는 여자였다. 스무 살 때 우연히 시작한 동대문 옷 도매상은 때를 잘 만나 승승장구했고, 돈도 꽤 벌었다. 너무 쉽게 번 돈이라 그런지 유미 씨는 그때 돈의 가치를 잘 몰랐단다.

쉽게 벌고 쉽게 쓰고 그런 생활이 반복된 지 4년, 그녀는 옷도매상이 아니라 좀 더 큰 가게의 사장이 되고 싶어서 잘 알지도 못하는 업종에 투자를 했다. 그리고 7개월만에 2억원 가까이 되는 빚더미에 올랐다. 돈이 사라지자 들끓던 사람들도 떠났고 스물다섯, 젊디 젊은 나이에 유미 씬 만신창이가 된 기분이었다. 불면증에 시달렸고 대인기피증으로 외출도 못했었다.

그때 몸과 마음을 회복하기 위해 시작한 운동이 필라테스, 뒤늦게 재능을 발견한 건지, 그녀는 6개월 만에 강사 자격증을 땄고 스포츠 센터에서 꽤 인기 있는 강사로 3년간 일했다. 하지만 더 젊은 강사를 선호하는 업계에서 위기감은 점점 고조됐고, 자신이 직접 운영하는 센터를 차리기 위해선 목돈이 필요했다. 그 돈을 만들고자 그녀는 태국의 푸켓으로 날아갔다. 여행가이드로 일한 것, 그러나 코로나 19여파로 그녀는 강제 귀국하게 되었다.

고물업은 이모와 이모부를 통해 알게 됐다. 이미 여행가이드를 할 때부터 관심이 있었다. 나이제한, 자격요건도 없고, 무일푼으로도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은, 유미 씨에게 마지막 동아줄 같은 기회였다.

KBS 인간극장 ‘꽃보다 보물’
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 남에게는 고물, 유미에겐 보물

푸켓에서 귀국 후 그녀는 옷 몇 가지만 챙겨 바로 고물상 옆에 방을 얻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뒤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수 백장의 고물 사진을 찍어가며 고철과 비철을 구분하며 공부하고, 파지를 주웠다. 파지 값은 트럭 한 차 가득 실으면 3만원에서 4만원, 그마저도 가격이 점점 떨어지고 있지만 유미 씨는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신조를 잊지 않는다. 더 자주, 더 많이 다니면 된다고 생각한다.

하루에도 수차례 낡은 트럭을 오르내리고, 운동으로 다져진 체력도 당해내지 못할 만큼 무거운 파지를 이고 지고 넘어질 때도 있지만 유미 씨는, 자유롭다. 열심히 치우다 보면 깨끗해진 공간, 끝이 보이는 일이라서 행복하다. 매일 매일 고물의 중량을 재는 계근대에 오르면 벨소리와 함께 그녀의 하루 노동이 일한 만큼 정직하게 현금으로 계산된다.

게다가 요즘은 최연소 여성 고물장수, 그녀를 응원하는 사람들도 하나 둘 늘어간다. 아직 값나가는 고철을 척척 뜨지는 못하지만 그녀에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다. 무일푼으로 시작하여 고물상을 운영하고 있는 이모와 이모부가 롤모델인 것. 고물상을 열겠다는 꿈이 있는 한, 유미 씨에게 고물 줍는 일은 천직이고 ‘고물’은 이제 더 이상 쓰레기가 아닌 ‘보물’이다.

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KBS 인간극장 ‘꽃보다 고물’

◆ 자매를 홀로 키운 엄마에게, 유미 씨는 반짝반짝 빛나는 보물.

유미 씨가 대인기피증으로 절망할 때, 필라테스 강사를 그만뒀을 때, 그리고 목돈을 벌겠다고 먼 타국 땅 태국으로 떠났을 때 유미 씨 엄마는 남편 없이 넉넉하게 키우지 못한 자신의 탓인가 싶어 눈물지었다. 그냥 두고 보기도 아까운 딸인데, 겨우 한다는 일이 남자도 힘들다는 고물장수라니….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하지만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게 작업복을 걸치고 날마다 행복한 웃음을 짓는 딸, 유미 씨를 보며 엄마 경화 씨는 자신도 다시 식당일을 시작하는 힘이 생겼다. 이제는 트럭을 몰고 멋지게 달리는 씩씩한 딸의 모습이 자랑스럽기까지 하다.

유미 씬, 고물로 가져온 드럼통에 매일 매일 크고 작은 고철을 모아 적금을 붓기 시작했다. 그 통이 가득 차게 되는 어느 날, 엄마와 하나밖에 없는 언니와 가까운 곳이라도 여행을 다녀오고 싶어서다. 드디어 드럼통으로 만든 적금을 깨는 날, 엄마 경화 씨, 언니와 유미 씨 세 모녀는 교외로 여행을 떠나는데….

유미 씨는, 차곡차곡 오늘같이 고물을 모아서 엄마가 편히 살 수 있는 ‘엄마의 집’을 사드리겠다는 약속을 한다. 그리고 말한다. “없어도 있는 척, 기죽지 않으려는 척 ,그래서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런 삶은 만족스럽지 않죠, 이런 저런 힘든 과정이 있었기 때문에 지금의 유미, 지금의 저에게 창피하지 않아요. 그리고 ‘유미야 잘했다’,라고 칭찬하고, 내 자신이 느끼고 싶어요.”

그래서 유미 씨가 줍고 있는 고물은 반짝반짝 빛나는 보석처럼 아름다운 것 아닐까.

보통사람들의 특별한 이야기, 특별한 사람들의 평범한 이야기를 표방하는 KBS 1TV ‘인간극장’ 본 방송은 매주 월~금 오전 7시 50분에 방송된다.

[Queen 이주영 기자] 사진 = KBS 인간극장 ‘꽃보다 보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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